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안진 현장]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나란히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한 장의 사진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개막과 함께 전 세계 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2025년 9월 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진은 중국 톈진 메이장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 개막 직전 촬영됐다. 표면적으로는 세 정상이 허물없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지만, 전문가들은 경쟁적 라이벌 관계와 역동적으로 재편되는 권력 구조가 그 배경에 녹아 있다고 분석한다.
“용과 코끼리는 아직 춤추지 않는다.” 가우탐 밤바왈레 전 주중 인도대사는 CNBC Inside India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양국은 아직 같은 무도회장의 양쪽 끝에서 서로를 관찰하며 관계 회복의 비용과 효과를 저울질하는 단계”라며, 인도·중국 관계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1. 미해결 국경 분쟁과 파키스탄 변수*2020년 분쟁 이후 살인 사건 발생
인도와 중국은 2020년 갈완 계곡 충돌 이후 국경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다. 여기에 중국과 파키스탄 간의 경제회랑(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군사 협력·정보 공유가 강화되면서 뉴델리의 외교적 공간은 더욱 제약되고 있다.
2. 상하이협력기구(SCO)란 무엇인가?
SCO는 2001년 중국·러시아가 중심이 돼 출범한 안보·경제 협력체다. 현재 회원국·준회원국·옵서버 국가를 합치면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과 에너지·원자재 공급망의 핵심국이 참여한다. 그러나 실제 군사 공동대응 기제는 미비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최근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등 글로벌 분쟁에 SCO는 사실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제러미 챈, 유라시아 그룹
챈 연구원은 SCO의 ‘확대된 존재감’이 곧 ‘실질적 영향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3.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불러온 파장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인도가 미국산 제품에 부과해온 세계 최고 수준의 관세 때문에 미국 기업이 손해를 봐 왔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최근 인도가 모든 관세를 제로(0)로 낮추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미 늦었다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중국은 이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사우스(개도국 그룹)’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챈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SCO에 새 숨을 불어넣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은 자신들의 외교가 워싱턴보다 더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이라는 메시지를 부각하고 있다.
4. 미국 언론의 시선 — ‘트로이카의 부활’
뉴욕타임스는 “모스크바가 부활을 희망해오던 ‘중·러·인 3자 구도’가 미소로 구현됐다”고 전하며, 모디 총리가 푸틴과 함께 이동 차량을 공유한 장면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의 대(對)인도 관세 압박 속에서 뉴델리가 공개적 3각 협력을 피할 유인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5. 투자자가 주목하는 이유
SCO 소속 경제권은 세계 인구의 47%를, GDP로는 약 30%를 차지한다. 특히 에너지 루트와 희토류·원자재 교역이 집중된 지역인 만큼, 관세 전쟁이 공급망을 흔들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인도는 이번 회의에서 시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대화 채널은 계속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간접 전달했다. 그러나 인도 측이 SCO 군사 퍼레이드에 불참한 사실은 양국 간 해빙이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모디 총리는 일본 도쿄 일정을 마치고 톈진에 들어온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귀국해 ‘미·일·인도 협력’이라는 또 다른 축을 굳건히 했다.
6. ‘다극체제(Multipolarity)’ 개념차
베이징은 ‘다극체제’를 미국 단극 지배를 약화시키고 중국이 아시아 리더십을 확대하는 구조로 본다. 반면 뉴델리는 권력이 여러 국가로 고르게 분산돼 어느 한 국도 지배적이지 않은 상태를 선호한다. 이 차이는 향후 미·중·인 삼각 외교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SCO가 서방 제재 압박에서도 푸틴 대통령이 방어적 위치에 놓이지 않는 거의 유일한 국제 무대라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립을 심화해 온 모스크바에 SCO는 ‘정치적 숨구멍’ 역할을 한다.
전문가 관전 포인트
① 국경 갈등 재점화 여부 — 2024~2025년 양측 군 병력 증강이 계속되는지 주시. ② 관세 협상 —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출마 가능성과 미국 의회의 초당적 대중 무역 압박이 변수. ③ SCO의 제도화 — 현재 느슨한 협의체가 실제 군사·통화·무역 ‘공동 메커니즘’을 구축할지 여부가 향후 10년을 결정한다.
향후 전망으로는 단기적으로 ‘미소’ 이상의 구체적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렵지만, 글로벌 공급망 및 통화 시장에 중기적 파급을 미칠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한 장의 사진은 화기애애함을 전하지만, 그 속에는 전략·안보·경제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다면체가 존재한다. 사진이 보여준 미소만으로는 이들 세 국가 간 긴장과 공조의 미묘한 균형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향후 SCO를 둘러싼 회담과 미·중·인 외교의 향배가 더욱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