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은퇴자금을 얼마나 모아 두고 있을까?’라는 질문은 간단해 보이지만, 단 하나의 숫자로 답하기는 쉽지 않다. 뮤추얼펀드 운용사이자 대규모 퇴직연금(401(k)) 플랜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는 뱅가드(Vanguard)가 최근 공개한 통계 자료는 이 간극을 여실히 보여 준다.
2025년 7월 27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뱅가드는 고객 480만 개 직장 기반 퇴직계좌를 분석한 연례 보고서 ‘How America Saves 2025’를 통해 평균(Mean) 잔액 14만8,153달러와 중앙값(Median) 잔액 3만8,176달러라는 두 가지 벤치마크를 제시했다. 두 지표 사이의 현격한 격차는 소득·연령·근속연수·고용주 매칭 비율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더욱 확대된다고 설명한다.
평균은 전체 계좌 잔액을 합산한 뒤 계좌 수로 나눈 값이지만, 중앙값은 잔액을 크기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확히 중간에 위치한 계좌의 금액을 뜻한다. 따라서 소수의 초고액 계좌가 존재하면 평균이 크게 치우치지만 중앙값은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보통 수준’을 반영한다. 이 같은 통계 개념은 국내 투자자에게도 다소 생소할 수 있어, 평균과 중앙값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왜 두 숫자가 이렇게 다를까? 뱅가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계좌 중 16%만이 25만 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28%는 1만 달러 미만에 불과하다. 즉, 상위 소수의 고액 계좌가 평균을 끌어올린 셈이다.
연령별 편차도 눈에 띈다. 25~34세 그룹은 평균 4만2,650달러, 중앙값 1만6,255달러에 그쳤지만 65세 이상 그룹은 평균 29만9,300달러, 중앙값 9만5,425달러를 기록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시장 복리 효과와 저축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잔액이 커진다.
미국 보험사 노스웨스턴뮤추얼(Northwestern Mutual)은 미국인이 ‘안락한 노후’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평균 자산 규모를 126만 달러로 추산한다.
이는 뱅가드가 제시한 어떤 연령대 평균·중앙값보다도 훨씬 큰 규모다. 결국 다수의 가계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큰 격차를 경험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타인의 숫자’보다 ‘나의 프로세스’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고액 상속, 복수 계좌 보유, 관대한 매칭 정책 등 개인별 변수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매년 소득의 15%를 인덱스펀드에 30년 이상 꾸준히 투자하는 등 ‘통제 가능한 행동’이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일도 중요하다. 예컨대 67세 은퇴를 목표로 삼았다면, 현재 잔액·예상 수익률·추가 저축액을 바탕으로 역산(Back-casting)해 구체적인 월별·연간 저축 목표를 도출할 수 있다. 목표 설정 → 실행 → 검증 → 보완의 선순환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문가 시각(기자 의견)*
이번 보고서는 평균치에만 의존한 ‘착시 효과’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 준다. 중앙값은 대다수 근로자의 실제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정책 입안자와 기업 인사 담당자도 중앙값을 참고해 제도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개인 투자자는 ▲연령▲소득▲가족 구조▲연금·보험 가입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산 배분 비율과 저축률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시장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 투자 습관을 체화하는 것이 은퇴 후 삶의 질을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모틀리풀(Motley Fool)이 작성한 원문을 기반으로, 한국어 독자에게 맞춰 재구성·번역했다. 기사에 언급된 특정 증권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며, 투자 결과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