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추천을 넘어 결제·구매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가 본격 부상하고 있다. 이 모델에서는 AI 시스템이 소비자를 대신해 자율적으로 상품을 탐색·선정하고 대금을 결제하며 배송까지 확정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이러한 전환이 미국 소매 부문에서 2030년까지 최대 1조 달러의 매출을 추가로 열어줄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2025년 11월 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 변화는 소비자·머천트(판매자)·결제 네트워크의 상호작용 구조 자체를 재편할 수 있다. 기존의 챗봇이나 디지털 어시스턴트가 단지 상품을 추천하는 데 그쳤다면, 에이전틱 AI는 거래를 스스로 완료한다. 예컨대 사용자가 “100달러 이하의 러닝화”를 요청하면, AI 에이전트가 최적의 옵션을 선정하고, 대금을 지불하며, 배송을 확인하는 과정을 수초 내에 마무리한다.
이로써 장바구니 이탈 감소, 결제 절차 간소화 등 효율이 높아지는 반면, 신원 확인, 사기 방지, 규제 준수와 같은 새로운 위험 관리 과제가 대두된다.
“에이전틱 커머스는 추천이 아닌 ‘실행’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며, 신뢰·보안·인증의 재설계가 결제 인프라 전반에서 요구된다.”
결제 네트워크의 ‘레일(rails)’ 구축 경쟁
페이팔(PayPal), 비자(Visa), 마스터카드(Mastercard)는 선제적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페이팔은 Agentic Commerce Services를 출시해, AI 에이전트가 안전하게 결제를 수행하고, 여러 AI 생태계에 걸쳐 머천트 탐색(디스커버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오픈AI(OpenAI)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2026년부터 자사 지갑을 ChatGPT에 직접 통합하고, 앱·대화 환경에서 곧바로 ‘Buy with PayPal’ 버튼으로 구매를 완료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비자는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와 함께 개발한 Trusted Agent Protocol을 공개했다. 이는 머천트가 특정 AI 에이전트가 실제 사용자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았는지, 거래를 실행할 정당성이 있는지를 검증하도록 돕는 프레임워크다. 아울러 비자는 OpenAI·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스트라이프(Stripe)와 협업해 Intelligent Commerce 플랫폼을 선보이며, 에이전트 주도 거래를 지원하는 API를 구축하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Agent Pay 프레임워크를 통해 토큰화(tokenization)와 사기 탐지를 활용, AI 시스템이 결제를 완수하도록 하는 실행력에 초점을 맞춘다. 이 회사는 페이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Google)과 파트너십을 맺어, 연말 쇼핑 시즌까지 해당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출시(rollout)할 계획이다.
페이팔의 오픈 접근법
페이팔 플랫폼은 상품 발견(Discovery)–에이전트 검증(Verification)–결제 오케스트레이션(Payment Orchestration)을 포괄한다. 특히 Store Sync 기능을 통해 머천트는 오픈AI의 Agentic Commerce Protocol을 활용, 자사 상품을 AI 인터페이스에 자동 게시할 수 있다. 페이팔은 또한 엔비디아(NVIDIA)의 Nemotron 오픈 모델을 활용해 자사 AI 시스템을 최적화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처리 속도 향상과 배포 비용 절감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초기 채택의 신호
월마트(Walmart)는 ChatGPT를 통해 쇼핑을 지원하는 기능을 시험하고 있으며, 아마존(Amazon)의 ‘Buy for Me’ 기능은 앱 내에서 AI가 제3자 사이트에서의 구매를 수행하도록 허용한다. 마스터카드는 최근 첫 번째 에이전틱 거래를 처리했다고 밝혀, 자동화 소매의 초기 이정표를 세웠다.
신뢰와 파괴적 변화
에이전틱 커머스는 브랜드 노출 중심의 마케팅보다 효율과 성과를 우선시함으로써, 광고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도전할 수 있다. 머천트 입장에서는 검색엔진 최적화(SEO)나 소셜 피드 노출 대신, AI 에이전트가 해석 가능한 구조화 데이터 제공이 발견 가능성의 핵심 변수로 부상한다. 결제 업계에서는 자율 거래의 보안·인증 인프라를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BofA 분석: “신뢰와 결제 레이어를 구축하는 선도 기업이, AI가 ‘추천’을 넘어 ‘구매’하기 시작하는 국면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다.”
