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협업 소프트웨어 업체 피그마(Figma Inc.)가 3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자마자 주가가 공모가의 세 배 이상으로 뛰어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시초가는 주당 85달러로, 33달러였던 공모가 대비 157.6% 높게 형성됐고, 장 마감가는 116.30달러로 치솟아 252.4%의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기업공개(IPO)는 투자자 수요 폭발로 40배 초과 청약(oversubscription)이 이뤄졌다. 초과 청약이란 청약 물량 대비 실제 신청 물량이 크게 웃돌아 배정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 코어위브(Coreweave)와 서클(Circle) 등 특이 종목들이 연이어 성공 사례를 남긴 가운데, 피그마가 다시 한 번 ‘IPO 시장 대박’ 흐름을 이어갔다는 평가다.
이번 공모에서 회사는 클래스 A 보통주(Class A common stock) 36,937,080주를 발행해 총 약 12억 2천만 달러를 조달했다. 클래스 A 주식은 의결권이나 배당 조건 등이 클래스 B·C와 구별되는 주식 유형으로, 일반 투자자가 거래하는 주식은 대부분 클래스 A로 분류된다.1
주관사단은 Morgan Stanley, Goldman Sachs & Co. LLC, Allen & Company LLC, J.P. Morgan 등 월가 최상위 투자은행(IB)으로 포진해 ‘빅딜’ 면모를 과시했다. 이 같은 대형 IB 컨소시엄은 통상 높은 기관 수요와 안정적인 사후 관리(스태빌라이징)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대규모 청약 흥행의 촉매로 작용한다.
① 주요 실적 및 성장 전망
피그마는 2024 회계연도에 매출 7억 4,900만 달러를 달성해 전년 대비 48% 성장세를 기록했다.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성장률 덕분에 ‘차세대 생산성 플랫폼’이라는 시장 기대가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가 덩치를 키우면 아이디어가 고갈되곤 합니다. 그러나 피그마는 그 어느 때보다 아이디어가 넘칩니다.” — 딜런 필드(Dylan Field) 공동창업자 겸 CEO, 기업공개 설명서(Prospectus) 서한 중에서
필드 최고경영자는 주주 서한에서 “플랫폼 투자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과감히 추진할 것이며, 단기 실적보다 수십 년간 복리(compounding) 성장을 우선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가끔은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장기 투자 시각을 주문했다.
② 월가 시선 및 애널리스트 평가
DA 데이비드슨의 선임 애널리스트 길 루리아(Gil Luria)는 “‘우리가 기다려온 소프트웨어 IPO’”라며 “앞으로 12~18개월간 추가 상장 랠리를 이끌 스타트업들에 희망을 던졌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성장성과 수익성, 기술 경쟁력을 모두 갖춘 피그마가 침체됐던 미국 IPO 시장에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Dealogic)에 따르면 2023~2024년 미국 증시 신규 상장은 글로벌 금리 인상·거시 불확실성 등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AI)·생산성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을 중심으로 ‘퀄리티 IPO’가 속속 등장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③ 용어·배경 설명
1클래스 A, B, C 주식은 의결권·배당권 구조에 차이를 두어 창업자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거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자주 활용되는 이중 혹은 삼중 의결권 구조를 의미한다. 한국의 의무공시 제도‧자본시장법과 달리, 미국은 다중 의결권을 비교적 폭넓게 허용한다.
또한 초과 청약(oversubscription)이 40배에 달했다는 점은, 기관·개인 투자자 청약 총액이 공모 물량의 40배였음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10배만 넘어도 ‘흥행’으로 분류되는데, 40배는 글로벌 IT 유니콘급 IPO에서도 드문 기록이다.
④ 향후 전망 및 리스크 요인
필드 CEO가 언급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단행할 경우, 기술 시너지와 시장 확대를 동시에 꾀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존재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특히 구글·어도비·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가 디자이너 협업툴을 강화하고 있어 경쟁 심화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한 피그마의 비즈니스 모델은 구독 기반 SaaS 특성상 달러 강세·금리 상승 등의 외부 변수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율 흐름에 따라 해외 매출이 조정될 수 있고, 자본 비용이 증가하면 신규 고객 확보 속도가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디자인·프로토타이핑 툴 시장은 생산성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연평균 20%대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어, 피그마가 선제적 플랫폼 확대에 성공할 경우 장기 톱티어 SaaS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상장 성공은 월가뿐 아니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리스크 자본의 복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위축됐던 성장주 투자 심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향후 다수의 테크 유니콘들이 공모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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