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 생산 중단에 미국 소매업계 ‘잔돈 대란’

페니(1센트짜리 동전) 생산이 중단되면서 미국 전역의 주유소, 패스트푸드점, 대형 할인점이 가격 조정 및 현금 거래 반올림 문제로 분주하다.

2025년 11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 페니 주조 중단을 지시한 이후 동전 공급이 예상보다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소매업계 단체들은 정부와 의회가 구체적 지침을 내놓지 않아 고객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스름돈을 깎아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이는 대량 거래 업체의 수익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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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NRF)는 잔돈 부족 현상이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면서, 회원사 중에는 월마트·타깃·메이시스·올드네이비 등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NRF 정부관계 담당 선임이사 딜런 전(Dylan Jeon)은 "현금을 받는 모든 가맹점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편의점 체인은 이미 고객에게 경고 문구를 게시하기 시작했다. 펜실베이니아에 본사를 둔 Sheetz는 매장 입구에 "미국 조폐국이 더 이상 페니를 생산하지 않아 잔돈이 부족합니다!"라는 팻말을 붙이고, 무현금 결제 유도·구매금액 반올림 기부·1달러어치 페니 제공 시 무료 음료 제공 등을 안내하고 있다.

위스콘신 주 라크로스에 본사를 둔 편의점 체인 Kwik Trip은 미드웨스트 지역 850개 점포에서 현금 거래 금액을 가장 가까운 5센트 단위로 낮춰 결제한다고 발표했다. 달라스 매장에는 "미 재무부가 페니 생산을 중단해 잔돈 부족이 예상된다"는 문구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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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식료품 체인 중 하나인 크로거(Kroger)도 영향 평가에 나섰으며, 2,700여 매장에 "정확한 잔돈을 준비해 달라"는 안내문을 게시했다. CVS 알렉산드리아(버지니아)점 역시 같은 이유로 고객에게 잔돈 지참을 요청했다.

미 재무부(Treasury Department)는 로이터의 수차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해외 사례와 법적 난제

캐나다·호주·아일랜드·뉴질랜드 등 여러 국가는 이미 최저액 동전을 퇴출하고 현금 거래 시 5센트 단위 반올림을 적용하고 있다. 전자결제는 기존대로 1센트 단위까지 정산한다. 이는 주조 비용을 줄이고 현금 관리 효율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에서 페니를 없애려면 매장 계산 시스템 변경, 소비자 교육, 일관된 반올림 규칙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뉴욕·일리노이 등 일부 주는 현금 거래 시 정확한 잔돈 지급을 의무화하는 소비자보호법을 시행 중이라, 동전이 사라질 경우 소매업체가 벌금이나 소송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NRF는 의회와 행정부에 반올림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전 이사는 "가장 시급한 것은 총액 반올림을 상·하향 어느 쪽으로 할지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유소·편의점·여행센터·식료품점 등 5개 단체는 9월 30일 의회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정책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현금 거래가 사실상 불법화되는 지역이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42개 주에 640여 매장을 둔 Love's Travel Stops는 "어떤 매장이 페니를 다 쓰면 현금 거래 잔돈은 고객에게 유리하게 조정하고 회사가 차액을 부담하겠다"며 장기 대책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페니 생산 중단을 지시한 지 수개월 뒤인 5월, 재무부는 마지막 페니 플랜칫(planchet·압인 전 동전 금속판) 구매 주문을 넣었다. 여러 연방준비은행 지점은 이미 은행과 신용조합의 페니 주문을 더 이상 처리하지 않고 있다.

페니 한 개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최근 몇 년간 평균 3.69센트로 액면가를 크게 웃돌았다. 정부는 생산 중단으로 매년 약 5,600만 달러를 절감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미국 유통시장에는 약 1,140억 개의 페니가 존재하지만, 재무부에 따르면 상당수가 서랍·재떨이·저금통에 방치돼 실제 사용률은 매우 낮다. 페니는 1792년 미 조폐국 설립 직후 발행된 최초 동전 중 하나다.

찬반논쟁

지지자들은 페니가 소비자 물가를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자선단체의 수입원이라는 논리를 편다. 반대론자들은 불편하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시간과 자원의 낭비’라고 본다.

펜실베이니아 주민 샌디 버거(45)는 "집을 나설 때 페니는커녕 잔돈을 가지고 다닌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을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시각 및 추가 설명

경제학자들은 페니 퇴출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부 우려에 대해, 치열한 경쟁과 전자결제 비중 확대를 고려할 때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주별 법령이 상이해 규제 공백이 길어질수록 소매업체의 운영 비용과 법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올림(rounding)’은 현금 결제에 한해 총액을 5센트 단위로 올리거나 내리는 절차를 뜻한다. 예를 들어 계산서가 12.97달러일 경우 12.95달러로 내리거나 13.00달러로 올리는 방식이다. 전자결제·신용카드·모바일 결제는 기존처럼 1센트 단위까지 정확하게 정산한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초당적 합의로 단일 반올림 규칙을 제정해야 소비자와 소매업체 모두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향후 의회의 후속 입법이 지연될 경우, 잔돈 부족에 따른 ‘현금 기피 현상’이 더 심화돼 소상공인을 포함한 오프라인 업계 전반의 유동성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결국 페니는 230여 년 만에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다. 정책 당국의 신속한 결정이 후속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