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공군과 NATO 방공망이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제 무인기를 격추하며 전례 없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후, 폴란드가 자국 상공에서 직접 군사 자산을 투입·교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5년 9월 1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새벽 시간대에 “다수”로 표현된 러시아 드론이 서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던 중 폴란드 영공을 침입하자, 폴란드군은 자체 방공체계와 NATO 동맹 방어망을 동시에 가동해 이를 격추했다.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X(구 트위터)를 통해 “막대한 수”의 드론이 영공을 침범했다고 전하며,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쇼팽 국제공항을 포함한 일부 공항은 군사 대응 작전으로 잠정 폐쇄됐다가 현재는 운영을 재개했다. 러시아 드론으로 인한 민간 항공편 지연으로 터미널 곳곳에는 승객들이 긴 줄을 이루는 모습이 포착됐다.
“푸틴은 서방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의 안드리이 시비하 외무차관은 X에서 “대규모” 공습이 진행되는 동안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에 진입했다며,
“푸틴은 전쟁을 확전·확대하며 서방을 시험하고 있다”
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방국에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시급한 확충과 대러 추가 제재를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X를 통해 “약 8대”의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영토를 침범했다며 “이는 유럽 전체에 대단히 위험한 선례”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정부는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U, 19번째 대러 제재 패키지 추진
같은 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연례 State of the Union 연설에서 이번 공역 침범을 “무모하고 전례 없는 행위”로 규정하며 “유럽은 바르샤바와 완전한 연대를 이룬다”고 선언했다. 그녀는 27개 회원국이 러시아 화석연료 조기 퇴출, ‘그림자 선대’(제3국 선적을 통한 우회 수송 선박) 차단,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를 포함하는 제19차 대러 제재 패키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 라트비아의 에드가르스 린케비치스 대통령도 일제히 성명을 내 “폴란드 영공 침범은 단호히 규탄돼야 할 사안”이라며 연대를 표명했다.
美 행정부, ‘중·인도 100% 관세’ 카드 거론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2기를 맞은 미국 행정부는 EU에 중국·인도산 수입품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해 두 국가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자금원을 차단하자고 촉구했다. 워싱턴은 이를 통해 푸틴의 전쟁 자금 줄을 좁히겠다는 입장이다.
용어·배경 설명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북미·유럽 32개국이 가입한 집단 방위 동맹이다. ‘그림자 선대’란 제재 우회를 위해 제3국 선적 또는 선박 서류를 조작해 원유를 운송하는 선박들을 가리킨다. Dassault Rafale은 프랑스 다소(Dassault)사가 제작한 다목적 전투기로, 폴란드 F-16과 함께 이번 사태 이미지에 등장했다.
2022년 11월 폴란드 프셰보두프 마을에 미사일이 떨어져 민간인 2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발사체는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로 추정됐지만, NATO는 “궁극적 책임은 러시아에 있다”고 밝혔다. 이번 드론 사건은 그 이후 폴란드 영토가 직접 공격 위험에 노출된 두 번째 사례다.
전망과 과제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동유럽 NATO 회원국의 방공망을 지속적으로 시험하며 억제 실패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EU와 NATO가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차원의 보다 강력한 가시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유사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동안 꺼졌던 ‘유럽 전면 충돌’ 리스크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유가·곡물가·방산주 등 글로벌 자산 가격에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EU 제재 강도, 러시아의 대응, NATO의 후속 조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