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가 이탈리아 방산·항공 대기업 레오나르도(Leonardo S.p.A.)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Long-Term Issuer Default Rating)을 기존 ‘BBB-’에서 ‘BBB’로 1노치 상향했다. 아울러 전망(Outlook)은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했다.
2025년 8월 1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피치는 2028년까지 레오나르도의 EBITDA※1 마진과 자유현금흐름(FCF)※2이 꾸준히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등급 상향의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평가는 특히 레오나르도가 2026년 1분기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인 이베코 디펜스(IVECO Defence) 인수가 재무 구조에 미칠 영향이 ‘중간(moderate)’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판단을 반영한다. 레오나르도는 총 17억 유로 규모의 이 거래를 보유 현금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인수 구조·추가 매각 가능성
레오나르도는 독일 라인메탈(Rheinmetall)과 조건부 계약서(term sheet)를 체결, 이베코 디펜스가 보유한 트럭 사업부를 향후 다시 매각(디베스트)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피치는 “해당 디베스트 옵션이 실현될 경우 2026년 예상 현금 유출 규모가 상당 부분 상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버리지 지표 개선 전망
피치는 레오나르도 순차입금 대비 EBITDA 레버리지가 2024년 말 2.1배에서 2025년 말 1.6배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베코 인수 이후인 2026년 말에는 레버리지가 소폭 상승해 1.1배에 이를 전망이지만, 이는 2024년 말 기록했던 1.3배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EBITDA 마진은 2025~2026년 약 11%, 2027~2028년 12%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방산전자(Defence Electronics) 부문의 수익성 개선, 항공구조물(Aerostructures) 부문의 손실 완화, 그리고 광범위한 원가절감·효율화 프로그램이 총체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금흐름·배당 정책
자유현금흐름 마진은 2025~2028년 3~4%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약 10억 유로에 달하는 설비투자(CapEx)와 배당 확대에도 불구하고, 기초 영업이익 성장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레오나르도는 2024년 11.8%의 수주잔고 증가를 기록한 데 이어 2025년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3.9% 추가 성장, 총 450억 유로 규모의 백로그(backlog)를 확보했다. 이는 약 2.4년 치 생산 물량에 해당한다.
세부적으로, 2025년 상반기 백로그의 42%가 방산전자·보안, 34%가 헬리콥터, 21%가 항공기 부문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매출 비중은 헬리콥터 31%, 방산전자·보안 43%, 항공기 22%, 기타 4%로 분석됐다.
지리적 다변화가 가져온 리스크 완화
레오나르도는 미국(2024년 매출의 26%), 이탈리아(18%), 영국(12%), 기타 유럽(18%), 기타 지역(26%) 등으로 매출이 고르게 분포돼 있다. 피치는 “지역별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정치·규제 리스크를 완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대부분 군수 프로그램이 관세(타리프)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추가 비용 부담도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글로벌 방산 수요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견조한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레오나르도의 기술·제품 경쟁력은 백로그 확대와 마진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 피치 레이팅스 평정 보고서 중
전문가 해설: EBITDA·FCF란?
※1 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는 이자·법인세·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으로, 기업의 현금 창출력을 비교적 정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2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자본적 지출(CapEx)을 차감한 값으로, 기업이 부채 상환·배당·신규 투자 등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실제 현금 여력을 나타낸다.
기자 관전평
피치가 제시한 핵심 근거는 ‘질적 성장(Quality Growth)’이다. 레오나르도는 방산 전자와 헬리콥터라는 고부가가치 사업에서 수주가 급증하면서 마진률이 상승하고 있다. 더불어 항공구조물 부문 손실 축소, 비용 효율화, 그리고 잉여현금흐름의 안정적 유지가 투자 매력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17억 유로 규모의 이베코 디펜스 인수는 자본배분 측면에서 ‘필요충분’ 요건을 충족시키는지가 관건이다. 실제로 피치는 “매각 옵션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현금 부담이 커져 레버리지 개선 속도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결론적으로, 피치의 등급 상향은 레오나르도가 △안정적 현금창출력 △확대되는 주문잔고 △지리적·사업적 다변화라는 세 박자를 고르게 갖췄다는 점을 공인한 셈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의 국방예산 확대라는 외부 모멘텀이, 단기적으로는 방산전자 부문의 고성장이 추가 상승 여력을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