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LA) 럭셔리 패션 브랜드 크롬 하츠(Chrome Hearts)가 캐나다 출신 록 레전드 닐 영(Neil Young)과 그의 최신 백업 밴드 ‘크롬 하츠’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trademark infringement)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밴드명이 자사 상표를 혼동시키고 소비자에게 잘못된 연관성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한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원고는 LA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며 밴드명 사용 금지 가처분과 미지정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장은 ▲밴드명 사용 중단 명령 ▲‘Chrome Hearts’ 표기를 포함한 투어·굿즈 판매 차단 ▲관련 디지털·소셜미디어 콘텐츠 삭제 등을 법원에 요청했다.
“우리는 수십 년간 구축한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 패션 브랜드 크롬 하츠 대리인은 소장에서 이렇게 밝혔다.
닐 영, 79세는 1995년 Rock & Roll Hall of Fame에 솔로로, 1997년에는 밴드 버펄로 스프링필드(Buffalo Springfield) 멤버로 두 차례 헌액됐다. 그는 슈퍼그룹 Crosby, Stills, Nash & Young 활동, 그리고 오랜 기간 Crazy Horse와의 협연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그는 새로운 백업 밴드 명칭을 ‘Chrome Hearts’로 발표하며 북미 투어 일정을 공개했다.
패션 브랜드 측은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 드레이크(Drake) 등 뮤지션과의 공식 협업 경험을 근거로 “크롬 하츠라는 이름이 음악·패션 협업을 떠올리게 만들어 혼동 위험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부 벤더(온라인 판매자)가 밴드 투어 티셔츠를 브랜드 협업 상품으로 오인해 유통하려다 적발된 사례도 포함됐다.
소송 이전인 2024년 7월, 원고는 닐 영 측에 cease-and-desist letter(사용 중단 통보서)를 발송했으나 밴드는 이를 무시한 채 ‘Chrome Hearts’ 명칭으로 투어를 이어갔다. 밴드는 9월 12일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공연, 9월 15일 LA 할리우드 볼(Hollywood Bowl) 공연이 예정돼 있다.
● 상표권 침해란?
상표권 침해는 등록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지를 비슷한 상품·서비스에 무단 사용하여 출처 혼동을 유발하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 상표법(Lanham Act)은 금전적 손해배상·징벌적 손해와 함께 가처분 및 파기 명령을 허용한다.
● 주요 쟁점 및 전망
1) 밴드명과 패션 브랜드 명칭이 ‘동일’하여 혼동 가능성이 높다는 점, 2) 패션 브랜드의 기존 음악 협업 전례가 소비자 인식에 영향을 준다는 점, 3) 밴드 굿즈가 의류·액세서리 영역이라 ‘상품의 유사성’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 투어·굿즈 명칭이 즉시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변호사들은 “협상 타결 시 밴드명 변경 또는 라이선스 계약 체결이 현실적”이라고 전망한다. 반면 원고가 강경하게 배상금을 요구할 경우 장기 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패션 브랜드 ‘Chrome Hearts’ 소개
1988년 LA에서 설립된 크롬 하츠는 은(銀) 소재 주얼리와 가죽 제품으로 유명하며, 하이엔드 스트리트 패션의 상징적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브랜드 로고는 십자가·고딕 서체를 결합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전 세계에 30여 개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 닐 영의 음악적 행보
닐 영은 통산 40여 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발매하며 포크·락·그래지 등 장르를 넘나들었다. 최근 기후변화·저작권 이슈 등 사회적 의제를 적극적으로 발언해 왔으며, 2023년 스트리밍 서비스 음원 철수 논란으로도 관심을 받았다. 이번 투어는 4년 만의 대규모 북미 일정이라는 점에서 음악 팬들의 관심이 크다.
전문가 의견
저작권·상표권 전문 칼럼니스트인 본 기자는 “유명 아티스트와 글로벌 패션 하우스가 법정에서 충돌한 이번 사안은 ‘브랜드 아이덴티티’ 방어전이라는 측면에서 업계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면서 “음악·패션 컬래버 열풍 속에 상표 관리 전략이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대중 스타의 고유명칭이라도 이미 상표권자가 있는 경우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