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신임 총리, 부유세 재도입 배제…2026년 재정적자 4.7% 목표

파리=로이터세바스티앵 르코르뉴 프랑스 신임 총리가 2026년 예산 편성을 앞두고 부유세(Wealth Tax) 재도입연금 개혁 일시 중단을 모두 배제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Emmanuel Macron 대통령이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다섯 번째 총리를 임명한 가운데 나온 첫 정책 윤곽이다.

2025년 9월 2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르코르뉴 총리는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다”며 야당‧노동계와 광범위한 협의에 집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전임 총리 프랑수아 바이루는 2025년 440억 유로 규모의 긴축 예산을 추진하다 의회 불신임으로 물러났다.

르코르뉴 총리는 202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를 4.7%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올해 전망치 5.4%에서 0.7%p 축소한 수치로, 전임 바이루가 제시했던 4.6%와 큰 차이는 없다. 그는 “프랑스 국민이 요구하는 재정적 공정성을 예산안에 반영할 것”이라며, 최종 결정은 의회가 내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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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가 국가 예산을 형성할 것이다. 결국 이는 ‘르코르뉴 예산’이 아니라 타협의 산물이 돼야 한다.”

라고 그는 Le Parisien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나 실제 타협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연합은 하원 과반을 상실한 상태이며, 예산안 통과를 위해선 보수 공화당(LR)과 사회당(PS)의 동시 지지가 필요하다. 특히 사회당이 강력히 요구해 온 2% 부유세 도입연금 개혁 유예가 르코르뉴의 ‘레드라인’으로 확인되면서 협상 여지가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회당 대변인 아르튀르 들라포르트 하원의원은 “르코르뉴가 제시한 안은 바이루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며 “마크로니즘의 연속일 뿐”이라고 RTL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판했다. 그는 이런 기조가 계속될 경우 총리가 또다시 불신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르코르뉴 총리는 예산 합의가 연말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26년 재정적자가 6% 수준으로 치솟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금융시장의 프랑스 국채 우려에 대해선 “국제통화기금(IMF)이 프랑스 문 앞에 서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 불안을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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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만이 제안하고 사회당이 지지하는 ‘초고액 자산가 0.01% 대상 2% 부유세’를 일축했다. “주크만식 부유세가 유일하고 최선의 해법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총리는 또 “10월 초까지 내각을 완비하겠다”고 밝혀, 현재 공석인 일부 장관직 인선을 조속히 마무리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용어 해설

부유세(Impôt sur la fortune) : 자산 규모가 일정 기준을 넘는 고소득층에 부과되는 세목이다. 프랑스는 2017년 마크롱 정부 출범 직후 부유세를 주택 등 부동산 자산에만 한정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폐지했다.

연금 개혁 : 정년 연장과 보험료 인상 등을 통해 공적연금 재정을 안정화하려는 조치다. 2023년 연금 수급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린 개혁안이 강행 통과되며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재정적자 : 정부의 한 해 지출이 수입보다 큰 상태를 의미한다. EU 안정·성장협약은 회원국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하로 유지하도록 권고하지만, 팬데믹 이후 여러 국가가 이를 초과하고 있다.

전망 및 분석

전문가들은 단기적 예산 절감장기적 부채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총리에 주어진 과제가 만만치 않다고 지적한다. 다수당이 없는 ‘hung parliament’ 상황에서 중도‧보수‧진보 세력이 각자 이해관계를 내세울 경우 예산안 수정권을 둘러싼 공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부유세와 연금 개혁의 방향성이 향후 협상 동력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경제학계 일각에선 GDP 대비 4%대 중반 재정적자가 지속될 경우, 금리 상승기에 프랑스의 누적 부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르코르뉴 총리는 성장 촉진과 지출 효율화가 병행된다면 시장 신뢰 회복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재정 건전화와 사회적 수용성 사이의 균형이 새 정부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의회의 추계 일정에 따르면 2026 회계연도 예산안은 올 12월 말 이전 최종 의결돼야 하며, 합의 실패 시 정부는 헌법 49.3조를 통한 강행 처리 또는 임시예산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