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 주요 브로커리지 파이퍼 샌들러(Piper Sandler)가 캠벨 스프 컴퍼니(Campbell Soup Company, NASDAQ: CPB)에 대해 한 단계 낮춘 ‘중립(Neutral)’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불과 1년여 전까지 유지해 온 ‘비중 확대(Overweight)’ 권고를 철회한 것으로, 투자 시그널이 명확히 바뀐 셈이다.
2025년 8월 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파이퍼 샌들러는 보고서를 통해 2026회계연도 주당순이익(EPS) 전망을 14센트 낮춘 2.39달러로 조정했고, 목표주가도 종전 35달러에서 34달러로 소폭 하향했다. 평가 등급과 목표가가 동시에 내려간 것은 간식(snacks) 부문의 구조적 약세와 유럽연합(EU) 신규 관세 부담이 겹친 결과라는 설명이다.
간식 사업의 ‘경고등’… 美 소매판매 –4%
파이퍼 샌들러는 보고서에서 “캠벨 스프의 스낵 카테고리는 2025회계연도 4분기(5~7월 기준) 들어 미국 소매판매가 4% 이상 감소하며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고 진단했다. MZ‧알파세대가 가공 스낵 소비를 줄이고 ‘온더고(간편 식사)’ 트렌드가 주춤하면서 매출 타격이 가시화됐다는 지적이다. 반면, ‘식사·음료(Meals & Beverages)’ 부문은 육수(Broth)와 라오스(Rao’s)* 소스 판매 호조로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 라오스: 미국 고급 레스토랑에서 시작된 프리미엄 파스타 소스 브랜드로, 2023년 캠벨 스프가 인수했다.
“스낵 부문의 둔화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가 필수 품목이 아닌 제품에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 – 파이퍼 샌들러 애널리스트 메모中
관세 쇼크… 라오스 EU 수출분 15% 관세 적용
EU는 지난달 프리미엄 토마토·파스타 소스류에 부과하던 관세율을 10%에서 15%로 상향했다. 파이퍼 샌들러는 이로 인해 2026년 캠벨 스프 EPS가 추가로 0.07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기간 다른 지역의 관세·무역장벽까지 합치면 총 0.39달러 규모의 이익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관세 영향은 가격 인상으로 전가하기 어려운 구조적 리스크다. 관세를 가격에 반영하면 유럽 내 판매량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고, 흡수하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다. 결국 캠벨 스프는 두 가지 선택지 모두에서 난처한 상황을 맞고 있다.
추가 악재: Noosa 요거트 매각·비용 증가
캠벨 스프는 최근 호주 프리미엄 요거트 브랜드 Noosa를 매각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매출 공백과 더불어 2026년에는 광고비·임금 인상까지 예고돼 있어, 가이던스(연간 실적 전망)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파이퍼 샌들러 측 설명이다.
전문가 시각 및 시장 함의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은 전반적으로 ‘방어주’로 분류되던 캠벨 스프가 수익성 방어라는 핵심 가치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진한 스낵 부문과 관세 부담이 겹쳐 단기간 주가 상승 모멘텀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본 기자 역시 간식 카테고리의 구조적 변화와 무역 환경 악화를 감안할 때, 최소 2~3개 분기 동안은 실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브로스(Broth)와 프리미엄 소스 라인은 여전히 고마진을 유지하고 있어, 전략적 투자자라면 배당 수익률과 포트폴리오 분산 측면에서 부분 접근을 고려할 수 있다. 실제로 캠벨 스프의 12개월 선행 배당수익률은 3% 중후반으로, 미국 식품주 평균(2%대 초중반)을 상회한다.
주요 용어 풀이
• 파이퍼 샌들러(Piper Sandler): 1895년 설립된 미국의 중형 투자은행으로, M&A·자본시장·리서치에 강점을 보유한다.
• 비중 확대(Overweight): 추종 지수 대비 주식 비중을 늘리라는 뜻으로, 긍정적 투자 의견을 의미한다.
• 중립(Neutral): 시장 수익률과 비슷한 흐름을 예상할 때 부여하는 의견으로, 명확한 상승·하락 전망이 없음을 의미한다.
• EPS(주당순이익):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다.
• 관세(Tariff): 특정 품목 수입 시 부과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 및 재정 확보 목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