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발(Reuters)—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폴란드에 머무르고 있는 약 100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대다수 귀환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난민들이 폴란드 노동시장과 경제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2025년 8월 19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피치의 폴란드 담당 애널리스트 미란 트라이코비치는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이 폴란드 노동시장에 이미 깊숙이 통합돼 있다”며 “내일이라도 휴전이 체결된다 해도 대규모 역이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상당 비율의 난민들이 장기적으로 폴란드에 남아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다양한 거시·재정 지표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치는 폴란드 경제성장률을 2025년 3.0%, 2026년 3.0%, 2027년 3.1%로 전망했다. 이는 폴란드 정부가 제시한 같은 기간 성장률 예상치 3.4%·3.5%·3.0%와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다.
“폴란드는 수십 년간 유럽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온 국가다. 시장도 이 같은 성장 스토리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미란 트라이코비치
난민 규모와 노동시장 영향
러시아의 2022년 2월 침공 직후부터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대거 수용해 왔다. 전쟁 이전부터 거주하던 우크라이나인을 포함하면 실제 체류 인원은 수십만~100만 명 이상 더 많다는 추정이 존재한다. 이들은 폴란드의 구인난 완화와 임금 상승 억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며 물가와 성장률을 동시에 방어하는 역할을 해 왔다.
재정적자와 국가신용도
그러나 폴란드의 재정적자는 202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6%까지 확대돼 정부의 목표치(5.7%)를 넘어섰다. 트라이코비치는 “올해 출발점이 훨씬 나쁘다”고 지적하며 사회복지·공무원 임금·국방비·이자비용 증가 등을 적자 축소를 가로막는 구조적 요인으로 꼽았다.
피치는 재정수지를 2028년까지 GDP 대비 4.0~4.5% 범위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국가부채는 약 65% 수준에서 안정화될 전망이다. 이는 유럽연합(EU)이 제시한 재정준칙(적자 3%·부채 60% 이내)보다 완화된 수준이지만, 피치는 “폴란드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기간산업·국방비 지출의 부담
폴란드는 최근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 국방비를 GDP 대비 4%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동시에 탄소중립 전환, 인프라 확충, 사회복지 확대 등 재정적 소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자비용과 경직성 지출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으며, 이는 재정 긴축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신용등급 전망
피치는 현재 폴란드에 ‘A-’ 등급을 부여하고 있으며, 오는 9월 5일 차기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트라이코비치는 “재정통합 계획 미이행이 등급에 가장 큰 하향 요인”이라면서도 “폴란드의 견조한 대외 건전성과 일관된 정책 이력이 신용도를 지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어 풀이
피치 레이팅스: S&P·무디스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 꼽힌다. 국가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평가해 등급을 부여한다.
재정적자( Fiscal Deficit ): 정부가 한 해 동안 지출한 금액이 세입보다 많을 때 발생하는 차이를 뜻한다.
GDP(국내총생산): 일정 기간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서비스의 시장가치를 합산한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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