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마트(Pop Mart)의 래부부(Labubu) 인형이 중국 소비 트렌드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연초 이후 주가가 270% 이상 급등해 8월 26일 339.8홍콩달러(약 43.71달러)의 신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열광의 이면에서는 정서적 브랜딩의 힘을 신뢰하는 측과 또 하나의 소비 유행을 쫓는 데 대한 경계심 사이에서 뚜렷한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다.
2025년 11월 1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소비재 담당 애널리스트 멜린다 후(Melinda Hu)가 이끄는 번스타인(Bernstein) 리서치 팀은 최근 팝마트에 대해 ‘언더퍼폼(Underperform)’ 의견을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225홍콩달러로 제시했다. 번스타인은 팝마트의 사업이 ‘트렌드 주도형 컬렉터블’에 의존하고 있어 수요 변동성이 크다고 경고했다다.
번스타인은 팝마트를 ‘투기적 파도(speculative waves)’ 카테고리로 분류하면서, 이 범주의 기업들은 통상 5~10년 주기의 붐앤버스트를 겪는다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정교한 지식재산권(IP) 개발과 블라인드 박스 판매 메커니즘이 예측 가능성의 환상을 만들고 있지만, 회사는 집중도 위험과 유행 주도 시장에 공통적인 구조적 취약성에 노출돼 있다”고 했다다.
후 애널리스트는 특히 “래부부의 성공이 가린 구조적 취약성”을 짚었다. 즉, 래부부와 같은 메가 히트급 캐릭터를 추가로 창출하고 이를 지속시키는 일은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지고, 기존 IP에는 되팔이(리셀) 투기와 단일 캐릭터 피로감이 커지는 위험이 뒤따른다는 설명이다.
“만약 래부부의 인기가 신작 프랜차이즈의 확장 속도보다 더 빨리 식는다면, 회사의 전체 성장 서사는 무너진다.” — 멜린다 후, 번스타인
래부부에 대한 열기가 불가피하게 둔화되는 국면에서, 팝마트는 IP 포트폴리오 다변화 압박에 직면해 있다. 회사는 스컬판다(Skullpanda), 크라이베이비(Crybaby) 등 다른 캐릭터를 선보였지만, 어느 것도 래부부의 돌풍을 재현하지 못했다. 홍콩 상장 주가는 8월 고점 이후 약 30% 급락해, 월요일 기준 221.4홍콩달러까지 밀렸다. 이는 차익실현과 수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래부부의 페이드가 신작 확장 속도를 앞지르면, 전체 성장 스토리는 붕괴한다.”
한편, 라이브 커머스 중 발생한 홍보(PR) 사고가 논란을 키웠다. 지난 목요일 진행된 팝마트 라이브 방송에서 한 직원이 블라인드 박스 상품의 가격 가치를 의문시하는 장면이 녹화되어 SNS에서 급속 확산됐다. 당시 여성 직원은
“우리가 이걸 79위안에 판다고요? 말도 안 돼요.”
라고 말했고, 남성 동료는
“그래도 사람들은 살 거예요.”
라고 답하는 음성이 영상에 담겼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팝마트의 가격 프리미엄에 대한 반발이 커졌고, 일부는 해당 직원이 “진실을 말했다”고 평했다다.
주가는 사건 다음 날인 금요일에 5% 이상 급락하며 5월 이후 최저로 내려갔다가, 월요일에는 8% 반등했다. (티커: 9992-HK) 중국 공산당 계열 타블로이드 글로벌타임스 전 총편집장인 후시진(Hu Xijin)은 드물게 기업 옹호 성격의 논평을 내며, 이 논란을 “내부 관리의 실수”로 규정하는 한편, 팝마트가 제공하는 ‘정서적 케어 가치(emotional-care value)’에 대한 수요를 강조했다다.
리셀 시장에서는 래부부 컬렉터블의 가격 식기가 뚜렷하다. 중국 리셀 플랫폼 치엔다오(Qiandao) 데이터에 따르면, 일부 래부부 제품은 공식 판매가에 근접하거나 그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 특히 ‘Big Into Energy’ 시리즈 래부부 비닐 토이는 6월 평균 4,678위안에서 월요일 기준 600위안 미만으로 급락했다. 번스타인은 리셀 거래량의 하락 추세를 IP 피로의 조기 경고 신호로 봤지만, 다른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공급 확대 및 현금화 강화와 연계해 해석했다다.
