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 북극 및 알래스카 지역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8월 2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나 일정, 투자 규모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양국이 잠재적 협력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만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구체적 세부 사항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북극과 알래스카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는 여러 프로젝트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현실적인 협의가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말을 아꼈다.
북극·알래스카 협력이 갖는 의미
북극(Arctic)은 지구 최북단의 해양·육지권을 포괄하는 지역으로, 막대한 에너지·어업·항로 잠재력을 품고 있다. 알래스카(Alaska)는 미국 본토 북서쪽에 위치한 자원 부국이자 전략 요충지로, 북극권 진입의 서쪽 관문 역할을 수행한다.
양국 모두 “관계 개선 시 경제적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해 왔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러 관계는 냉전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대규모 제재·외교적 단절이 이어지면서 북극 협력 논의 역시 사실상 중단됐다.
따라서 이번 발언은 극단적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가 완전한 파국은 아니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으나, 워싱턴 정가에서는 “실무진 차원의 대화 가능성”이나 “제한적 환경협력”이 거론된다.
전문가 분석 및 전망
러시아 국제문제연구소(РИСИ)의 안드레이 코르투노프 연구위원은 “에너지·물류·해양 과학 등이 초기 협력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면서, *특히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나 쇄빙선 공동 운용이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내 러시아 에너지 제재가 여전히 엄격하기 때문에 제3국 컨소시엄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마이클 코프먼 연구원은 “정치·안보 리스크가 협력의 최대 걸림돌”이라며, 지난 수년간 누적된 불신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실질적 사업 착수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전망은 엇갈리지만, “대화 재개 자체가 긍정적”이라는 점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된다. 미 국무부·러시아 외무부가 주도하는 실무 채널이 열릴 경우, 기후변화 대응·대양(大洋) 연구·인도주의 구조 분야에서 제한적 협력 모델이 먼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협력’ 용어의 함의
푸틴 대통령은 “프로젝트”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agreement)인지, 단순한 의향서(LoI)인지 여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국제정치학계는 통상 “협력(cooperation)”이라는 단어가 실무진 협의, 정보 교류, 기술 교환, 공동 투자 등 다양한 단계를 포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알래스카는 1867년 러시아가 미국에 매각한 지역이다. 러시아 정치인 일부가 종종 “역사적 영토 회복”을 거론하지만, 실제 영유권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알래스카 관련 발언은 양국 대중의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할 위험이 있어, 외교적 언어 선택이 각별히 주의되는 대목이다.
향후 관심 포인트
이번 발언이 정치적 제스처에 그칠지, 혹은 실질적 국책 프로젝트로 이어질지는 미·러 간 후속 접촉 빈도와 수준에 달려 있다. 업계에서는 ①제재 완화, ②기술 이전, ③공동 투자 구조에 대한 진전 여부를 ‘3대 체크포인트’로 제시한다.
특히 에너지·광물·해로(海路) 인프라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글로벌 자본시장·국내 정치 일정·환경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러시아 측이 최근 강조하는 ‘브릭스(BRICS)+’ 협력 프레임이 북극 협력 논의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기술적 용어 해설
북극 항로(Arctic Sea Route)는 북극해를 통과하는 짧은 해상 물류 통로로,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항로 대비 최대 40%까지 거리가 단축될 수 있다. 그러나 쇄빙(icebreaking) 기술과 극지 선박 안전이 필수적이며, 환경 리스크도 크다.
LNG(Liquefied Natural Gas)는 천연가스를 영하 162℃에서 액화해 부피를 약 600분의 1로 줄인 연료이다. 북극권 자원 개발 및 수송에서 기술·투자·제재 문제가 얽혀 있어, 미·러가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할 경우 ‘에너지 안보’와 ‘기후 대응’ 간 균형점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디터의 시각
러시아의 ‘단절된 채널 복원’ 의지가 사실이라면,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외교·경제 고립을 돌파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또한 북극 관할권 확보 및 기후 기술 우위를 위해 제한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작동할 수 있다. 결국 지정학과 기후경제가 맞물린 ‘협력·경쟁의 이중주’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