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로이터)—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제롬 파월이 23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노동시장 둔화가 가시화되는 만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검토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완전히 통제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신중론을 병행했다.
2025년 8월 2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노동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둔화된 결과로 현재의 균형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만약 고용위험이 현실화되면 급격한 해고와 실업률 상승이 단기간에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시장이 균형을 찾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는 수요와 공급 모두 뚜렷하게 둔화된 데 따른 기묘한 균형이다.” — 제롬 파월 연준 의장
■ 시장 반응
파월 발언 직후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상승 폭을 확대했고, 미 국채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약세로 전환됐다. 투자자들은 9월 25bp(0.25%p) 인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으며, 연말 추가 완화 전망도 고조됐다.
잭슨홀 회의란?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은 캔자스시티 연준이 주관하는 연례 회의로,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와 학자, 시장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1978년 시작된 이 행사는 ‘통화정책의 풍향계’로 불리며, 파월 의장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켜 왔다.
■ 전문가 코멘트
헬렌 기븐 모넥스USA 트레이딩 디렉터는 “파월이 노동시장 하방 위험을 강조하면서 달러 매도가 급증했다”며 “시장 참가자들은 9월 25bp 인하에 이어 올해 추가 인하도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 의사를 밝힌 점은 중앙은행 독립성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추가 인하가 이뤄진다면, 파월 의장은 임기를 마칠 수도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 헬렌 기븐 모넥스USA
이펙 오즈카데스카야 스위스콰트 뱅크 선임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약화되는 고용을 지지하기 위해 비둘기파로 기우는 모습”이라며 “25bp 인하 준비 소식이 시장에 ‘유포리아’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토머스 헤이스 그레이트힐캐피털 회장은 “9월 움직일 여건을 마련했다”며 “9월 첫 주 고용지표가 지나치게 강하지 않는 한(그럴 가능성은 낮다) 인하는 기정사실”이라고 내다봤다.
칼 샤모타 코페이 수석시장전략가는 “파월의 메시지는 예상보다 훨씬 비둘기파적”이라며 “노동시장 하방 위험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임금·물가 기대가 현재는 잘 고정돼 있다고 진단했다”고 설명했다.
제이 해트필드 인프라캐피털매니지먼트 CEO는 “연준이 노동시장 약화를 인식해 9월 인하를 예고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보통 가을장에는 약세를 예상하지만 이번엔 중립, 즉 계절적 약세보다 낙관적”이라고 언급했다.
아트 호건 B.라일리 웰스 수석전략가는 “리스크 균형이 바뀌었음을 인정한 파월의 발언은 9월, 10월, 12월 연속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노동시장 약세가 관세로 인한 물가우려보다 정책 결정에 우선했다”고 풀이했다.
브라이언 제이콥센 애넥스웰스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메일 논평에서 “연준이 축제를 망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며 “알 수 없는 인플레이션 기대보다 확인된 성장리스크를 우선시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 전문적 통찰
현재 실업률은 4%대 초반으로 역사적 저점 대비 상승했으며, 구인·이직보고서(JOLTS)가 가리키는 ‘일자리 공급’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반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2%대 후반~3% 초반을 유지해 연준 목표(2%)를 웃돈다. 즉, 이중책무(물가 안정·고용 극대화)가 엇갈리는 구간이다. 파월 의장은 이번 발언을 통해 “고용 목표 쪽에 보다 무게를 두겠다”는 시그널을 보냈다고 해석된다.
시장금리를 선반영하는 연방기금선물(FF선물)은 연내 50bp 인하 가능성을 70% 내외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점도표’에 담긴 연준 위원들의 연말 금리 중간값(4.75~5.00%)과 불일치가 커 시장과 연준 간 ‘신뢰 갭’ 역시 확대됐다. 향후 △9월 고용보고서 △8월 CPI(소비자물가지수) △9월 17~18일 FOMC에서 공개될 수정 경제전망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한 백악관을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연준 독립성 논란도 재점화됐다. 역사적으로 정치권 압력과 통화정책 결정을 둘러싼 논쟁은 연준의 신뢰도와 직결돼 왔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파월 의장이 얼마나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시장 심리의 또 다른 변수로 부상한다.
■ 용어 길라잡이
*basis point(bp): 1bp는 0.01%p로, 중앙은행 금리 조정 단위를 세밀하게 나타낼 때 사용된다.
*FOMC: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로 연 8회 정례회의를 연다.
*점도표(dot plot): FOMC 위원별 향후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그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