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Tesla) 오토파일럿 관련 첫 연방법원 배심원 재판이 결론을 향해 치닫고 있다. 2019년 미국 플로리다주 키라르고(Key Largo)에서 발생한 치명적 교통사고를 둘러싼 이번 소송은, 미 증시 대형 기술주 가운데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해 왔다는 테슬라가 연방법원 배심 앞에서 책임 소재를 따지는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2025년 8월 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원고 측 변호인단은 7월 3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남부지방법원(Southern District of Florida)에서 열린 최종 변론에서 배심원들에게 총 3억4,500만 달러(약 4,520억 원)의 배상금을 평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11억900만 달러의 보상적 손해배상과 22억3,60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합산한 금액이다.
해당 재판은 2025년 7월 14일 개시됐다. 피고는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끄는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이고, 원고는 사고로 사망한 나이벨 베나비데스(Naibel Benavides·당시 22세)의 유가족과 중상을 입은 남자친구 딜런 앙굴로(Dillon Angulo)다. 재판부는 “오토파일럿 시스템에 잠재적 결함이 있었는지, 그리고 테슬라가 이를 인지하고도 방치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사고 경위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 S 소유주 조지 맥기(George McGee)는 2019년 사고 당시 ‘강화된 오토파일럿(Enhanced Autopilot)’ 모드를 활성화한 채 주행 중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다. 맥기는 휴대전화를 줍는 사이 시속 60마일(약 97㎞)로 교차로를 통과했고, 멈춰 서 있던 빈 차량과 그 옆에 있던 소유주들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베나비데스가 현장에서 숨졌고, 시신은 충돌 지점에서 약 75피트(약 23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동승자는 없었지만, 함께 있던 앙굴로는 여러 개의 골절, 외상성 뇌손상, 그리고 지속적 심리 후유증을 겪었다.
원고 측은 베나비데스 유가족(상속 재단)과 앙굴로다. 앙굴로는 “막대한 의료비 지출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고, 유가족은 위자료·장례비·징벌적 손해를 청구했다.
원고 측 주장
① 기술적 결함 — 원고 측 전문가들은 테슬라 오토파일럿이 당시 도로·교통 신호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구조적 단점이 있었고, 회사가 이를 알고도 개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② 과장 광고 —
“머스크와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의 안전성과 성능을 지나치게 홍보해 운전자들이 시스템에 과신하도록 만들었다.”
변호인단은 과거 머스크가 언론·주주총회·SNS에서 했던 발언을 제시하며 “고속도로뿐 아니라 일반 도로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이 운전자 행동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테슬라 측 반박
③ 운전자 과실 — 테슬라 변호인단은 “회사 매뉴얼과 차량 경고음 등으로 양손을 핸들에 올리고 전방을 주시하라고 반복 안내했다”면서, “맥기의 부주의 운전이 사고의 직접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④ 기술 선의 — 나아가 “테슬라의 목표는 인명을 구하는 기술개발”이라며, 징벌적 배상 평결이 내려질 경우 자율주행 혁신에 부정적 신호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법적 쟁점 및 이전 합의
베나비데스 가족은 사고 직후 맥기를 상대로 별도 민사소송을 제기해 이미 합의했다. 맥기는 2019년 10월 ‘부주의 운전(careless driving)’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기소절차를 종결했다. 한편 테슬라는 대부분의 오토파일럿 사고 소송을 비공개 중재로 해결해 왔으나, 이번에는 베스 블룸(Beth Bloom) 판사가 7월 초 “배심이 판단할 만한 중대한 공익적 사안”이라며 공개 재판을 허용했다.
“합리적 배심원이라면 테슬라가 제품 개발과 이윤 극대화를 위해 인간 생명을 무모하게 경시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 베스 블룸 판사
최종 변론이 열린 7월 31일, 법정에는 사망 피해자 가족과 앙굴로가 참관했다. 충돌 현장을 보여주는 영상·사진이 스크린에 띄워질 때마다 이들은 고개를 돌리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용어 설명
오토파일럿(Autopilot)은 항공기 자동조종장치에서 차용한 이름으로, 테슬라가 판매하는 부분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이다. 차량의 카메라·레이다·초음파 센서가 차선 유지와 속도 조절을 돕지만, 완전 자율주행(레벨4~5)과 달리 운전자의 지속적 감시·개입이 필수라는 점이 특징이다.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은 단순 피해‧손실 보전을 넘어, 피고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회적 해악을 일으켰을 때 부과되는 제재적 성격의 금전적 배상이다. 미국에서는 제품결함, 환경오염, 언론중재 등에서 활용되며, 한국·유럽보다 액수가 큰 편이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연방법원 첫 배심 평결”이란 상징성에 주목한다. 판결이 원고 측 손을 들어줄 경우, 테슬라는 상장 기업으로서 대규모 법적·재무적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반대로 테슬라가 승소하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내부 문건·머스크 발언들이 향후 각종 규제 심사나 집단소송의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남는다.
테슬라는 이미 지난 몇 년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캘리포니아주 차량관리국(DMV)으로부터 오토파일럿 관련 데이터를 요구받아 왔다. 주주 의견 또한 엇갈린다. 일부는 “혁신 리더”라는 명성을 지키기 위해선 공격적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쪽에선 “안전·윤리 리스크가 장기적인 기업가치에 부담”이라고 지적한다.
배심 평결은 이르면 8월 초 나올 전망이다. 평결 결과에 따라 자율주행 산업 규제 로드맵과 관련 보험·리콜·하드웨어 업그레이드 비용이 급격히 변동할 수 있어, 글로벌 자동차·반도체·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