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과 충돌한 앤쓰로픽, 정책 변경 기한 앞두고 ‘승패 없는’ 딜레마에 처하다

앤쓰로픽(Anthropic)이 미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 이하 DoD)와의 협상에서 어떤 선택을 해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승패 없는(lose-lose)’ 상황에 빠져 있다.

Anthropic 이미지

2026년 2월 2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앤쓰로픽은 현지시각 금요일 오후 5시 01분(ET)까지 미 국방부가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국방부는 앤쓰로픽에 자사 AI 모델을 모든 합법적 사용 사례에 제한 없이 사용하도록 허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앤쓰로픽은 AI 기술이 완전 자율무기(fully autonomous weapons)나 미국 내 대규모 감시에 사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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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쓰로픽은 $200 million 규모의 계약을 지난 7월 DoD와 체결했으며, 군의 기밀 네트워크에서 자사 모델을 임무 워크플로에 통합한 첫 AI 연구소 중 하나다. 회사는 국방부와의 세부 계약 조건을 놓고 협상해 왔으며, 완전 자율무기미국인 대상의 대규모 국내 감시로의 사용은 금지해 달라고 보장을 요청했다.

앤쓰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는 목요일 성명에서 “좁은 사례에서는 AI가 민주적 가치들을 약화시키고 방어하기보다 훼손할 수 있다“며 “일부 사용은 오늘날 기술이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수행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고 협상은 교착 상태로 빠졌다. 이 갈등은 앤쓰로픽이 수년간 구축해 온 ‘안전하고 책임 있는 AI’라는 명성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앤쓰로픽은 2021년 아모데이가 공동 창업했으며, 그는 이전에 오픈AI(OpenAI)에서 일했다.

한편 앤쓰로픽은 약 3,800억 달러($380 billion) 가치를 인정받은 대형 스타트업으로, 대형 기관 및 전략적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회사는 모델 개발 최전선에 남아 경쟁사인 오픈AI, 구글(Google),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xAI 등과 경쟁하면서 수익화를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이 세 회사의 모델은 모두 국방부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방부 대변인 숀 파넬(Sean Parnell)은 목요일 국방부가 완전 자율무기 사용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히며, 미국 내 대규모 감시는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방부가 앤쓰로픽에 “모든 합법적 목적에 대해 모델을 사용하도록 허용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앤쓰로픽이 중요한 군사 작전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전투원을 위태롭게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상식적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연구·공학 담당 국방부 차관(undersecretary) 에밀 마이클(Emil Michael)은 소셜미디어에 아모데이를 향해 “거짓말쟁이이며 신(神) 콤플렉스가 있다”고 비난하고, 아모데이가 “미군을 개인적으로 통제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펜타곤 측 수장이자 국방장관 대변인인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는 이번 주 아모데이와의 면담에서 금요일까지의 기한을 제시했고, 응하지 않을 경우 앤쓰로픽을 “공급망 리스크(supply chain risk)”로 지정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지정은 일반적으로 적성국(敵性 국가)의 기업들에 대해 사용되며, 지정될 경우 DoD와 거래하는 벤더 및 계약업체들은 앤쓰로픽 모델을 사용하지 않음을 인증해야 한다.

앤쓰로픽 측은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모데이는 목요일 성명에서 “이러한 위협은 우리의 입장을 바꾸지 못한다: 우리는 양심상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용어 설명

Supply chain risk(공급망 리스크)는 특정 공급업체나 기술 제공자가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정부가 지정하는 상태다. 이 지정은 해당 업체의 제품·서비스를 사용하는 다른 정부 계약자들에게 인증 및 대체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Defense Production Act(국방생산법)는 미국 대통령에게 국가 비상사태나 필수 물자·서비스의 우선순위 및 생산을 명령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법으로, 정부가 산업계에 생산·공급 조치를 요구하거나 특정 업체의 협력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사내·업계 반응

이번 사태를 주목하는 다른 AI 연구소와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경 조치가 유망한 기술 기업들을 군 협업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지타운대학교 보안 및 신흥기술센터의 선임연구원 로렌 칸(Lauren Kahn)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도 승자가 아니다”라며 “이 일은 모든 사람의 입에 씁쓸한 맛을 남긴다”고 평가했다.

업계 내부에서 수백 명의 엔지니어와 직원들이 공개적으로 앤쓰로픽을 지지하고 있다. 오픈AI의 기술 스태프 조시 맥그래스(Josh McGrath)는 소셜미디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문이 막힌다”고 적었고, 구글과 오픈AI 소속 직원 330명 이상은 “We Will Not Be Divided”라는 공개서한에 서명해 국방부의 압력에 단결해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해당 서한은 국방부가 요구하는 대규모 국내 감시이나 사람을 자율적으로 살해하는 행위에 대해 거부를 계속할 것을 촉구한다.


향후 시나리오와 경제적 영향 전망

이번 갈등은 앤쓰로픽의 단기 수익과 장기 기업 가치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첫째, 회사가 펜타곤의 요구를 거부하면 당장의 정부 관련 수익을 잃을 수 있으며, DoD와 협력하는 민간 계약자들로부터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공급망 리스크 지정이 실제로 내려지면 일부 방위산업체와 계약관계의 제약으로 인해 매출 성장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셋째, 반대로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에는 기업의 브랜드 신뢰와 내부 인력의 반발, 고객사 이탈이 발생할 수 있어 인재 유치와 민간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투자 관점에서는 앤쓰로픽이 약 3,800억 달러의 고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이번 분쟁은 투자자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단기적으로 위험회피 성향의 투자자는 보수적 포지션을 취할 가능성이 있으며, 앤쓰로픽의 자금 조달 조건이나 이후의 기업가치 재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방산 분야에서 자사 모델을 사용하는 경쟁사들이 우위를 점할 경우, 기술 채택 및 확산 속도에도 차별화가 발생할 수 있다.

국방부 관점에서는 모델 사용의 제약이 군사 운영상 위험요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국방부의 작전 효율성·안정성 측면에서 즉각적인 기술 도입 압박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기술 제공업체들의 협력 저해는 장기적으로 국방부의 기술 확보 비용을 상승시키고, 내부 개발과 대체 솔루션 모색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전망

당분간 협상은 정치적·법적 압박 속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기관 간 조정과 공개적 여론전도 함께 전개될 것이다. 앤쓰로픽이 보안과 윤리 기준을 고수하면서도 국방부와의 기술적 협업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공공 안전국가 안보 사이의 균형 문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투자자·고객·직원들의 반응과 국방부의 후속 조치가 회사의 향후 위치를 결정할 핵심 변수다.

앤쓰로픽은 성명에서, 만약 DoD가 자사 서비스를 배제하기로 결정할 경우 “다른 제공업체로의 원활한 이관을 지원해 군사 계획·작전 또는 기타 핵심 임무에 대한 중단을 피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관 과정에서 기술·보안·신뢰성 측면의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AI 기업과 정부 간의 책임소재, 사용범위, 윤리적 한계에 관한 실질적 선례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앤쓰로픽과 펜타곤의 결단은 향후 AI 기업들이 군사 분야와 협력하는 방식과 그에 따른 규범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CNBC의 보도를 바탕으로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