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연방법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50억 달러 규모 뉴욕타임스 명예훼손 소송 각하…보정 후 재제기 허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를 상대로 제기한 1억 5천만 달러(약 150억 달러)*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이 접수된 지 불과 며칠 만에 각하됐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 중부지방법원(탬파)스티븐 메리데이(Steven Merryday) 연방판사는 해당 소장이 짧고, 간명하며, 직접적인 진술을 요구하는 연방민사소송규칙Rule 8(a)“명백하고도 변명의 여지 없이”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소장은 반복적이고, 불필요하며, 과도하게 수사적인 표현으로 가득 차 있어 법원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 스티븐 메리데이 판사

판결문에 따르면 메리데이 판사는 “repetitive”, “superfluous”, “florid”라는 세 가지 형용사를 들어 소장의 서술 방식을 지적했다. 그 결과, 소송은 형식적 결함을 이유로 전부 각하되었지만, 트럼프 측 변호인단에게 30일 이내에 수정·보완된 소장을 다시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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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Defamation)이란 무엇인가?

‘명예훼손’은 타인의 명성을 훼손하는 허위 사실을 공개적으로 유포해 경제적·정신적 손해를 입히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연방 차원의 통일법이 존재하지 않고, 주(州)별로 기준이 상이하다. 다만 공적 인물(public figure)이 원고일 경우, 피고가 실질적 악의(actual malice)—즉, 발언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또는 진실 여부를 무모하게 무시한 채 발언했음을—입증해야 한다는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New York Times Co. v. Sullivan, 1964) 판례가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다.

소장 각하와 ‘dismiss without prejudice’의 의미

이번 결정은 ‘기각(dismissal)’이 아닌 ‘각하(dismiss without prejudice)’에 해당한다. 즉, 법원이 소송의 내용적 타당성을 판단하기 전에 절차적·형식적 요건 미비를 근거로 문을 닫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사실관계에 대해 형식을 갖추어 재소할 권리를 보존하게 된다.

전문가 시각

미 플로리다 주 변호사 자격을 가진 캐럴라인 맥컬러프(Cararoline McCullough)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소송 금액 규모가 150억 달러로 설정된 점 자체가 주목을 끌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며, “법원이 요구한 것은 금액의 다과(多寡)가 아니라 규칙상 필수요건을 갖춘 간결한 사실진술”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명예훼손 사건에서 “실질적 악의” 입증 난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정 소장이 제출되더라도 법적 장벽은 여전히 높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미디어와의 전쟁’ 연장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과 퇴임 후를 통틀어 주요 언론사와 기자들을 상대로 다수의 명예훼손·언론중재 소송을 제기해왔다. 그 과정에서 워싱턴포스트, CNN, ABC 등도 피고로 지목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장기전의 최근 라운드로 평가된다. 법조계에서는 2024년 대선 이후 형성된 정치·여론 지형이 재판 전략에도 일정 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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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시장적 파장

법적 결론과 별개로, 고액 소송 제기 소식은 언론 자유(freedom of press)표현의 자유(First Amendment) 문제를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또한 뉴욕타임스 모회사 뉴욕타임스 컴퍼니(NYT)의 주가는 소송 소식 이후 단기 변동성을 보였으나, 이번 각하 결정이 공개된 직후 안도 랠리를 나타냈다. 투자은행 관계자들은 “본안 심리로 갈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재무적 리스크도 동시에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향후 전망

트럼프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30일이라는 시한이 설정된 만큼, 수정 소장을 제출할지 여부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실질적 악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추가 증거와 논리가 보강되지 않는 한, 재차 각하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 다수 법조인의 시각이다.

*편집자 주: 원문에는 150억 달러로 표시되어 있으나, ‘1억 5천만 달러(150 million)·150억 달러(15 billion)’ 등 금액 표기가 혼동될 수 있다. 기사에서는 원문 숫자를 그대로 ‘15 billion’으로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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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가 변동 관련 언급은 일반적인 시장 반응을 설명하기 위한 맥락 제공이며, 특정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