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스포츠웨어 기업인 안타(安踏, Anta Sports)가 최근 인수 중심의 글로벌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국제무대에 본격 진출했다. 지난주 독일의 푸마(Puma)에 대한 29% 지분을 18억 달러에 인수하는 거래를 성사시키며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지평을 넓혔다.
2026년 2월 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안타는 저가형에서 프리미엄까지 다양한 가격대와 카테고리를 포괄하는 다수의 브랜드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난 10여 년간 외형을 확장해왔다. 본사는 중국 동남부 푸젠성(福建省)에 위치해 있으며, 2025년 기준 중국 스포츠웨어 시장 점유율 23%로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안타의 기업가치는 약 280억 달러 수준으로 글로벌 순위에서 세 번째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창업자 겸 회장인 딩스종(Ding Shizong)은 더 큰 야망을 드러냈다.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이반 수(Ivan Su)는 “딩 회장은 안타를 세계 최대 스포츠웨어 그룹으로 만들고자 하며 지난 10년간 단계적으로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익명의 관계자는 푸마 거래가 안타의 최종 행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 공개 발언 권한이 없어 익명으로만 답했으며, “안타는 중국 기업 치고는 매우 공격적이고 야심이 크다. 기회가 생기면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타 측은 본지의 추가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배경: 공장 창업에서 글로벌 도전자까지
안타의 창업 스토리는 중국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1986년 딩스종은 푸젠의 소도시 출신으로 고등학교 중퇴 후 아버지에게서 1만 위안(약 1,441달러)을 빌려 친척 공장에서 만든 600켤레의 신발을 사들였다. 베이징에서 빠르게 매진시킨 뒤 수익을 고향 공장에 재투자하면서 소규모 작업장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해외 브랜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OEM)에 주력했으나, 자체 브랜드를 만들 경우 마진이 훨씬 높다는 점을 깨달아 1991년 안타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이후 딩 회장은 스스로를 ‘중국의 나이키’로 규정하는 시도를 꾸준히 부인하며 “세계적 수준의 안타를 만들겠다”고 반복해왔다.
전략의 차별화: 리닝과의 갈림길
2000년대 초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 대규모 진입하면서 안타와 국내 경쟁사인 리닝(Li Ning)은 서로 다른 전략을 택했다. 체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리닝이 1990년 설립한 리닝은 패션 중심의 디자인과 글로벌 런웨이 진출을 통해 단기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소비자 지출 감소와 경기 둔화 속에서 성장에 제약을 받았다.
안타는 반대로 대중층 기반을 유지하면서 전략적 인수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현재 안타 포트폴리오에는 자사 브랜드인 안타 이외에 중국과 동남아의 Fila, 스키웨어 브랜드 데상트(Descente), 한국의 아웃도어 개척자 콜론(Kolon Sport), 여성 액티브웨어 브랜드 MAIA Active, 아웃도어 중심의 잭울프스킨(Jack Wolfskin) 등이 포함되어 있다.
2018년의 도약: 아메르 스포츠(AMER Sports) 인수
안타의 가장 큰 도약은 2018년 아메르 스포츠(AMER Sports)를 62.9억 달러(6.29 billion USD)에 인수한 사례다. 아메르 인수 후 안타는 동일 그룹이 상장 재개한 2024년 초에도 최대 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아메르 산하에는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Arc’teryx)와 살로몬(Salomon), 그리고 테니스·풋볼 등 스포츠 장비를 만드는 윌슨(Wilson)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브랜드는 글로벌 및 중국 시장에서 인기가 급증했다.
아메르의 중국 내 성과는 안타의 푸마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최근 수년간 아메르는 중국 대륙에서 연간 40% 이상의 성장률을 꾸준히 기록해왔다. 이러한 성장은 프리미엄 매장 확장과 직접판매(Direct-to-Consumer, DTC) 채널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아크테릭스는 전 세계에 176개 매장을 운영하며, 그중 대륙 중국(그레이터 차이나)에는 75개 매장 및 20개 아울렛을 두고 있다.
