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미국 관세 충격으로 연간 가이던스 하향·2분기 수익 급감

독일 드레스덴에 위치한 폭스바겐 공장에서 2025년 5월 14일, 한 직원이 신형 ID.3 전기차의 최종 품질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사진=Sean Gallup | Getty Images News

2025년 7월 2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제조 대기업 폭스바겐(Volkswagen)은 미국발 관세 쇼크로 인해 연간 실적 지침(가이던스)을 하향 조정했으며, 2분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은 4~6월 석 달 동안 영업이익 38억3,000만 유로(약 44억9,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의 54억 유로 대비 29%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FactSet)이 집계한 컨센서스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폭스바겐의 2분기 영업이익이 39억4,000만 유로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실적은 이를 밑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08억 유로로, 애널리스트 전망치 822억 유로에 미달했다. 수익성과 매출이 동시에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셈이다.

폭스바겐은 오랜 기간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미국 관세 영향 평가를 내놓으면서, 2025 회계연도 영업이익률(Operating Return on Sales) 전망치를 기존 5.5%~6.5%에서 4%~5%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또한 연간 매출 증가율 전망도 기존 “전년 대비 최대 5% 성장”에서 “전년 수준과 유사”로 낮췄다. 이는 대미(對美) 수출 물량 감소와 전기차 비중 확대에 따른 평균 판매단가 하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최근 여러 도전에 직면했다. 중국 브랜드의 공세, 고금리로 인한 내수 침체,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25% 수입 관세가 대표적이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5년 1월 복귀 취임 이후 관세 정책을 대대적으로 강화했다.

“상반기 실적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편으로는 신차 판매 호조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분의 1 가까이 감소했다.” — 아르노 안틀리츠(Arno Antlitz), 폭스바겐 최고재무책임자(CFO)

안틀리츠 CFO는 이어 “저마진 순수 전기차 판매 비중 확대, 미국 관세 인상, 그리고 구조조정 비용 증가가 수익성을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공급망과 관세 민감도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매우 높아 관세 변화에 민감하다. 부품·완성차 물류가 국경을 여러 차례 오가므로, 관세율 1% 변화만으로도 제조원가와 소비자가격이 크게 요동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EU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을 8월 1일부터 30%로 인상하겠다고 경고해 추가 압박을 가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잠재적 보복 조치를 모색 중이다.

폭스바겐은 하반기에도 미국 수입 관세 27.5%가 지속될 것으로 가정했으며,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는 하반기 이익 가이던스에 보수적으로 반영됐다는 의미다.

※ 용어 풀이
Operating Return on Sales(영업이익률)은 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율로, 기업의 영업 효율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통상 6% 이상을 안정적 수준으로 본다. 폭스바겐이 새로 제시한 4%~5%는 업계 평균 대비 낮아진 수치다.

업계 파급효과와 전망

관세 부담은 독일 프리미엄 제조사뿐 아니라 프랑스·이탈리아 브랜드 등 유럽 전반에 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기차 전환 비용과 맞물려 원가 체질 개선이 시급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관세 인상 → 이익 감소 → R&D 투자 위축 → 제품 경쟁력 저하”라는 악순환을 경고한다. 반면 일부 애널리스트는 북미 현지 생산 확대가 장기적으로는 유럽 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지켜낼 수 있는 해법이 될 것으로 본다.

폭스바겐은 이미 테네시주 채터누가(Chattanooga) 전기차 공장 증설과 멕시코 배터리팩 합작사 설립 등을 검토 중이라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그러나 투자비 부담과 노사 협상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전기차 전략의 딜레마

올해 상반기 폭스바겐 그룹 전체 판매 중 순수 전기차(BEV)가 차지하는 비중은 17% 수준으로, 전년 대비 5%포인트 상승했다. 저마진 BEV 확대는 친환경 규제를 충족하는 동시에 판매량을 늘릴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익률 악화를 초래하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폭스바겐은 “MEB+ 차세대 플랫폼배터리 자체 생산을 통해 2026년 이후 BEV 원가를 20% 절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회사 발표 자료 기준

투자자 반응

실적 발표 직후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폭스바겐 보통주(VOW3)는 장중 한때 4% 하락했다가, CEO 올라프 셀머의 “비용 절감 가속화” 언급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장중 거래 데이터, 13:00 CET 기준

기관투자가들은 관세 및 구조조정 리스크가 완화될 때까지 보수적 스탠스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는 “미국 대선 결과, 유럽연합 대응 등 정책 변수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 시점에서 업계의 핵심 과제는 ① 미국 시장 접근 전략 재편 ② 전기차 수익성 제고 ③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로 요약된다. 폭스바겐의 실적 변동은 동종업체인 BMW,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 등에도 도미노 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크다.


CNBC의 제니 리드(Jenni Reid) 기자가 이 기사 작성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