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모터(Ford Motor)가 ‘새로운 모델 T 순간’을 선언하며 전기차(EV) 대중화를 겨냥한 ‘포드 유니버설 차량 플랫폼(Ford Universal Vehicle Platform)’을 공개했다. 이는 1908년 출시된 모델 T가 대량생산 방식을 혁신해 자동차 보급률을 끌어올렸던 역사적 사례를 재현하겠다는 포드의 의지로 해석된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포드는 켄터키주 루이빌(Louisville) 공장에 20억 달러를 신규 투입해 ‘스컹크웍스(Skunkworks)’ 프로젝트 기반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스컹크웍스’는 항공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의 기밀 개발 조직에서 유래한 용어로, 소수의 인력으로 빠르고 유연하게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은행권 시각: “전기차 제조 판도 전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포드가 EV 선도 기업들의 제조 노하우를 적극 흡수해 매력적인 가치 제안을 내놓고 있다”고 평가하며, 종목 투자의견을 ‘매수(Buy)’, 목표주가를 14달러로 재확인했다.
포드는 새 플랫폼을 통해 첫 번째 모델로 전기 픽업트럭을 2027년 출시할 예정이다. 출시가는 약 3만 달러로, 기존 내연기관 픽업 대비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BofA는 “상용차 부문에서 포드의 독보적 점유율을 감안하면 총소유비용(TCO) 측면이 특히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경쟁 구도 및 가격전략
같은 해 슬레이트 오토(Slate Auto) 역시 2만7,500달러대 전기 픽업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가격·성능·운영비 절감을 놓고 두 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제조 혁신: ‘테슬라 + 중국 OEM’ 모델 차용
BofA 보고서에 따르면 포드는 테슬라와 중국 완성차 업체(OEM)들이 채택해온 경량화·단순화 프로세스를 과감히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선 길이 4,000피트(약 1.22km) 제거, 패스너(fastener·고정용 볼트) 25% 감축, 부품 수 20% 축소 등이 추진된다.
또한 포드는 테슬라의 ‘기가캐스팅(gigacasting)’과 유사한 유니캐스팅(unicasting) 기술을 도입해 차체를 대형 단일 부품으로 찍어내 생산 단가와 조립 시간을 대폭 줄일 계획이다. 아울러 직렬형 조립 라인 대신 병렬(Parallel) 생산 방식으로 전환해 제조 속도를 최대 15%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됐음에도, 포드는 ‘차세대 전동화 물결’을 겨냥해 철저히 준비해 왔다.” — 뱅크오브아메리카 보고서
‘모델 T 모멘트’란 무엇인가?
1900년대 초반 헨리 포드가 개발한 모델 T는 이동조립라인 개념을 도입, 생산 시간을 1차 세계대전 전 기준 12시간에서 90분으로 단축하며 자동차 대중화를 견인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새로운 모델 T’ 프로젝트가 당시 혁신적 생산 방식에 버금가는 제조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전망 및 함의
EV 시장은 가격 민감도가 높고, 충전 인프라·배터리 공급망 이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필자는 포드의 ‘30,000달러 전기 픽업’ 전략이 법인·공공기관·중소 사업자를 중심으로 초기 판매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한다. 동시에 슬레이트 오토 등 신생 기업과의 가격 경쟁이 시장 전반의 EV 평균 판매가격을 낮추는 규모의 경제 가속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병렬 생산·유니캐스팅 등 신기술은 초기 투자비가 크고 공정 안정화에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품질 관리와 부품 공급망 탄력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원가 절감 효과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할 위험도 상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ofA가 언급했듯, 포드는 미국 내 포트폴리오 확장과 함께 유럽·라틴아메리카·아시아 등 해외 상용차 시장까지 겨냥하고 있어, 이번 플랫폼이 ‘글로벌 전기 픽업’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