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지리, 유럽 공장 활용 및 기술 제휴 논의 중

포드(Ford)와 중국의 지리(Geely)가 제조와 기술 분야에서 잠재적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로이터에 전했다. 이들 간의 협상은 자동차업계 전반에서 기술 개발과 생산 비용을 분담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2026년 2월 4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총 8명의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들이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들 가운데 3명은 지리가 유럽 내 포드 공장 시설 일부를 활용해 해당 지역에서 판매할 차량을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2명의 관련자는 자율주행(automated driving)을 포함한 공동 차량 기술 프레임워크에 대한 협의도 오가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관계자들은 유럽 생산을 중심으로 한 논의가 보다 진전돼 있다고 전했다. 포드는 이번 주 중국에 대표단을 파견해 협상을 가속화했으며, 이는 지난주 미시간에서 지리의 고위 임원들과 포드 경영진 간의 회동에 이어진 것이라고 일부 관계자들이 말했다.

협상은 수개월째 이어져 왔다고 5명의 소식통이 전했으며, 이들은 진행 중인 논의이므로 익명을 요청했다. 로이터는 협상의 전체 범위나 이번 논의가 최종적으로 합의로 이어질지, 또는 미국 시장을 포함할지 등을 즉시 확인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지리 측은 논평을 거부했다. 포드는 “우리는 항상 다양한 주제에 대해 많은 기업들과 논의를 하고 있다. 때로는 그 논의가 결실을 맺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고 밝혔다.

미·중 규제와 관세 환경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부과된 관세와 제재로 인해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배제된 상태다. 미국은 차량의 데이터 수집 및 소프트웨어가 국가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중국산 차량과 기술에 대한 강경한 규제를 시행했다. 만약 중국의 고급 차량 기술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는 협의가 포함된다면, 트럼프 행정부 및 일부 의원들의 엄격한 심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포드의 전략적 필요성

이번 협상은 포드가 커넥티드 카(connected-vehicle) 기술과 자율주행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사들에 뒤처진 것을 만회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해당 분야는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업체와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특히 공을 들이는 영역이다. 포드 CEO 짐 팰리(Jim Farley)는 중국이 전기차(EV)와 커넥티드 기술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모습을 “가장 겸허하게 만드는 일(the most humbling thing I have ever seen)”이라고 작년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표현했다.

팰리는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포드와 중국 자동차업체 간의 합작을 반대할지 여부에 관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적절한 가드레일이 있고 우리가 올바른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정부 전반에 걸쳐 개방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유럽 관세 회피 가능성 및 공장 후보지

지리가 포드의 유럽 공장 공간을 활용해 일부 차량을 생산하면 중국에서 직접 수입한 전기차에 부과되는 유럽연합(EU)의 관세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U는 2024년 중국산 전기차 수입에 대해 최고 37.6%의 잠정 관세를 도입한 바 있으며, 이는 보조금으로 인해 불공정 경쟁이 우려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관계자들은 포드의 스페인 발렌시아(Valencia) 공장이 이번 논의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공장이라고 전했다.

유사한 사례와 지리의 글로벌 전략

여러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유럽 내 생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중국 완성차 리프모터(Leapmotor)의 차량은 스텔란티스(Stellantis)의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공급사들도 유사한 합의를 체결 중이다. 중국의 광저우자동차그룹(GAC)과 샤오펑(Xpeng)은 오스트리아의 마그나(Magna) 시설에서 전기차 모델을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지리는 르노(Renault)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과 브라질에서 지리 기술을 적용한 차량을 르노의 공장과 판매망을 이용해 공동 생산·판매해 왔다. 이러한 전략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 르노 브랜드의 유럽 외 판매는 2025년 전년 대비 11% 증가했으며 이는 2024년의 -0.6% 감소와 대비되는 수치다.

지리 오토(Geely Auto)는 즈크르(Zeekr)와 링크앤코(Lynk & Co) 브랜드를 포함해 2025년 판매가 전년 대비 39% 증가해 300만 대를 조금 웃도는 수준을 기록했다. 볼보(Volvo Cars)와 로터스(Lotus) 등 다른 계열 브랜드들을 포함하면 지리는 BYD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중국 완성차 그룹이다.

지리의 인수·제휴 역사

창업주 리슈푸(Li Shufu)는 지리를 통해 활발한 해외 파트너십과 인수 활동을 전개해 왔다. 지리는 2010년 포드로부터 볼보를 18억 달러(미화)에 인수한 바 있다. 이는 지리의 국제화 전략을 상징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2026년 2월 4일 오후 장에서 지리의 홍콩 상장 주식은 장중 하락분을 만회해 거래를 마치며 0.6% 상승 마감했다.

미국 규제·정책 변수

만약 이번 협상이 미국을 대상으로 한 차량 또는 기술 이전을 포함할 경우, 의회와 행정부의 강도 높은 심사가 예상된다. 이미 일부 미 의원들은 포드가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로부터 배터리 기술을 라이선스 받아 미시간 공장에 적용한 결정을 문제 삼은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초안을 마련한 규정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국가안보 우려로 인해 미국에서 판매·사용되는 커넥티드 차량에 중국 등 ‘적대국(adversary)’의 통신기술 및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로이터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차량 및 기술의 미국 시장 접근을 차단하려는 노력을 이끌던 상무부 관리 엘리자베스 “리즈” 캐넌(Elizabeth “Liz” Cannon)을 사실상 축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규정은 여전히 유효하며,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로서는 이를 변경할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 자동차업체가 미국 내에 공장을 설립하고 투자와 일자리를 가져온다면 환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술·생산 협력의 시장 영향 분석

전문적 분석 관점에서 보면, 포드와 지리의 협력 가능성은 다음과 같은 경제적·시장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유럽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비용을 회피하면 최종 소비자 가격 경쟁력이 제고돼 중국계 전기차의 유럽 내 시장 침투가 더 빨라질 수 있다. 둘째,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기술의 공동 개발은 연구개발(R&D) 비용을 분담해 기술 발전 속도를 높일 수 있으나, 기술 표준·데이터 처리·보안 문제에서 규제 리스크가 동반된다. 셋째, 미국 시장으로의 기술 이전이나 부품 조달이 포함될 경우, 미·중 지정학적 긴장과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되어 거래 성사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포드가 외부 기술을 통해 단기간에 경쟁력 격차를 줄일 경우 주가와 실적 전망에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으나, 규제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럽 생산 확대 기대감으로 해당 지역 소재 부품업체의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용어 설명(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부연)

관세(tariff):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특정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낮춰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수단이다. 이번 EU의 잠정 관세(최대 37.6%)는 중국산 전기차에 적용되는 사례다.

커넥티드카(connected vehicle): 차량과 외부 네트워크가 연결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데이터 전송, 원격제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량을 말한다. 이와 관련된 통신 기술과 데이터 처리는 국가안보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자율주행(automated driving): 운전자의 개입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기술 계열을 의미한다. 레벨(Level) 구분에 따라 다양한 자율성 단계가 있다.

CATL: 중국의 대형 배터리 제조사인 컨템포러리 암페렉스 테크놀로지(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Co. Limited)의 약자다. 포드는 과거 CATL과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종합 평가

포드와 지리 간의 논의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비용 분담·현지화·기술경쟁력 확보라는 트렌드를 반영한다. 유럽 생산을 통한 관세 회피와 기술 협력은 양사에 단기적·중기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으나, 미국 시장과의 연계 여부에 따라 정치적·규제적 변수가 거래 성사와 범위를 결정할 것이다. 향후 협상 결과는 유럽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와 공급망 재편, 그리고 관련 부품·소프트웨어 업체의 사업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