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기업] 143년 역사를 지닌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 Times)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 상장(IPO)을 추진한다. 신문 소유주 패트릭 순-숑 회장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코미디 토크쇼
2025년 7월 2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순-숑 회장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말 그대로 LA타임스를 상장해 민주화(democratize)하고, 시민이 이 신문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인터뷰는 진행자 존 스튜어트와 사전 녹화 형식으로 진행됐다.
순-숑 회장은 이어 “상장 구조는 미프로풋볼리그(NFL) 그린베이 패커스가 채택한 공익 중심의 지분 구조와 유사하게 설계할 것”이라며, “구체적 설계를 돕는 파트너 조직이 현재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그린베이 패커스는 1923년부터 지역 사회가 소액 주주로 참여하는 미국 내 유일의 팬 소유 구단 모델이다.
▶ 최근 내부 혼란 속 등장한 ‘상장 카드’
이번 발표는 수개월간 이어진 LA타임스 내부 혼란 이후 나온 것이다. 순-숑 회장은 올 1월 지속적 적자를 이유로 전체 편집국 인력의 20% 이상(최소 115명)을 감원했다. 당시 연간 손실액은 3,000만~4,000만 달러(약 410억~550억 원)에 달한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케빈 메리다 편집국장, 사라 야신 매니징 에디터 등 핵심 수뇌부가 잇따라 물러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이어 에디토리얼 페이지 에디터가 순-숑 회장의 반대로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 지지 사설을 게재하지 못하자 사임했고, 이 과정에서 구독 해지 행렬이 발생했다.
▶ 2018년 5억 달러에 인수…‘제2의 도약’ 노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외과의·바이오 사업가로 잘 알려진 순-숑 회장은 2018년 트롱크(Tronc)로부터 LA타임스와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 등을 약 5억 달러(약 6,800억 원)에 인수했다. 그는 생명공학 기업 이뮤니티바이오(ImmunityBio) 창업자이기도 하다.
로이터의 추가 질의에 대해 LA타임스 측은 “상세 계획은 추후 공지하겠다”며 즉각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 ‘상장’이 신문사 생존전략이 될 수 있을까?
기자 해설 – 미국 전통 언론들은 디지털 전환·광고 축소·AI 뉴스 서비스 등장으로 수익 모델 위기를 겪고 있다. 상장은 자본 조달 창구를 확대해 혁신 투자를 가능케 하지만, 주가 변동성으로 편집권 독립성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다만 팬 소유 모델은 소액주주에 의한 분산 지배를 통해 사주의 영향력을 완화하고, 지역사회 참여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기존 상장사와 구별된다.
그린베이 패커스는 지분을 되팔 수 없고 배당도 없다. 대신 팬들은 “구단 소유권을 상징적으로 갖는다“는 자긍심을 얻는다. LA타임스가 유사한 구조를 도입할 경우, 투자자는 배당 대신 언론 독립·공공성 강화라는 ‘비금전적 가치’에 참여할 수 있다.
상장 준비 단계에서 예상되는 절차는 (1) 감사보고서 등 공시 체계 정비, (2) 편집권·경영권 분리를 위한 거버넌스 헌장 제정, (3) 신규·기존 독자를 아우르는 커뮤니티 펀딩 캠페인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언론신뢰 회복’을 목표로 삼는다면,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투명성 보고를 강화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독자 공동체와의 사회적 계약 체결이다.” — 언론경제학 연구 노트*일반론
▶ 용어 풀이
• Public Ownership Structure – 주식이 다수 소액주주에게 분산돼 특정 개인·기업이 지배하지 못하도록 설계된 지분 구조.
• Green Bay Packers Model – 팬이 주주가 돼 구단 운영에 참여하지만, 주식 양도·배당이 금지된 특수 구조.
• Democratize(민주화) – 경영·의사결정 과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도록 개방한다는 의미.
■ 전망
LA타임스가 실제로 1년 내 기업공개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미디어 기업의 공익형 상장이라는 실험적 시도로서, 향후 지역 신문 산업 재편에 중요한 선례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투자와 언론의 공존이 어떤 형태로 제도화될지, 국내외 언론계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