핵심 용어와 구조 해설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란, 사용자의 명시적 목표·제약 조건(예: 예산, 브랜드 선호, 배송 속도)에 기반해 AI 에이전트가 의사결정과 결제 실행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상거래를 뜻한다. 이는 ‘추천 후 사용자 결제’라는 전통적 흐름에서 ‘목표 설정 후 에이전트 실행’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토큰화(tokenization)는 민감한 결제 정보를 일회성 또는 제한적 범위의 토큰으로 치환해, 유출 위험을 줄이고 사기 탐지를 용이하게 하는 기술이다. Trusted Agent Protocol은 에이전트의 정당성과 사용자 위임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검증하도록 돕는 프레임워크로, 머천트의 수취 리스크를 낮추고 분쟁 가능성을 축소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결제 오케스트레이션은 다양한 결제 수단·경로를 상황별로 조합·최적화해 성공률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개념이다. 에이전틱 환경에서는 에이전트가 실시간 리스크 신호를 반영해 가장 안전하고 비용 효율적인 결제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 된다.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 쟁점
에이전틱 커머스의 확산은 신원 도용·권한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동반한다. 따라서 에이전트 권한의 범위·한도·유효기간을 투명하게 설정·관리하고, 사용자 철회(revocation) 및 감사 추적(audit trail)을 표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기 방지 측면에서는 행동 생체정보·거래 맥락 분석 등 위험 신호를 토큰화 및 에이전트 인증과 결합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머천트는 구조화된 카탈로그 데이터(가격, 규격, 배송 옵션, 재고 등)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스키마로 제공해야 에이전트의 정확한 매칭과 비교가 가능하다. 이는 기존의 키워드 중심 SEO에서 스키마 기반 데이터 품질 관리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브랜드 인지도보다 효율을 앞세우는 자동화된 구매 결정을 확산시킬 전망이다.
현재의 방향성과 초기 생태계 지도
현재 페이팔은 오픈AI 협력을 축으로 지갑의 대화형 통합과 머천트 디스커버리 고도화에 집중하고, 비자는 신뢰·검증 레이어 표준화에 주력한다. 마스터카드는 토큰화·사기 탐지를 결제 레일에 깊숙이 결합해 실거래 실행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소매 체인과 마켓플레이스 측에서는 월마트, 아마존이 대화형 쇼핑·대리 구매를 시험하며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광고와 검색 중심의 퍼널을 목표-제약 기반의 의사결정 퍼널로 전환시키고, ‘신뢰 가능한 에이전트’를 둘러싼 표준·API·보안 모델의 경쟁을 심화시킨다. 결과적으로 인증·토큰화·오케스트레이션을 아우르는 결제 인프라의 상호운용성이 핵심 분기점이 된다.
전망
에이전틱 커머스는 장바구니 이탈률 감소와 결제 전환율 상승을 통해 실질 매출 증대를 견인할 잠재력이 있다. 동시에 사전 동의·권한 관리·책임 소재에 대한 정교한 거버넌스 없이는 신뢰 기반을 확립하기 어렵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제시한 ‘2030년까지 최대 1조 달러’ 전망은, 신뢰와 결제 레이어를 먼저 구축하는 기업이 네트워크 효과를 선점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요컨대, 페이팔·비자·마스터카드를 중심으로 에이전틱 커머스의 기술 표준과 상거래 절차가 빠르게 정렬되고 있다. 여기에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구글·스트라이프·클라우드플레어 등 플랫폼·인프라 기업이 가세하면서, 다자 협력형 생태계가 형성되는 중이다. 초기 적용 사례로 월마트·아마존이 테스트를 확대하고, 마스터카드가 첫 에이전틱 거래 처리를 기록한 점은 상용화의 문이 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