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마트폰 왕좌를 두고 다시 맞붙은 애플과 삼성의 경쟁이 ‘화면 혁신’을 축으로 재점화됐다. 2014년 대화면 iPhone 6 출시 이후 잠시 주춤했던 양사의 구도가 10여 년 만에 ‘폴더블’이라는 새 변수로 흔들리고 있다.
2025년 8월 16일(현지시간)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 자료에서 삼성전자의 2분기 미국 스마트폰 출하량 점유율이 23%에서 31%로 급등한 반면, 애플은 56%에서 49%로 하락했다.
“애플이 여전히 1위지만,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변동 폭이 크게 나타났다”
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 흐름도 엇갈렸다. 올해 들어 애플 주가는 7.5% 하락하며 미국 빅테크 가운데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종목을 하회했다.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2025년 들어 약 35% 상승했다. *주가 기준: 2025년 8월 16일 종가
폴더블폰, ‘캔디바’ 틀 깨다
삼성은 7월 뉴욕 행사를 통해 Galaxy Z Fold 7과 Z Flip 7을 공개했다. Z Fold 7은 화면을 펼치면 태블릿 크기로 확장되고, Z Flip 7은 과거 폴더폰처럼 반으로 접히는 디자인이다. 이 밖에도 얇고 가벼운 Galaxy S25 Edge 등 총 650달러에서 2,400달러까지 아우르는 제품군을 내세웠다.
폴더블폰은 접었다 펼 수 있는 힌지(hinge·경첩) 구조가 핵심이다. 2019년 1세대 제품은 주름·파손 문제로 혹평을 받았으나, 삼성은 “이제는 내구성에 대한 트레이드오프가 사라졌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한 유튜버가 Z Fold 7을 20만 번 이상 접고 펴는 라이브 스트리밍 영상은 누적 조회수 1,500만 회를 넘겼다.
소셜미디어 분석업체 Sprout Social에 따르면 한 달간 삼성 프리미엄 기기에 대한 언급이 5만 건 넘었고, 그중 83%가 긍정·중립이었다. 이는 ‘제품 내구성 논란’이 소비자 신뢰 회복으로 돌아선 신호라는 평가다.
관세·가격·제품 폭: 三重 효과
애널리스트들은 2분기 점유율 변화의 배경으로 관세 정책을 첫손에 꼽는다. 제조사가 조달·물류 프로세스를 재편하면서 공급 물량이 왜곡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카날리스의 루나르 뵈르호브데 애널리스트는 “삼성은 650달러부터 2,400달러까지 가격대 전 구간을 커버하며 소비자를 ‘모두’ 포섭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애플은 2017년 iPhone X 이후 디자인 변화가 제한적이었다. 현재 판매 중인 iPhone 16 시리즈는 829달러(128GB)부터 1,599달러(1TB)까지 네 가지 기종이 전부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내달 더 얇은 ‘iPhone Air(가칭)’를 선보여 S25 Edge와 정면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본다.
애플, ‘폴더블’로 응수?
J.P. 모건체이스 사믹 채터지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2026년 9월 iPhone 18 라인업에서 첫 폴더블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 전망했다. 예상 출고가는 1,999달러부터로, 현재 애플 최고가 모델(iPhone 16 Pro Max 1TB·1,599달러)을 훌쩍 웃돈다.
이는 ‘평균판매가격(ASP)’을 끌어올려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Bjorhovde 애널리스트 역시 “새 폼팩터는 애플이 가격을 한 단계 더 높일 기회”라고 진단했다.
AI 경쟁 구도도 변수
삼성을 포함한 안드로이드 진영은 구글 Gemini AI를 탑재해 서클 투 서치(circle-to-search) 등 신기능을 제공한다. 예컨대 Z Fold 7에서는 사용자가 화면 일부를 원으로 그리면 — 접힌 다른 화면으로 원본 콘텐츠를 유지하면서 — 추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멀티태스킹 효율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애플은 올해 ‘애플 인텔리전스’와 차세대 Siri 출시를 2026년으로 미룬 상태다. 투자자들은 AI 행보 지연이 판매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하지만, 채터지는 “애플은 ‘기술 성숙 후 채택’ 전략을 고수해 왔으며, 아직 브랜드 충성도가 강력하다”고 진단한다.
용어 한눈에 보기
폴더블(Foldable) : 화면이 접히는 스마트폰. 접었을 때 휴대성이 높고, 펼쳤을 때 태블릿급 대화면을 활용할 수 있다.
캔디바(Candy Bar) : 전통적인 직사각형 스마트폰 형태를 뜻하는 업계 용어. ‘캔디바폰’이라고도 부른다.
프리오더(Pre-order) : 공식 출시 전 예약 판매를 의미하며 초기 수요 지표로 활용된다.
힌지(Hinge) : 폴더블폰을 접었다 펼 때 축 역할을 하는 경첩 부품. 내구성이 폴더블 성공의 핵심이다.
ASP(Average Selling Price) : 평균판매가격. 신제품 가격 전략을 파악하는 핵심 지표다.
기자 시각
폴더블폰이 ‘주류’로 진입하는 순간 애플과 삼성의 경쟁은 단순 점유율 싸움을 넘어 ‘폼팩터 혁신’과 ‘AI 경험’이라는 복합전장으로 확대된다. 애플이 후발주자로서 어느 시점에 폴더블 시장에 뛰어들지, 그리고 자사 생태계(iOS·서비스) 강점을 어떻게 결합할지가 향후 3년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재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