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주가, 상장 이후 최대폭인 12% 급락

이탈리아 럭셔리 스포츠카 제조업체 페라리(Ferrari N.V.)의 주가가 12% 이상 하락하며 2016년 밀라노·뉴욕 동시 상장 이후 가장 큰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2025년 7월 31일, 로이터(Reuters) 통신이 전한 바에 따르면, 이날 밀라노 증시에서 페라리 주가는 장중 최대 12.4%까지 추락하며 시장 참여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는 2016년 1월 상장 이후 단 하루 기준으로는 가장 가파른 슬라이드다.

주가 급락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첫째, 페라리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2025회계연도 하반기 가이던스(실적 전망)를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미국 시장에서 차량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덧붙였다. 둘째, Citi 리서치를 포함한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판매량과 평균판매가(ASP)가 둔화되는 가운데, 페라리가 자랑해 온 초고(超高) 영업이익률(EBIT Margin)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회의적 시각을 내놨다.


1. 주요 지표 및 발언

“관심은 이제 하반기에 EBIT 마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출하량과 평균판매가격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 Citi 애널리스트 하랄드 헨드릭서(Harald Hendrikse)

Citi는 보고서에서 페라리를 여전히 ‘매력적인 기업’으로 평가했지만, 견고한 수익성(EBIT 마진 25% 안팎)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페라리가 전통적으로 “가격 인상” 전략을 통해 수익을 확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EU산 제품 관세가 현행 27.5%에서 15%로 사실상 인하될 것으로 보이자, 페라리는 올해 4월부터 적용해 온 가격 보전(Price Compensation) 정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는 곧, 미국 소비자들에게 현실적인 차량 가격 인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2. EBIT·ASP 용어 해설

EBIT는 Earnings Before Interest and Taxes(이자·세금 차감 전 영업이익)를 뜻한다. 페라리처럼 브랜드 파워가 강한 기업은 높은 가격 결정력을 토대로 EBIT 마진(영업이익률)을 25~30% 선에 유지해 왔다. ASP(Average Selling Price)는 판매된 제품 한 대당 평균 매출액을 말하며, 프리미엄 자동차 업체의 실적 방향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3. 전문가 시각

시장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갈등 완화로 관세가 낮아진 것을 계기로, 페라리가 “가격 인상” 위주 성장 전략에서 “볼륨(판매량) 확대” 전략으로 서서히 선회할 가능성을 전망한다. 하지만 하이엔드 자동차 브랜드의 희소성이라는 DNA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

페라리는 올해 들어 SUV 라인업인 Purosangue와 한정판 모델의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매출 성장을 이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하”라는 단어가 처음 공식석상에서 등장한 것만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었다는 점은, 시장이 페라리의 가격 결정력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방증한다.


4. 향후 관전 포인트

① 하반기 EBIT 마진이 20% 중후반을 사수할 수 있을지.
② 관세 인하 후 미국 시장에서의 실제 판매 증감률.
③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 비중 확대가 마진 구조에 미칠 영향.
④ 고가 한정판 모델의 배정 정책 변화.

페라리는 오는 9월 전기 슈퍼카 플랫폼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이 자리에서 추가적인 가격 정책 변화가 공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종합적으로 보면, “브랜드 파워”와 “가격 프리미엄”이라는 두 축 가운데 하나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공포가 12% 급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하락이 오히려 장기 투자자에게는 매력적 매수 기회“라는 시각도 제시된다.


※ 본 기사는 원문인 로이터 통신 보도를 한국어로 번역·재구성하였으며, 기사 내 모든 수치는 원문 기준이다. 투자 판단은 독자의 책임임을 유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