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추가 금리 인하 불확실’ 발언에 미 증시 혼조 마감

뉴욕 증시가 29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장중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반납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보합으로 거래를 끝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16% 하락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는 +0.41% 올라 대비적 강세를 보였다. 이날 장 마감 후 12월물 E-미니 S&P 선물은 -0.06% 하락했고, 12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37%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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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12월 추가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자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한 데 주목했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주 반 만에 최고치인 4.074%까지 뛰었다. 이 같은 금리 급등은 주식시장의 조기 랠리를 꺾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증시는 장 초반 미·중 통상 긴장 완화 기대에 힘입어 S&P 500, 다우, 나스닥100 모두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펜타닐 문제 해결을 조건으로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20% 관세를 10%까지 인하할 방침이라고 밝힌 영향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날 늦게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미국과 한국은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분야 대미 투자, 한국산 제품에 대한 15% 관세 상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공식 타결했다.

주목

반도체주가 랠리를 주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상 협상 테이블에서 NVIDIA의 차세대 AI칩 ‘블랙웰(Blackwell)’ 공급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자, NVIDIA 주가는 +2% 이상 급등했다.

중국 외교부 궈자쿤(郭家坤) 대변인은 “중미 관계에 새로운 동력을 주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브로드컴·램리서치·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 주요 반도체주가 모두 3% 이상 올랐다.

부동산 지표는 엇갈렸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가 발표한 지난주 모기지 신청 건수는 전주 대비 +7.1% 증가했다. 30년 고정금리 평균은 6.37%에서 6.30%로 1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9월 미국 잠정 주택판매는 전달 대비 변동이 없어 시장 예상치(+1.2%)를 하회했다.


FOMC 결론과 파월 의장의 발언

예고된 대로 연준은 기준금리를 3.75~4.00%로 25bp(0.25%p) 인하하고, 12월 1일부로 양적긴축(QT) 중단을 결정했다. 성명서에는 “최근 고용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 “물가가 올해 초보다 상승했고 여전히 다소 높다”라는 문구가 새로 포함됐다.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12월 회의에서 추가 인하가 당연시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못 박았다.

주목

파월 발언 직후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12월 추가 25bp 인하 확률을 종전 80%대에서 67%로 축소 반영했다. 전체적으로 2026년 말까지 74bp 인하를 예상, 실효금리가 3.38%로 내려갈 것으로 시장은 본다.

무역·정책 변수

주초 말레이시아 회동에서 미·중 협상단이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은 위험자산 선호를 지지했다. 합의 세부안은 31일 한국 부산 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시진핑 회담 직후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중국산 전량 100%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하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 1년 유예미국산 대두 ‘대규모’ 구매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양측은 TikTok 접근성 문제와 선박 운임 갈등에서도 일부 진전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의 통상 마찰도 확대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가 공개한 ‘반(反)관세’ 광고에 반발해 대(對)캐나다 수입품 10% 추가 관세를 선언한 것이다. 오는 11월 5일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주의 관세’ 법적 근거를 심리한다. 하급심은 이미 위법 판결을 내린 바 있어, 대법원이 이를 확정하면 징수된 관세는 환급되고 대통령의 관세 권한은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연방정부 셧다운은 5주째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64만 명의 공무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며, 이는 실업률을 4.7%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셧다운 탓에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9월 고용·판매·물가·주택지표 발표가 줄줄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해외 증시 및 채권시장

유럽 유로스톡스50 지수는 +0.03% 올라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0년 만의 최고치로 +0.70% 상승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도 +2.17% 급등해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갔다.
global markets

미국 10년물 국채 가격은 -18틱 급락했고, 수익률은 +8bp 상승한 4.056%로 폐장했다. 투자자들은 안전자산 선호를 줄이며 위험자산으로 이동했으나, 파월 의장 발언 이후엔 다시 채권 매도세가 강화됐다. 반면 독일 10년물 분트 수익률은 -0.2bp, 영국 10년물 길트 수익률은 -0.8bp 하락했다. 시장은 10월 30일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유력시하고 있으며, 25bp 인하 가능성은 1% 미만으로 가격에 반영됐다.


S&P500 주요 개별 종목 동향

트럼프·시진핑 회담 기대에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였다. 브로드컴·램리서치·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3% 이상, 엔비디아·마이크론·AMD 등은 2% 이상 상승했다.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테라다인은 3분기 매출(7억6,920만 달러)과 4분기 가이던스(9억2,000만~10억 달러)를 시장 예상치(8억2,050만 달러)를 크게 웃돌며 +20% 폭등, S&P500 상승률 1위에 올랐다.

하드디스크 업체 씨게이트(+19%), 연료전지 업체 블룸 에너지(+16%), 건강보험사 센틴(+12%)도 실적 호조로 급등했다. 다우지수 구성종목 중 캐터필러는 3분기 조정 EPS 4.95달러를 발표해 예상을 크게 웃돌며 +11% 뛰었다. 반면 결제업체 파이서브는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해 -44% 폭락, 이날 S&P500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아반토(-23%), 가민(-11%), 스머핏 웨스트록(-12%), 버스크 애널리틱스(-10%), 허멜 푸드(-9%), 보잉(-4%), 몬덜리즈(-4%) 등이 부진한 실적 또는 가이던스로 큰 폭 하락했다.


이번 주 ‘매그니피센트 7’ 실적 집중

이번 주는 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애플·아마존매그니피센트 7 가운데 5개사가 성적표를 내놓는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3분기 현재까지 S&P500 기업의 84%가 시장 예상을 상회해 2021년 이후 최고 비트율을 기록 중이다. 다만 연간 순이익 증가율은 +7.2%로 2년 만에 최저, 매출 증가율 역시 5.9%로 2분기(6.4%)보다 둔화될 전망이다.

용어 해설
E-미니 선물은 CME(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소형 주가지수 선물로, 정규 선물 대비 계약 규모가 1/5 수준이다.
펜타닐은 강력한 합성마약으로 미국 내 과다복용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양적긴축(QT)은 연준이 보유 자산을 축소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이다.
분트(Bund)길트(Gilt)는 각각 독일·영국의 장기국채를 뜻한다.

전문가 시각

월가 트레이더들은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했지만, 미·중 무역 합의 기대와 기술주 실적 모멘텀이 시장을 방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이 QT를 조기 중단하면서 유동성 공급 확대가 예상되지만, 파월 의장의 ‘데이터 의존적’ 기조는 유지됐다. 따라서 남은 2025년 주식시장은 고용·물가 지표와 글로벌 무역 교섭 과정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