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는 미국 정부가 제공한 시장 안정화 지원이 아르헨티나의 국제 신용등급 강등을 막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피치는 외환보유고를 근본적으로 재건할 수 있는 보다 광범위한 계획이 마련되지 않는 한, 등급 상향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5년 10월 2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피치 레이팅스 아메리카 담당 공동대표 토드 마르티네스(Todd Martinez)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의 백스톱(backstop)이 없었다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외환시장 방어를 위해 국제준비자산을 계속 소진하면서 등급 하향 위험이 상당히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BCRA)은 이번 주 미국 재무부와 200억 달러 규모의 환율 안정화 협정(Exchange-Rate Stabilization Agreement)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남미 국가가 오는 주말 중간선거를 앞두고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대통령의 급진 개혁 정책을 지원하려는 미국 측 구상의 일환이다. 중앙은행은 21일(현지시간) 외환시장 방어를 위해 보유 외환 4,550만 달러를 매도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긴급 자금줄(lifeline)은 장기적으로 정부가 자체 외환 완충재(FX buffers)를 구축하도록 설계된 보다 포괄적(plural)인 계획과 결합되지 않는 이상, 단독으로는 신용등급 상향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 토드 마르티네스, 피치 레이팅스
미국 재무부의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장관은 별도 브리핑에서 “200억 달러 규모의 은행신용공여(bank facility)를 조성해 아르헨티나 국채 매입에 활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앙정부 및 민간 부문 자금조달 환경을 개선해 채권가격과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22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아르헨티나 달러 표시 국제채권은 종목별로 약 1센트씩 하락했다. 앞서 21일 최저 종가 기록을 세웠던 페소화는 소폭 반등했지만, 선거를 앞둔 변동성 확대 탓에 향후 방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문가 해설: “백스톱(backstop)과 FX 버퍼의 의미”
백스톱은 시장 불안 시 정부나 국제기구가 마지막 보루로 자금을 공급해 유동성 공백을 메우는 장치를 의미한다. 아르헨티나 사례처럼 환율 방어를 위한 중앙은행 개입이 지속되면, 외환보유액 고갈로 국가 지급 능력이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일시적 지원에 의존하기보다 상품수출 확대·자본 유입 증대·재정 건전성 확보 등으로 자체 FX 버퍼(Foreign Exchange Reserves Buffer)를 두텁게 해야 한다.
피치의 등급 전망과 과제
현재 피치는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을 ‘CCC’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CCC’는 디폴트 위험이 실질적으로 존재하지만 즉각적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구간이다. 등급 상향을 위해서는 ①지속적 경상수지 흑자 ②안정적인 물가·환율 ③외채상환 능력 개선 ④정치적 합의 기반의 구조개혁 등이 요구된다.
마르티네스 공동대표는 “정책 일관성과 대외유동성 지표 개선이 확인돼야 피치 내부 등급위원회가 상향을 논의할 수 있다”며, “이번 미국의 개입은 긍정적이지만 아직은 ‘응급 처치’ 단계”라고 강조했다.
중간선거 변수
27일 예정된 아르헨티나 중간선거는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자유진영당(Liberty Advances)이 의회 내 소수 지위를 어느 정도까지 확대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개혁법안 통과 여부가 재정·통화정책의 가시성과 연결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선거 결과를 등급·시장전망 판단의 결정적 변수로 보고 있다.
실무적 시사점
▶ 투자자: 고수익 채권 투자를 노리는 글로벌 펀드는 ‘정책 일관성’과 ‘자금조달 다변화’ 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 기업: 달러 조달비용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헷지(헤지) 수단을 사전에 검토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 정책당국: 외환시장 개입의 한계를 인식하고, 산업 경쟁력 강화·세수 기반 확대 등 중장기 정책 수단을 병행해야 한다.
종합 전망
결국 이번 미국의 200억 달러 지원은 ‘시간을 벌어주는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신용등급 상향·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지속 가능 성장의 관문을 통과하려면, 교역·투자·재정 분야 전반에 걸친 구조적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 중간선거 이후 정치적 동력이 확보될지, 그리고 이를 토대로 외환보유고를 스스로 축적할 수 있을지가 향후 평가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