피치, 프랑스 신용등급 ‘AA-’에서 ‘A+’로 강등

(로이터)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는 13일(현지시간) 프랑스외화 표시 장기발행자 디폴트 등급(Long-Term Foreign-Currency Issuer Default Rating)을 기존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피치는 “프랑스의 부채 부담이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이에 따라 향후 경기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여력이 제약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등급 강등은 프랑스 정부가 경제 충격에 대비해 지출을 늘릴 경우 공공 재정에 추가적인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피치는 “재정이 이미 경직된 상황에서 경기 부양책을 실시할 경우, 총국가부채(GGGD)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화 표시 장기발행자 디폴트 등급은 한 국가나 기업이 발행한 외화 채권이 만기까지 원리금을 상환할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피치의 등급 체계에서 ‘A’ 등급대는 투자적격(Investment Grade)으로 분류되지만, ‘AA’ 수준보다는 한 단계 낮아 신용위험이 다소 높아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정은 프랑스 채권 투자자들에게 조심스러운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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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의 결정 배경과 프랑스 재정 상황

피치는 이번 강등의 주요 근거로 ① 순채무 증가 ② 재정적자 확대 ③ 구조적 개혁 지연 등을 제시했다. 프랑스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프랑스의 총국가부채는 GDP 대비 112% 내외로 추산된다. 이는 유로존 안정·성장협약이 권고하는 60% 기준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재정적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GDP 대비 9%까지 치솟은 뒤 점진적으로 감소했으나, 여전히 4% 중후반에서 머무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연금 개혁, 노동시장 유연화 등 구조 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정치·사회적 반발로 입법 속도가 더디다. 피치는 “구조 개혁이 지연될 경우 잠재성장률 확충이 어려워지고, 이자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채 시장 및 금융시장 반응

등급 조정 소식이 전해진 뒤,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bp(베이시스포인트) 상승한 뒤 3bp 수준의 반등 흐름을 보였다. 이는 투자자들이 신용위험 프리미엄을 일부 반영했음을 시사한다. 프랑스 CAC 40 지수는 장 초반 약세로 출발했지만, 주요 수출기업 실적 호조에도 힘입어 낙폭을 빠르게 회복했다.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들은 “재정 트랙이 궤도에 진입하는 한 이번 등급 강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신용평가사들의 시각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무디스(Moody’s)는 각각 ‘AA’ 및 ‘Aa2’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두 기관 모두 “재정 건전성 회복 경로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전망의 리스크가 상향된 상태임을 내비쳤다. 따라서 추가적인 하향 조정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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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투자자에게 주는 의미

한국의 연기금·보험·은행권은 글로벌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유로존 국채, 특히 프랑스 국채(OAT, Obligations Assimilables du Trésor)를 일정 비중 편입해 왔다. 따라서 등급 강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스프레드 확장 여부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다만, 투자적격 등급이 유지된 만큼 강제 매도(Forced Selling)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파리 소재 싱크탱크 OFCE의 장 피사니 연구원은 “인구 고령화로 연금·보건지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프랑스와 같은 사회복지 모델 국가가 재정흑자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강도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GDP 성장률이 1%대로 머무르는 시나리오라면, 2027년까지 총국가부채가 GDP 대비 115% 안팎으로 더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런던 소재 자산운용사 해리슨 & 파트너스의 수석 전략가 마크 해리슨은 “유럽연합(EU) 재정 규율이 팬데믹 이후 탄력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단기적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유로존 공조 기금이 가동될 경우 프랑스 국채 수요는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용등급 체계와 투자적 함의

※참고 피치의 신용등급 체계는 ‘AAA’를 최고 등급으로, 하위로 갈수록 ‘AA+ → AA → AA- → A+ → A → A-’ 순으로 나뉜다. ‘A’ 범위는 여전히 기본적인 상환 능력을 갖춘 단계이지만, 경기·재정 충격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즉 이번 조정은 프랑스가 ‘하이퀄리티(High Quality)’ 권역에서 ‘어퍼미들(Upper-Middle)’ 권역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 상승·스프레드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결론

이번 피치의 결정은 프랑스 재정 건전성에 대한 경고 신호이자, 유럽 주요국들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사회적 지출 확대와 성장 둔화의 균형 과제를 재조명한다. 프랑스 정부가 예산 통제와 구조 개혁을 병행하지 않을 경우, 향후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향 조정될 리스크가 상존한다. 반면, 유로존 공동 대응 장치와 글로벌 투자자 기반이 견고해 ‘크리티컬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는 평가도 병존한다.

피치는 “재정적자 축소와 부채 안정화를 위한 신뢰할 만한 중기 전략이 마련될 때까지 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