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발 리포트— 프랑스 정부가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무역 기본합의(framework trade deal)에 대해 한편으로는 자국 핵심 산업에 대한 관세 면제 등 긍정적 요소를 인정하면서도, 구조적으로는 불균형적이라고 평가했다.
2025년 7월 28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베냐민 아다드(Benjamin Haddad) 유럽담당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 X(구 트위터)에 “EU 집행위원회가 미국과 협상한 이번 합의는 미국 측 관세 인상으로 위협받던 경제 주체들에게 일시적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지만, 그 구조는 불균형적”이라고 지적했다.
아다드 장관은 특히 프랑스산 위스키·꼬냑 등 증류주(spirits)를 포함한 일부 민감 품목이 관세 우대를 받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EU 전체의 대미(對美) 교역 조건이 장기적으로 개선될지는 불투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는 에스컬레이팅(escallating) 관세 갈등에 직면한 기업들에게 숨통을 틔워주지만, 협상력·시장 접근성에서 미국이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베냐민 아다드 장관
마크 페라치(Marc Ferracci) 프랑스 산업장관도 이날 RTL라디오 인터뷰에서 같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합의가 공식 발효되려면 수주, 어쩌면 수개월간의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면서 “EU·미국 무역 관계를 재균형화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촉구했다.
페라치 장관은 이어 “이번이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This is not the end of the story)”라는 표현을 거듭 사용하며, 농산물·항공·디지털서비스 등 다른 전략 부문에서도 상호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역 “기본합의”란?
“Framework deal”은 전체 자유무역협정(FTA)에 앞서 관세·쿼터·분쟁해결 절차 등 핵심 원칙만을 우선 설정하는 잠정적 합의를 뜻한다. 정식 조약이 아니므로 각국 의회의 비준 없이도 일시 적용이 가능하지만, 세부 이행 규정과 분쟁 조항은 향후 별도 협상에서 확정된다.
왜 ‘증류주’가 중요할까?
프랑스는 세계 1위 고급 증류주 수출국이다. 꼬냑·아르마냑·위스키 등 주류 산업은 연 1,500억 유로 이상을 벌어들이며, 농촌 지역 고용을 지탱한다. 2020년 미·EU 항공기 보조금 분쟁 당시 미국이 프랑스산 꼬냑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해 수출이 급감한 전례가 있다.
시장·정책 시사점전문가 진단— 이번 합의는 단기적으로 양측 보복관세 가능성을 낮춰 리스크 프리미엄을 감소시킬 전망이다. 다만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경우, 합의 유지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EU 내부에서도 농업·자동차 등 이해관계가 엇갈려 통합된 협상 전략이 요구된다.
유럽증권시장은 관련 뉴스에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으나, 프랑스 주류·럭셔리 기업 주가는 장중 1~2%대 상승세를 기록했다. 반면 유럽 항공·농식품 종목은 “추가 협상 난항” 우려로 약보합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관세 면제 범위와 분쟁 해결 메커니즘을 얼마나 구체화하느냐가 합의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할 것”이라며, 2024년 철강·알루미늄 관세 양허 사례를 들어 “한시적 면제에 그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9월 EU 통상장관회의에서 재협상 지침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합의 최종 타결 시점은 2026년 이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