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편결제 서비스 기업 페이페이(PayPay Corp)가 미국 증권 시장에 상장 절차를 공식화했다. 모회사인 소프트뱅크(SoftBank Corp, 도쿄증권거래소 9434)는 16일 새벽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페이페이가 미국 예탁주식(ADS: American Depositary Shares) 형태로 공모·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페이페이는 상장 시기·규모·공모가 등 구체적 세부 사항을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소프트뱅크 측은 “시장 상황 및 규제 검토 결과에 따라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이 우호적인 밸류에이션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조정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상장 추진은 글로벌 투자자 저변 확대, 달러 기반 자금 조달, 그리고 향후 해외 사업 확장을 겨냥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는 “상장 후에도 페이페이를 연결 자회사로 계속 보유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이는 지분율이 50% 이상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며, 소프트뱅크그룹의 핀테크·모바일 생태계 구심점으로서 페이페이가 담당해온 역할이 변함없음을 시사한다.
미국 예탁주식(ADS) 제도란?
미국 예탁주식은 해외 기업 주식을 미국 증권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해외 기업은 실제 발행 주식을 미 금융기관(예탁기관)에 예치하고, 예탁기관이 이를 기반으로 달러 표시의 증서(ADS)를 발행해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NASDAQ) 등에 상장한다. 투자자는 미국 내 계좌를 통해 해당 ADS를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으며, 배당금·의결권 등은 실물 주식 보유 시와 동일하게 행사된다. 이 제도는 해외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준수 범위를 미국 법규로 좁히면서도 글로벌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페이페이의 국내 시장 위상
페이페이는 2018년 소프트뱅크·야후 재팬(현 Z홀딩스)·인도 간편결제업체 페이티엠(Paytm) 합작으로 출범한 이후, 일본 내 QR코드 기반 결제 시장을 독점 수준으로 키워왔다. 회사 측이 공개한 최근 이용자 수는 5,800만 계정 이상이며, 연간 결제 건수는 76억 회를 넘어섰다. 은행·카드사와의 제휴, 포인트 적립·소비자 캐시백 프로모션, 소상공인 가맹점 수수료 할인 정책이 빠른 성장의 배경으로 알려졌다.
상장 후 소프트뱅크의 전략적 이득
시장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가 페이페이 지분을 유지하면서도 ADS 발행을 통해 지분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는 장부상 평가이익뿐 아니라 잠재적 지분 매각 옵션, 추가 투자 유인책 마련 등 다층적 재무 전략을 가능케 한다. 또한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한 비상장·신규 성장 자산 포트폴리오 가운데, 실적이 검증된 페이페이를 먼저 글로벌 시장에 노출함으로써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페이페이를 비롯한 핀테크·커머스 영역의 플랫폼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고, 동시에 국내외 투자자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반응과 향후 변수
증권가에서는 구체적인 공모 규모에 따라 상장 후 시가총액이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미국 내 통화 긴축 기조, 기술·핀테크 업종 밸류에이션 재조정, 그리고 일본 엔화 약세 지속 여부 등이 공모가 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미국 증시 상장 시 내부통제·회계기준(US GAAP) 등 추가 규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일본·미국 당국의 감독 체계
현재 페이페이는 일본 금융청(FSA) 및 총무성 통신국의 규제를 받지만, 미국 상장 이후에는 SEC 공시 의무, 사베인스-옥슬리법(SOX) 준수 등 이중 규제 체계에 들어가게 된다. 이는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지만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사이버 보안·개인정보 보호·자금세탁방지(AML) 등 글로벌 기준에 맞춘 추가 시스템 투자 필요가 불가피하다.
투자자 유의사항
투자자가 ADS에 투자할 경우, 원화-엔화-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변동성과 함께, 일본 내 규제 변화·결제 생태계 경쟁 심화 등 기본적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시된다. 또한 예탁주식 구조상 실제 의결권 행사가 절차적으로 복잡할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기업의 성장성·수익성·현금흐름을 상세히 분석해 합리적 지분가치를 산출하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상장 신청은 일본 핀테크 기업 최초의 대형 미국 예탁주식 상장이라는 상징성을 보유한다. 페이페이가 성공적으로 뉴욕증시에 입성한다면, 향후 라쿠텐 페이·메루페이를 비롯한 일본 내 타 결제 플랫폼에도 연쇄적 상장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