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중앙은행(State Bank of Pakistan·SBP)이 7월 3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bp(0.50%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둔화와 대외수지 개선을 주요 근거로 꼽았다.
2025년 7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14명의 애널리스트 전원이 금리 인하를 예상했으며, 이 가운데 9명은 50bp 인하(중간값)를, 4명은 100bp 인하를, 1명은 25bp 인하를 점쳤다. 인하 폭에 대한 의견 차이는 있으나 추가 완화 방향성에서는 이견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파키스탄의 6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3.2%로, 전년 동월 대비 큰 폭으로 둔화됐다. 2024/25 회계연도(7월 1일~6월 30일) 평균 물가 상승률은 4.49%로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도 23.4%에서 급락한 수치다. 실질금리는 확실히 플러스 영역을 유지하고 있어 통화 완화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국영 증권사 아리프 하빕 리미티드(Arif Habib Limited)의 리서치 책임자 사나 타우피크(Sana Tawfik)는 “물가 둔화와 외환 보유고 증가가 SBP의 인하 여지를 확대하고 있다”면서도 “수입 증가 및 통화가치 압력을 고려할 때 중앙은행은 데이터에 기반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환보유액은 IMF 70억 달러 프로그램 자금과 양자 차관 유입 덕분에 140억 달러를 넘어섰다.” — 로이터 통신
보유고가 늘어났음에도 최근 루피화 약세가 재차 고개를 들자 정부는 비공식 달러 거래 단속에 나섰다. 이는 환율 안정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금리 인하 사이클이 환율에 미칠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SBP는 2024년 6월 사상 최고치인 22%였던 기준금리를 10개월 동안 10%포인트 인하한 뒤 2025년 3월 잠시 숨 고르기를 했다. 5월에 100bp를 추가로 인하한 후, 6월에는 이란·이스라엘 긴장으로 동결했다가 이번에 다시 인하 재개를 검토 중이다.
이달 초 자밀 아흐마드(Jameel Ahmad) SBP 총재는 ‘로이터 넥스트 아시아 서밋’에서 “중앙은행은 5~7% 물가 목표를 위해 여전히 ‘타이트’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미 시행된 정책이 물가와 외부계정 모두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S&P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아흐메드 모빈(Ahmed Mobeen)은 “수입 수요 증가와 글로벌 원자재 가격 리스크를 고려할 때, 하반기에는 보다 점진적 인하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락슨 인베스트먼츠(Lakson Investments)의 투자책임자 무스타파 파샤(Mustafa Pasha)도 “완화 추세가 유지될 경우 2026년 상반기에는 금리가 한 자릿수 후반대로 내려갈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 지표·신용등급 동향
국제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지난주 파키스탄의 국가신용등급을 ‘B-’로 상향 조정했다. 이전 등급인 ‘CCC+’ 대비 두 단계 상승이며, 낮아진 인플레이션과 재정 통합, 그리고 강화된 외환 보유고를 근거로 들었다.
용어 해설*
*베이시스포인트(bp)는 금리 변동 폭을 세밀하게 표시하기 위해 쓰이는 단위로, 1bp는 0.01%포인트다. 예를 들어 50bp는 0.50%포인트를 의미한다.
실질금리(Real Rate)는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율을 차감한 값으로, 플러스(+)일 경우 예금자·채권자에게 실질 수익이 발생한다.
IMF 프로그램은 국제통화기금이 구조조정 자금을 제공하며 정책·재정 개혁을 조건으로 하는 협약이다. 파키스탄은 70억 달러 규모의 협정을 체결해 외환유동성 확보와 구조 개혁을 병행하고 있다.
전문가 시각
다수 애널리스트들은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 목표 범위내로 진입한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춰 내수 회복과 차입 비용 경감을 지원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동시에 루피 환율 변동성, 수입 확대에 따른 경상수지 악화 가능성, 지정학 불확실성 등을 잠재 리스크로 지목하며 ‘점진적·데이터 기반’ 접근을 주문했다.
특히 대규모 국채 차환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 인하는 정부 조달 비용을 끌어내리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지만,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금리 차익 매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결국 7월 31일 발표될 SBP 정책금리 결정은 향후 루피화 흐름과 채권 시장 심리의 분수령으로 꼽히며,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SBP가 어떤 속도로 완화 사이클을 이어갈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