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중앙은행, 식료품 인플레이션 부담 속 기준금리 11% 유지 전망

■ 기준금리 동결 전망 배경

카라치발(Reuters) — 파키스탄 중앙은행(State Bank of Pakistan, SBP)이 11%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제기됐다. 식료품 가격 급등기저효과 탓에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지 않고 있어, 추가적인 통화 완화 여력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2025년 10월 2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10명의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모든 응답자가 SBP가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파키스탄 전역의 홍수 피해와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 봉쇄가 농산물 가격을 끌어올려 통화당국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9월 물가 상승률은 최근 홍수의 영향을 반영해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통화정책위원회(MPC)가 기준금리를 그대로 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 파와드 바시르(KTrade 리서치 본부장)

그는 차기 금리 인하 시점을 2026회계연도(FY26) 마지막 분기(2026년 7월 이후)로 내다봤다.

주목

식료품 가격과 기저효과가 끌어올린 인플레이션

지난 10월 11일,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간 무력충돌 이후 단행된 국경 폐쇄는 무역 차질과 식품 공급난을 심화시켰다. 이로 인해 토마토·사과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급등해 인플레이션을 압박했다.

SBP는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도 금리를 동결하며 “홍수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5~7%)를 웃돌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6%로, 전달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농산물 가격 상승

8월에 발생한 대규모 홍수는 펀자브주의 농경지와 산업단지를 덮쳐 1,000여 명의 사망자250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농작물과 공장 시설까지 파손되면서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주목

신중한 통화정책 유지 근거

애널리스트들은 실질금리(real interest rate)가 여전히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실질금리란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값으로, 투자 매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알미잔 인베스트먼트의 암린 수라니 연구원은 “홍수 리스크 완화국제유가 하락으로 단기 인플레이션 전망은 다소 나아졌으나, 전년 동기간 물가가 낮았던 기저효과가 작용해 당분간 월간 상승률은 높게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이 실질금리 300bp(3%p) 수준을 유지하려면 당분간 금리 인하 여지가 크지 않다.” — 암린 수라니(알미잔 인베스트먼트)


최근 금리 변동 추이

SBP는 2024년 6월 인플레이션율이 40%에 육박하자 기준금리를 22%까지 끌어올린 후, 이후 총 1,100bp 인하했다. bps(베이시스 포인트, basis points)는 1bp가 0.01%포인트를 뜻하는 단위로, 금융시장에서 금리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할 때 사용된다.

가장 최근 인하 조치는 2025년 5월에 단행된 100bp 인하였다. 이후 6월·7월·9월 세 차례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며 물가 추이를 주시하는 모습이다.

파키스탄 중앙은행


■ 용어 해설: 기저효과·실질금리·베이시스포인트

기저효과는 전년 동기간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거나 높을 때, 올해 상승률이 과대 혹은 과소평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해 물가가 낮았다면 올해 동일한 가격 상승도 높은 증가율로 집계된다.

실질금리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조정한 금리다. ‘명목금리 – 물가상승률’로 계산되며, 플러스면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이자 수익이 발생함을 의미한다.

베이시스포인트(bps)는 0.01%pt를 의미하는 금융시장 전용 단위다. 예컨대 금리가 50bp 움직이면 0.5%p 변동된 것이다.


기자 해설·전문가 시각

현재 파키스탄 경제는 식료품·에너지 가격 변동성에 취약한 구조다. 정부 재정 여력도 제한적이어서, 통화정책 하나만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SBP가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다시 고착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향후 변수는 두 가지다. 첫째,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 재개방이 언제 이뤄지느냐가 식료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둘째, 글로벌 원유·곡물 가격이 재차 상승한다면, SBP가 유지해온 실질금리 마진은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본 기자는 SBP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인플레이션 안정이 확연해질 경우에만 완만한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결론적으로, 홍수 피해 복구와 공급망 정상화가 병행되지 않는 한 파키스탄의 물가 둔화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다. SBP의 ‘신중 모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