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Volkswagen) 그룹이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 오토모티브(Rivian Automotive)와의 합작으로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전자 아키텍처를 장차 내연기관차(ICE)에도 확장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폭스바겐은 당장의 우선 순위가 배터리 전기차(BEV) 적용임을 분명히 하며, 내연기관으로의 확대 여부는 이후 단계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11월 12일,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팔로앨토(Palo Alto)에서 폭스바겐은 리비안과의 합작법인 RV Tech가 개발 중인 차세대 확장형(스케일러블) 차량 소프트웨어·전장 아키텍처가 장기적으로는 폭스바겐의 다양한 파워트레인 차량에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브랜드 전반 아키텍처 통합은 최근 폭스바겐의 핵심 과제다. 폭스바겐은 Cariad라는 사내 소프트웨어 조직에서의 반복적 지연으로 인해 그룹 차원의 기술 아키텍처를 단일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플랫폼을 가로지르는 소프트웨어·전자 부문의 유기적 통합이 더욱 중요해졌고, 이번 리비안과의 기술 파트너십은 그러한 격차를 해소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평가된다.
폭스바겐은 리비안과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확장형 차량 플랫폼 개발 속도를 높이고, 테슬라 및 중국 경쟁사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확장형’이란, 동일한 소프트웨어·전자 아키텍처를 다양한 차급과 차종에 폭넓게 적용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개발·유지 비용을 낮추는 접근을 뜻한다.
카르스텐 헬빙(Carsten Helbing) RV Tech 합작법인 공동 대표는 “분명히, 이는 매우 역량이 뛰어난 아키텍처이며 앞으로 내연기관차(ICE)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밝힌 대로 우리의 명확한 초점은 BEV 구현에 있으며, 그 이후에 무엇을 할지는 추후 단계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7,500달러(USD)의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 만료 이후 전기차 수요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폭스바겐을 비롯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강화하는 중국 제조사들의 시장 확대로 인해 경쟁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수요·경쟁 환경 변화 속에서 폭스바겐의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는 생존 전략의 핵심축으로 부상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리비안에 58억 달러 투자에 합의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Cariad에서의 차질 이후 소프트웨어 역량을 보강하려는 시도로 널리 해석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폭스바겐은 전장·소프트웨어 기반 경쟁력에서의 약점을 보완하고, 그룹 브랜드 전반에 통일된 아키텍처를 이식하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양사는 올해 말까지 혹한기 주행 테스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테스트는 혹한 환경에서 시스템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폭스바겐과 그 자회사인 스카우트(Scout), 아우디(Audi)의 모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는 소프트웨어·전자 아키텍처가 낮은 온도, 눈·빙판, 배터리 온도 관리 등 가혹 조건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동작하는지를 따지는 절차다.
ID.Every1로 알려진 폭스바겐의 차세대 콤팩트카는 RV Tech 소프트웨어와 전장 아키텍처를 처음으로 탑재할 계획이며, 출시는 2027년으로 예정됐다. 이는 합작 기술의 양산차 첫 적용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아울러 10년대 말까지 폭스바겐 그룹의 스케일러블 시스템 플랫폼(SSP) 기반 모델 다수가 합작법인의 소프트웨어와 전자 시스템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공용 플랫폼에 단일 아키텍처를 심는 전략은 기능 업데이트의 일관성과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효율, 개발·조달 비용 관리에서 중요한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
용어 설명과 맥락
– ICE(Internal Combustion Engine): 내연기관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차량을 의미한다. 가솔린·디젤 등이 해당된다.
– BEV(Battery Electric Vehicle): 배터리와 전기모터만으로 구동되는 순수 전기차를 뜻한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나 하이브리드는 포함하지 않는다.
– 스케일러블 아키텍처: 하나의 소프트웨어·전자 기반을 다양한 차급·차종으로 확장 적용하는 개념이다. 개발 재사용성을 극대화해 속도와 비용을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다.
– Cariad: 폭스바겐 그룹의 사내 소프트웨어 조직으로, 차량용 운영체제·디지털 기능 개발을 담당한다. 기사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프로젝트 지연이 누적되며 그룹 아키텍처 통합에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 RV Tech: 폭스바겐과 리비안의 합작법인으로, 차세대 소프트웨어·전장 아키텍처 개발을 이끈다.
의미와 파장: 왜 중요한가
첫째, 폭스바겐이 BEV 우선을 재확인하면서도 ICE 적용 가능성을 언급한 점은, 단일 아키텍처의 범용성과 확장성을 통해 그룹 전체의 복잡성 감소와 원가 효율화를 추구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즉, 전기차에서 먼저 완성도를 끌어올린 뒤 필요할 경우 내연기관 라인업에도 단계적으로 적용하여 개발 파편화를 줄이겠다는 설계 철학이 읽힌다.
둘째, 7,500달러 세액공제 만료 이후 미국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 유럽 내 중국 업체의 가격 공세 등 외부 환경은 원가·속도·품질의 동시 달성을 요구한다. 단일 소프트웨어·전장 코어의 구축은 OTA 업데이트 민첩성, 사이버 보안 통제, 기능 확장의 체계화를 통해 총소유비용(TCO) 절감과 고객 경험 개선을 돕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셋째, 혹한 테스트와 같은 극한 검증 절차는 차세대 아키텍처의 실차 신뢰성 확보에 필수적이다. 특히 배터리 열관리와 센서 융합, 소프트웨어 안정성은 저온 환경에서 취약해질 수 있어, 이 구간에서의 성능은 양산 전 최종 품질의 핵심 지표로 간주된다.
넷째, 2027년 ID.Every1에의 초도 적용과 10년대 말 SSP 전개는 로드맵 가시성을 높인다. 명확한 이정표는 파트너 생태계와 공급망의 준비를 촉진해 품질과 원가 측면의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경쟁 구도 속 전략적 함의
테슬라 및 중국 전기차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역량은 차별화의 선결 요소다. 폭스바겐-리비안 합작은 58억 달러 규모의 자본 투입과 함께, 외부 파트너십을 통해 내부 지연을 만회하고 제품 주기를 단축하려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핵심 역량의 내재화와 전략적 외부 협업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완성차 업계의 최근 흐름과 맞닿아 있다.
동시에, 내연기관까지 포괄 가능한 아키텍처 설계는 전동화 전환 속도가 지역별로 상이한 현실을 고려한 유연성 확보로 읽힌다. 지역 규제·인프라·소비자 수요를 감안할 때, 동일한 소프트웨어 코어를 기반으로 한 다중 파워트레인 대응력은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헤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전망
요약하면, 폭스바겐은 BEV 우선 전략을 유지하되, 리비안 합작 아키텍처를 통해 그룹 전반의 기술 표준화와 확장성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올해 말 혹한 테스트와 2027년 ID.Every1 적용, 그리고 10년대 말 SSP 확대라는 일련의 로드맵은 실행 동력을 보여주는 이정표다.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해 테슬라 및 중국 업체와의 격차를 줄이려는 전략이 가시화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