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지수(DXY)가 이번 주 상승세를 이어가며 7월 30일(현지시간) 2개월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날 국제 금 가격은 1개월 만의 최저치로 급락했고, 은 역시 2주 반 만의 저점을 기록했다.
2025년 7월 3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미국 경제지표 호조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매파적(긴축적) 발언이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꺾였다.
미 노동시장 척도인 7월 ADP 민간고용은 전월 대비 10만4,000명 증가해 시장 전망치(7만6,000명)를 훌쩍 뛰어넘으며 4개월 만의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도 연율 3.0% 성장해 컨센서스(2.6%)를 상회했다. 두 지표 모두 달러 강세에 직접적인 동력을 제공했다.
FOMC 결정과 ‘이례적’ 반대 의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 4.25~4.50%로 동결했다. 그러나 보우먼(Bowman)·월러(Waller) 이사는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이견을 표명했다. Fed 이사진 두 명이 동시에 ‘인하’ 소수의견을 낸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다.
FOMC 성명서는 미국 경기 평가를 기존 “견조한(solid) 확장”에서 “상반기 들어 성장세가 둔화했다”고 수정하며 다소 비둘기적(완화적) 뉘앙스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며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위험을 고려할 때 ‘적절히 긴축적인(modestly restrictive)’ 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시장의 인하 기대를 냉각시켰다.
달러·국채·주요 통화 동향
달러 지수는 0.88% 급등해 2개월래 최고 수준에 올랐다. 파월 발언 직후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10bp 이상 튀어 오르며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탰다. 반면 유로/달러(EUR/USD) 환율은 1.10% 급락, 7주 신저점을 찍었다. 이번 주 초 단행된 미·EU 무역협정이 미국에 유리하게 평가되면서 유로 부진 심리가 더해졌다.
반대로 유로존 거시지표는 나쁘지 않았다. 2분기 GDP는 전기 대비 0.1%, 전년 대비 1.4%로 예상을 웃돌았고, 7월 경제심리지수도 95.8(전월대비 +1.6)로 5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ECB가 9월 11일 회의에서 25bp 인하에 나설 확률을 13%로 반영 중이다.
엔/달러(USD/JPY) 환율은 0.61% 올라 엔화가 3.75개월 만의 최저치로 밀렸다. 러시아 동해안 규모 8.8 지진 및 쓰나미 경보가 초기 위험회피성 엔 매수로 이어졌지만, 미국 지표 호조와 국채 수익률 상승이 이를 압도했다. 일본 정치 불확실성도 엔 약세를 부추겼다. 7월 20일 선거에서 자민당(LDP)이 참의원 과반을 잃자, 시장은 추가 재정확대와 감세로 국가채무가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금·은·구리 등 원자재 시장 충격
뉴욕상품거래소(Comex) 8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28.20달러(0.85%) 하락해 종가 기준 1개월 최저치를 기록한 뒤, 장 마감 후 전자거래에서 추가로 30달러 더 밀렸다. 9월물 은 선물도 1.43% 내려 약 2주 반 최저치를 나타냈다.
달러 강세와 미 국채금리 급등이 귀금속 약세의 직접 원인으로 꼽혔다. 여기에 파월 의장의 매파 발언이 ‘금리에 민감한 무이자 자산’인 금·은을 더욱 압박했다. 이날 구리 가격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제 구리 관세 제외 발표로 17% 폭락, 2.5개월 저점으로 주저앉은 것도 은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일부터 인도산 상품에 25%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가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입한 데 대해 추가 제재 가능성도 시사했다. 관세발(發) 물가 압력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혼재하면서, 귀금속 시장은 ‘인플레이션 헤지’와 ‘안전자산’ 사이에서 혼조를 보이고 있다.
시장 전망과 전문가 해석
연방기금선물(Fed Fund Futures)에 따르면 9월 16~17일 FOMC에서 25bp 인하가 이뤄질 확률은 49%, 10월 28~29일 회의에서는 38%로 집계됐다. 파월 의장이 긴축 유지 쪽으로 무게를 실은 만큼, ‘9월 인하 베팅’은 더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부 시장참가자는 “관세 충격이 소비에 본격 반영되면 4분기부터 성장 모멘텀이 급격히 둔화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실제 FOMC 성명의 ‘성장 둔화’ 언급은 금리 인하의 ‘명분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유로존의 경우, 견조한 단기 지표에도 불구하고 높은 제조업 가격지수와 미국발 관세가 복합적으로 부담을 줄 전망이다. 아시아에서는 엔화 약세와 일본 재정확대 시나리오가 중기적으로 원·엔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용어 설명
DXY(달러 인덱스) : 유로, 엔, 파운드 등 6개 통화 바스켓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로, 달러 강·약세의 대표 지표다.
ADP 고용보고서 : 자동 데이터 처리 업체 ADP가 발표하는 미국 민간부문 고용지표로, 매월 첫 금요일 발표되는 공식 비농업부문고용(NFP)의 ‘예고편’ 성격을 지닌다.
Core PCE :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에서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핵심물가. Fed가 물가 목표(2%) 달성 여부를 판단할 때 중시한다.
투자자들은 당분간 “물가와 무역정책 리스크를 동시에 감시”해야 하는 복합 국면에 직면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신흥국 통화와 원자재 가격 전반에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어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