HSBC 소비재 애널리스트 리나 옌(Lina Yan)은 회사가 리셀 시장에서 “가격의 신호 기능”—즉, 가격 변동이 수요·공급을 제대로 반영하도록—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인정했다. 이는 매출 확대를 위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보다 시장 메커니즘을 복원하는 접근이라는 평가다. 저장(浙江)의 대학생 이완 판(Yiwan Fan)은 2년간 블라인드 박스를 수집한 뒤 최근 중국 SNS 샤오홍슈(Xiaohongshu·RedNote)에서 되팔기에 나섰다며,
“중복이 계속 나와 쓸데없이 돈을 너무 많이 썼고, 스캘퍼들은 인기 디자인을 쉽게 쓸어 담아 웃돈 붙여 되팔았다.”
고 말했다다.
팝마트는 공급 확대로 중고 가격을 억제하려 시도해왔으며, 9월에는 CNBC에 리셀 가치가 하락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직접 판매에서만 수익을 창출하고, 2차 시장에서는 이익을 얻지 못한다. 모닝스타(Morningstar)의 제프 장(Jeff Zhang) 애널리스트는 최근 일부 구형 시리즈의 리셀가 하락은 지속적 재입고와 수요 둔화가 주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그는 팝마트의 신제품은 여전히 즉시 완판되는 흐름을 보이며, 해외 시장이 향후 매출 기여를 더할 것으로 전망했다다.
장 애널리스트는 팝마트 목표가를 280홍콩달러로 상향했다. 회사가 인기 IP와 신제품을 앞세워 해외 진출을 강화함에 따라 매출 전망이 개선됐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번스타인은 여전히 IP 집중 리스크와 유행 사이클로 인한 변동성을 핵심 리스크로 본다다.
IP 성장 스토리의 명암도 엇갈린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번스타인보다 낙관적이다. HSBC의 옌은 팝마트가 글로벌 IP 제품 확장에서 여전히 성장 단계에 있으며, 장기적으로 레고(Lego), 산리오(Sanrio), 젤리캣(Jelly Cat) 같은 톱 플레이어와 경쟁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목표주가를 392.5홍콩달러로 제시했다다.
모닝스타의 장은 2025년 매출 전망을 24% 상향해 400억 위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경영진의 기존 가이던스인 300억 위안을 크게 웃돈다. 팝마트는 지난달 발표에서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미주 지역 매출은 약 1,270% 급증했다고 밝혔다. 상반기 매출 역시 1,390억 위안으로 3배 확대됐다다.
그럼에도 10월 21일에는 분기 보고 직후 주가가 8% 하락했다. HSBC의 옌은 당시 공매도 관심이 “사상 최고치”로 높아진 가운데, 투자자들이 “매출 서프라이즈와 리셀가 하락”을 래부부 IP 사이클의 정점 신호로 해석해 숏 포지션을 강화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다.
용어 설명: 블라인드 박스와 IP, 리셀 시장
블라인드 박스는 소비자가 구매 시 어떤 디자인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도록 포장된 상품으로, 수집·추첨의 재미를 통해 반복 구매를 유도한다. IP(지식재산권)은 캐릭터·디자인·스토리 등의 무형 자산으로, 이를 바탕으로 한 제품 라인업의 확장성과 수익성이 기업 가치의 핵심이 된다. 리셀(중고) 시장은 한정판·희소 제품 가격이 급등락하며 수요·공급 신호를 반영하는데, 스캘퍼(되팔이 상인)의 개입이 가격 왜곡을 초래하기도 한다다.
전문적 시각
현재 팝마트는 래부부 단일 IP 의존도가 높은 고성장-고변동 구간에 있다. 핵심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 신규 프랜차이즈의 스케일업 속도가 래부부의 페이딩을 상쇄할 수 있는지. 둘째, 리셀 시장 정상화가 단기 매출과 소비자 신뢰에 미치는 영향. 셋째, 해외 매출 믹스 확대가 수익성 및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으로 연결되는지 여부다. 번스타인의 경고처럼 유행 주기 리스크는 현실적이지만, HSBC·모닝스타의 견해처럼 해외 확장과 제품 파이프라인이 뒷받침된다면 성장 내구성을 확보할 여지도 있다. 따라서 투자자 관점에서는 판매 데이터의 질(신규·구형 시리즈 차별화), 리셀 가격과 거래량, 신작 IP의 반복 성공 가능성, 지역별 판매 분산도 지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접근이 유효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