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을 겨냥한 완성차업체들의 신형 전기차 공개가 판매 둔화 흐름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026년형 모델과 소비자 수요 회복 기대를 담은 신차 발표가 뉴욕오토쇼(New York Auto Show) 현장에서 잇따랐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소비자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전기차(EV) 포트폴리오 확대 의지를 재확인했다.
2026년 4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비교적 저가형 모델인 EV3를 올해 말께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바루(Subaru)는 3열, 7인승이 가능한 패밀리용 전기 SUV인 “Getaway”를 선보였으며, 이 모델은 올해 말 또는 내년에 미국에서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스바루 측은 이 차량이 미국 시장에서의 네 번째 전기차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 미국법인의 마케팅 부사장 러셀 웨이거(Russell Wager)는 “시장 수요는 전기차로 다시 돌아올 것이며, 우리가 모두 원하던 속도로는 아닐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전기차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아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향후 3~4년 내에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이전 세대 모델의 생산을 2023년에 종료한 뒤, 쉐보레 볼트(Chevrolet Bolt) EV의 판매를 최근 시작했으며, 해당 모델의 출고가는 $27,600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금 전기차 시장을 보면 수요가 없다. 수요가 사라졌다.”
닛산 아메리카스(Nissan Americas) 의장 크리스티안 뮤니에(Christian Meunier)는 뉴욕오토쇼 현장에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현재 시장 비중이 약 7% 수준이며 그중 절반가량은 매우 높은 인센티브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단체인 Alliance for Automotive Innovation(자동차 혁신 연합)은 2025년 미국 전체 판매에서 전기차가 9.6%를 차지했으나, 지난 3개월 동안 비중이 6.5%로 낮아지며 이는 2022년 초 이후 최저치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감소는 $7,500 규모의 전기차 세액 공제가 2025년 9월 30일 만료된 이후 나타난 현상이라고 단체는 설명했다.
현대자동차(Hyundai) 최고경영자 호세 무뇨즈(Jose Munoz)는 연료 가격 상승, 특히 캘리포니아 등 일부 지역의 연료비 상승이 전기차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가 아닌 시장 상황이 수요를 이끌고 있다”며 자사도 하이브리드 생산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무뇨즈는 전기차 비중이 단계적으로 증가하겠지만 단기간 내에 50~60% 수준으로 급속히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10~15% 범위에서 점진적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토요타 북미법인의 토요타 디비전 총괄 매니저인 데이비드 크리스트(David Christ)는 토요타가 올해 미국에서 세 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연료비 상승이 전기차 수요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 인센티브가 있었던 수준으로 수요가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전기차는 현재 미국에서 운행 중인 경유·가솔린 승용차 등 경차·중형차를 포함한 경량 승용 차량(light-duty vehicles) 전체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 판매 비중은 2024년에 전체 차량 판매의 10.2%였다.
정책 변화와 정치적 요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기차 구매와 생산을 억제하고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을 용이하게 만드는 다양한 조치를 취해왔다고 보도는 전했다. 이러한 정책적 변화는 소비자와 제조사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용어 설명
전기차 세액 공제($7,500)는 미국 연방정부가 전기차 구매자에게 부여하던 연간 세금 공제 혜택으로, 차량 가격 또는 구매자의 세금 상황에 따라 실제 혜택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공제는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작용해 왔으며, 공제 만료는 소비자 수요와 가격 민감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경량 승용 차량(light-duty vehicles)은 통상 승용차와 소형 트럭, SUV 등 일상적 운행용 차량을 의미한다. 통계 수치는 이 범주를 기준으로 산출된다.
Alliance for Automotive Innovation은 제너럴모터스(GM), 포드(Ford), 토요타(Toyota), 폭스바겐(Volkswagen), 현대(Hyundai), 스텔란티스(Stellantis) 등 주요 완성차 업체를 회원으로 둔 미국의 자동차 업계 단체로, 업계 동향과 정책 이슈에 관한 자료를 발표한다.
분석: 시장·가격·생산에 미칠 영향
이번 뉴욕오토쇼에서의 신차 공개는 단순한 제품 발표를 넘어 제조사들이 미국 시장 점유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액 공제의 소멸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구매심리를 약화시켜 판매량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이는 차량 가격 할인(인센티브)과 재고 부담으로 이어졌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할인 경쟁이 장기화될 경우 마진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최근의 유가 상승은 소비자들의 연료비 부담을 증가시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일정 부분 회복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업계 경영진들이 언급한 것처럼, 이 같은 시장 요인은 ‘규제’보다 ‘시장 조건’에 따른 수요 변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지역별 유가와 인센티브 수준이 전기차 판매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생산 전략 측면에서 제조사들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확대와 함께 하이브리드 모델의 비중을 조절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선택하고 있다. 이는 공급망 부담을 분산시키고,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아의 ‘3~4년 내 회복’ 전망은 전기차 수요 회복이 중장기적이라는 점을 시사하며, 단기간 내 대규모 가격 인하나 대량 보급을 통한 급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전기차 판매 비중의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정책(세액 공제 재개 여부 등)과 유가 흐름, 제조사들의 인센티브 경쟁 여부가 향후 1~3년 내 시장 회복 속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중장기적으로는 배터리 원가 하락, 충전 인프라 확충, 소비자 신뢰 회복이 결합될 경우 전기차 점유율은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업계의 전망처럼 단기간 내 50~60% 수준으로의 급증은 현실성이 낮다.
종합하면, 뉴욕오토쇼에서의 신차 공개는 제조사들이 불확실한 수요 환경 속에서도 전기차 라인업 확대와 시장 점유율 방어 의지를 드러낸 사례이다. 정책 변화와 에너지 가격 변동이라는 외부 변수들이 향후 시장 회복의 속도와 성격을 결정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