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렐리, 애스턴마틴 차세대 모델에 ‘사이버 타이어’ 공급…미·중·EU 규제 주목

이탈리아 타이어 제조업체 피렐리(Pirelli)가 영국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마틴(Aston Martin)과 손잡고 사이버 타이어(Cyber Tyre) 기술을 차세대 차량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은 고급 완성차 시장에서 커넥티드 타이어 솔루션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된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애스턴마틴과 피렐리는 공동 성명을 통해 “향후 출시될 애스턴마틴 모델에 피렐리 사이버 타이어 센서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타이어는 주행 중 온도·압력·마모도·수막 현상(hydroplaning) 위험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차량 전자제어장치(ECU)와 상호 작용한다.

사이버 타이어 기술 개요
사이버 타이어는 림(rim) 내부 혹은 트레드(tread) 인근에 1g 이하 초경량 센서를 내장해 바퀴당 최대 500개의 데이터를 초당 수집하는 솔루션이다. 수집 정보는 블루투스·초광대역(UWB) 통신으로 차량에 전송되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지속적으로 기능이 고도화될 수 있다.

주목

워싱턴의 대(對)중국 안보 검토 변수
피렐리는 중국 국영 화학기업 시노켐(Sinochem)이 최대 주주(지분 약 37%)로 자리하고 있어, 미국 정부가 기술 유출·데이터 보안 문제를 우려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미 상무부와 행정부 내 대중국 기술 전담 부서는 피렐리의 미국 내 R&D 및 생산시설 확대 계획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센서가 수집하는 타이어·주행 데이터는 차량 위치와 운전 패턴을 사실상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고급 정보다. 만약 해당 데이터가 중국 국영 자본이 포함된 기업을 통해 제3국으로 유출될 경우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
— 미국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 관계자

애스턴마틴은 미국 시장 매출 비중이 20% 내외로 알려져 있어, 규제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납품 일정이나 가격 협상에서 난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회사 측은 “모든 지역 규정을 충족할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자동차·타이어 업계 기술 경쟁 가속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율주행 3단계 이상 진입을 위해 외부 환경뿐 아니라 타이어 접지(force feedback) 데이터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현대차그룹도 독자적인 ‘스마트 타이어’ 기술을 연구·실험 중이며, 미쉐린(Michelin)·굿이어(Goodyear) 역시 유사한 센서 내장 제품을 선보였다.

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스마트 타이어 시장 규모가 2023년 약 14억 달러에서 2030년 80억 달러로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애스턴마틴·피렐리 협력은 고급차 세그먼트에서 혁신 기술을 먼저 도입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추후 중·저가 모델로 확대하는 전형적 ‘상향식 확산’ 전략 사례로 분석된다.

주목

전문가 시각Industry View
국내 자동차·부품업계 관계자들은 “타이어 자체가 센서 허브(hub)로 진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데이터 소유권·사이버 보안·국경 간 데이터 이전 규제가 향후 사업 구조를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EU 집행위원회는 2026년부터 차량 내 사이버보안 규정을 강화할 계획이어서, 다국적 완성차와 부품사는 단순 제품 공급을 넘어 국제 규정 대응 컨설팅 역량도 요구받을 전망이다.

한편, 애스턴마틴은 올해 하반기 전동화 전략의 일환으로 ‘밴티지(Vantage)’ 전동화 모델‘DBX’ 하이브리드 출시를 예고했다. 업계는 사이버 타이어가 전기차 특유의 고토크·고하중 특성을 감지해 제동 거리와 주행 안정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약하면, 애스턴마틴과 피렐리의 협업은 커넥티드카·자율주행 시대에 필수적인 ‘타이어-차량 통합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 자본이 얽힌 지배 구조와 미국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향후 글로벌 확장 전략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