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발(로이터) —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의 최고경영자(CEO) 기욤 포리(Guillaume Faury)가 엔진 공급 지연으로 인해 최종 조립을 마쳤음에도 인도 대기 중인 항공기가 60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전까지 경쟁사 CFM인터내셔널(CFM) 엔진에서 주로 발생하던 지체에 미국 프랫앤드휘트니(Pratt & Whitney) 제품까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2025년 7월 30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포리 CEO는 반기(半期) 언론 브리핑에서 이 같은 상황을 공개하며, “공급망 전반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에어버스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인도 목표를 지킬 것”이라고 역설했다.
“완전한 동체(airframe)까지 제작된 항공기가 격납고에서 엔진만을 기다리고 있는 현상이 하루 이틀 새 발생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2024년 하반기부터 Pratt & Whitney의 지연이 본격화하면서 누적 대기 물량이 60대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항공기 제조에서 ‘동체(airframe)’는 날개·동체·꼬리 등 구조물이 모두 결합된 상태를 의미하며, 엔진만 결합하면 곧바로 시험비행 및 고객 인도가 가능하다.
에어버스는 2025년 한 해 총 820대를 인도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24년 대비 약 7% 증가한 물량이다. 포리 CEO는 “엔진 제조사들과 ‘충분한 물량 확보’를 명시한 계약을 새롭게 체결했다”며 목표 달성을 자신했다. 해당 계약에는 조달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페널티와 보완 생산 라인 가동 등의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공 수요가 급반등하면서 엔진 부품—특히 니켈 합금 터빈 블레이드—수급이 글로벌 병목 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프랫앤드휘트니와 CFM 모두 고성능 단결정(superalloy) 부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톈진(Tianjin) 제2 최종 조립 라인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포리 CEO는 “2025년 말까지 중국 내 두 번째 조립 라인을 가동하기 위한 인허가·인력 훈련·부품물류 체계 구축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아시아 항공 수요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Defense) 분야에서 포리 CEO는 프랑스·독일·스페인이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일명 FCAS) 프로그램에 대해 “파트너사인 다소항공(Dassault Aviation)과의 의견 차이는 있지만, 에어버스는 프로젝트를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최근 독·프 간 기술 주도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동맹 균열 우려가 제기돼 왔다.
전문가 시각
글로벌 공급망 컨설팅업체 올리버 와이만(Oliver Wyman)은 “엔진 부품용 소재 시장이 2026년까지 연평균 8%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에어버스가 공급사 다변화와 재고 선확보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에어버스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부품 창고를 설립하며 북미 거점을 강화했다.
한편, 경쟁사 보잉(Boeing)은 2025년 인도 목표를 585~640대로 설정해 에어버스와 여전히 100대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시르큘라(Cirium)는 “엔진 지연 문제가 상반기 내 해소되지 않으면 에어버스의 리딩 포지션에도 금이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항공기 주문 대기(backlog)는 에어버스가 약 8,600대, 보잉이 약 5,600대 수준이다. 공급망 차질이 길어질 경우 항공사들의 신규 주문이 일시적으로 둔화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항공기 교체 수요와 아시아·중동발 신규 노선 수요가 성장세를 견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