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CEO, ‘매력적인’ 투자 카드로 미·EU 관세 협상 별도 혜택 노린다

베를린—폭스바겐(Volkswagen) CEO 올리버 블루메가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광범위한 무역 협상이 타결된 이후, 회사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지렛대 삼아 추가적인 관세 인하를 끌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5년 7월 25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블루메 CEO는 8월 1일로 예정된 협상 마감 시한을 앞두고 투자 약속이 관세 갈등 해소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리버 블루메는 이날 2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투자자 컨퍼런스 콜에서 “

미국과 EU가 공정 무역을 보장하는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를 기대한다

”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일본과 합의한 수준인 15% 관세가 유럽에도 적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자동차·부품 25% 고율 관세를 대체하는 안이다.

블루메는 EU 15% 관세가 확정된 뒤 폭스바겐만의 별도 딜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미국에 매우 매력적인(very attractive) 투자 패키지를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현재 미 행정부와 ‘건설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세부 투자 계획은?
투자자들이 구체적인 투자 항목을 묻자 그는 “스케일 업이 가능한 프로그램(scalable programme)”이라고만 언급하며, 수익성이 명확한 프로젝트 중심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폭스바겐의 프리미엄 브랜드 Audi 생산 공장을 미국에 신설하는 가능성도 언급됐다. 현재 아우디는 북미 지역에 독자적인 생산 거점이 없다. 업계는 이를 통해 블루메 CEO가 미국 정부와 ‘윈윈’ 구도를 마련하려 한다고 해석한다.


EU 관세 협상의 배경
미·EU 간 협상에서 30% 관세가 8월 1일부로 자동 발효되는 것을 피하려면 양측이 15% 선에서 타협해야 한다. 블루메 CEO는 최소한 ‘최악의 시나리오(30%)’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일본이 개별 협상으로 15%를 이끌어낸 사실에 주목했다.

프랑스 부품업체 OpMobility의 로랑 파브르 CEO도 전날 “EU라는 블록이 개별 국가보다 더 나은 조건을 얻지 못한다는 점은 불균형을 보여준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최악은 피했지만 이것이 결코 ‘좋은 합의’라 단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용어 해설
스케일러블 프로그램(scalable programme)은 초기 투자 이후 시장 수요에 따라 설비·생산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유연한 투자 모델을 의미한다. 또한 관세(tariff)는 수입품에 매겨지는 세금으로, 국가 간 무역 분쟁에서 협상 카드로 자주 활용된다.


전문가 관점 — ‘투자+정치’ 전략 통할까
기자가 취재한 복수의 국제통상 전문가는 “투자 유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포인트”라며 폭스바겐의 전략적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실제 관세 인하 폭과 규제 완화 범위가 ‘불확실성의 영역’에 놓여 있어, 투자 대비 혜택이 충분할지에 대해선 신중론도 적지 않다.

특히 미국 내 공장 신·증설은 높은 인건비와 환경 규제, 노조 협상 등 추가 비용을 동반한다. 2024년 기준 미국 남부 공장의 평균 시급은 25달러로 독일 본사 대비 1.2배 수준이다. 이런 고정비 증가를 상쇄하려면 최소 15% 이상의 관세 절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장 영향 및 전망
이번 발언 직후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폭스바겐 우선주(VOWG_p)는 전일 대비 1.8%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관세 불확실성 완화’가 실적 회복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다만 관세 협상 결과가 8월 1일 이전에 확정되지 않으면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결국 폭스바겐의 미국 투자 카드는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강력한 전술이지만, 투자 비용이 실질적 관세 혜택과 맞물리지 않을 경우 ‘독이 든 성배’가 될 위험도 상존한다. 업계는 향후 몇 주간의 협상 테이블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미래 판도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