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디자인 협업 플랫폼 피그마(Figma)가 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자마자 주가가 공모가(주당 33달러) 대비 무려 158%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약 500억 달러(한화 약 65조 원)로 급증하며, 팬데믹 이후 주춤했던 고성장 기술 기업 IPO(기업공개) 시장에 강한 불씨를 지폈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데뷔는 2023년 12월 어도비(Adobe)의 200억 달러 인수 시도가 무산된 이후 피그마가 독자 생존을 선택한 끝에 거둔 성과다. 오전 매매 시작가는 85달러였고, 장중 한때 공모가 대비 200%까지 상승하는 등 투자자 관심이 몰렸다.
IPO 전문 리서치업체 르네상스 캐피털(Renaissance Capital)의 수석 전략가 매트 케네디는 “
지난 3년간 고성장 소프트웨어 기업의 신규 상장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이번 딜은 시장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고 말했다. 그는 “기술 IPO 투자자들이 새로운 종목에 굶주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피그마는 웹·앱·디지털 제품을 공동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다.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듀오링고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고객사로 이름을 올렸으며,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와 세쿼이아 캐피털이 대표적 투자자다.
세쿼이아 캐피털의 파트너이자 피그마 이사회 멤버인 앤드루 리드(Andrew Reed)는 “
2022년에는 뚜렷하지 않았던 피그마의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전략이 지금은 고객 경험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고 설명했다. 세쿼이아는 시리즈 C 라운드 당시 주당 1.10달러에 투자했으며, 공모가 기준으로 약 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금이 큰 수익을 안겨줄 전망이다.
한편, 같은 날 뉴욕 증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호실적이 AI 투자 낙관론을 자극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시장 전반의 위험 선호 회복은 피그마와 같은 AI 접목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AI 경쟁 가속
디자인 소프트웨어 업계는 이미지 생성, 레이아웃 제안, 코딩 자동화 등 업무를 자동화하는 생성형 AI 기능 도입 경쟁이 치열하다. 피그마는 공모 서류에서 “AI 채택 속도가 빨라질수록 경쟁이 심화돼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피그마 최고재무책임자(CFO) 프라비르 멜와니는 “
우리는 AI의 다양한 활용으로 디자인 참여 진입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숙련 인력과 기업이 한층 높은 수준의 창작물을 만들 수 있도록 ‘천장을 높이고’ 있다
“고 말했다.
딜로이트 미국 자본시장 거래 리더 윌 브로이티감은 “AI 역량을 갖춘 소프트웨어 기업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피그마가 AI 전략이 없었다면 이번과 같은 수요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회복의 신호탄
올해 들어 미국 IPO 시장은 관세 이슈로 인한 변동성으로 4월 잠시 숨 고르기를 했으나, 3년 가까이 지속됐던 가뭄 끝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피그마의 화려한 데뷔는 곧이어 상장을 준비 중인 고성장·AI 중심 기업들의 몸값을 재평가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 용어 설명
•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이 처음으로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판매하는 절차다.
• 생성형 AI: 사용자의 지시(프롬프트)에 따라 새로운 콘텐츠(텍스트·이미지·코드 등)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 시가총액: 상장 기업의 총 주식 수에 주가를 곱한 값으로, 기업 규모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앨런앤드컴퍼니, JPMorgan이 이번 IPO의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성장 소프트웨어 IPO 재개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