푸마 인수의 의미: 부족하던 글로벌 ‘매스 마켓’ 축 보강
이번 푸마 지분 확보로 안타는 그간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했다. 푸마는 미국과 유럽에서 강한 인지도를 가진 대중적 브랜드로, 안타의 기존 프리미엄·아웃도어 중심 포트폴리오에 글로벌 매스 마켓 스케일을 제공한다. 푸마는 전체 매출의 약 7%만을 중국에서 발생시키는데, 이는 나이키나 아디다스보다 훨씬 낮은 수치로 평가된다. 모닝스타의 이반 수는 “푸마의 중국 사업은 오랜 기간 잘못 관리되어 왔다”며 “안타가 들어가면 더 크고 나은 매장에 대한 투자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타는 이미 자사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다. 중국 내 약 13,000개의 안타 매장이 포화에 가까운 상황에서 회사는 동남아시아를 주요 확장 지역으로 지목했고, 2028년까지 1,000개 신규 매장 오픈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보도 시점 기준으로는 다음 주에 비벌리힐스 플래그십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라고 알려졌다. 다만 중국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획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용어 설명: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핵심 용어 정의
여기서 사용된 몇 가지 용어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매스 마켓(mass market)은 대중적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군을 의미하며, 가격과 유통망에서 폭넓은 접근성을 특징으로 한다. 직접판매(Direct-to-Consumer, DTC)는 브랜드가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자체 매장과 온라인 채널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전략이다. 컨소시엄(consortium)은 대형 인수에서 여러 투자자나 기업이 함께 자금을 모아 인수에 참여하는 형태를 뜻한다.
시장 및 경제적 영향 분석
이번 거래는 중국 내외 스포츠웨어 시장 구도뿐 아니라 글로벌 패션·스포츠 산업 전반에 파급 효과를 줄 가능성이 있다. 첫째, 푸마의 글로벌 채널과 안타의 중국 내 강력한 유통망 및 현지화 역량이 결합될 경우 푸마의 중국 매출 비중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브랜드 간 경쟁 구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을 한층 더 높이는 요인이다.
둘째, 안타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가격대별 제품 라인을 강화해 경기 변동에 따른 리스크 분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팬데믹 이후 소비자 소비 패턴의 변화와 고급화 추세에 대응해 프리미엄 브랜드(예: 아크테릭스)의 매출성장과 함께 대중 브랜드(예: 푸마)의 볼륨 증가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
셋째, 투자자 관점에서는 안타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가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나, 동시에 인수 비용 부담과 통합 리스크가 단기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해외 브랜드 인수 후 현지 운영 체계와 브랜드 포지셔닝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 및 매장 리뉴얼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경쟁사인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중국 및 글로벌 시장에서 기존의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고 있으나, 안타의 공격적 확장으로 인해 특정 시장 세그먼트에서 점유율 방어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는 가격 경쟁, 마케팅 집행의 확대, 유통 채널 확보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 견해와 향후 전망
중국 시장조사기관 China Market Research Group의 매니징 디렉터 숀 레인(Shaun Rein)은 “아크테릭스와 살로몬은 중국에서 매우 잘 운영되는 브랜드 중 하나”라며 “안타는 현지 시장을 이해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중국 소비자 기호에 맞춰 재구성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은 푸마에도 적용될 여지가 크다.
중장기적으로 안타가 딩 회장의 목표대로 세계 최대 스포츠웨어 그룹으로 부상하려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가 필수적이다. 푸마 인수는 그 퍼즐의 핵심 조각이 될 수 있으며, 향후 추가 인수나 파트너십 가능성도 시장에서는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브랜드 통합과 로컬 마케팅 강화, 유통채널 재정비 등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점이 관건이다.
환율 참고: 작성 시점 환율은 $1 = 6.9378 중국 위안(인민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