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로이터통신=마이클 S. 더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최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연준이 방금 대차대조표 축소(Quantitative Tightening·QT)를 멈췄기 때문에, 향후 어느 시점에는 다시 보유 자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금융시스템 내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 단기금리를 목표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지급준비금(reserves)을 다시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결국 우리는 준비금을 추가로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이어 “은행권과 실물 경제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연준의 지급준비금도 자연스럽게 함께 성장해야 한다”며 “준비금 공급 확대는 시기의 문제일 뿐, 방향성은 이미 정해졌다”고 강조했다.
지급준비금이란 무엇인가
연준의 지급준비금은 상업은행이 중앙은행 계좌에 예치해 두는 현금성 자산을 가리킨다. 이 자산은 금융시스템 내 ‘기본 유동성’ 역할을 하며, 연준이 정책금리를 통제하는 핵심 매개가 된다. 지급준비금이 부족하면 은행 간 단기금리(연방기금금리)가 급등할 수 있고, 반대로 과잉 공급되면 금리는 목표 범위 아래로 하락할 우려가 있다.
대차대조표 축소 (QT)와 확대 (QE)
양적긴축(QT)은 연준이 보유 채권의 만기 상환분을 재투자하지 않거나, 보유 채권을 매각함으로써 대차대조표를 줄이는 정책이다. 반대로 양적완화(QE)는 채권을 대규모로 매입해 대차대조표를 확대하고, 시중에 유동성을 흘려보내는 정책이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대규모 채권 매입(QE)을 통해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켰다. 이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자 QT를 단행해 보유 자산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왔다. 그러나 QT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시중 유동성이 지나치게 줄어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QT의 종료가 준비금 부족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면서도 “경제·금융 시스템의 자연적 성장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결국 다시 자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규모나 시점은 밝히지 않았지만, “우리가 자산을 재확대하더라도, 과거와 동일한 방식이 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시장 반응
뉴욕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두고 “유동성 환경이 과도하게 타이트해지는 것을 연준이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일부 딜러들은 “결국 연준이 ‘영구적 대차대조표 확대 경로’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지만, 또 다른 참가자들은 “연준이 아직 금리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는 점을 병행해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왜 지금 ‘확대’ 논의가 나왔나
시중은행 총자산이 성장하고, 금융규제가 강화되면서 요구되는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이 공급하는 준비금의 ‘적정 수준’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레포(Repo) 시장의 스트레스는 자금 조달 비용이 단기간 급등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연준이 예방적 차원에서 준비금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기자 해설 및 전망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연착륙(soft landing)’ 시나리오를 추구하는 연준의 정책 스탠스를 재확인시켜 준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해 왔지만, 동시에 유동성 경색으로 인한 금융 불안정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준비금이 지나치게 감소하면 은행들은 자산·부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단기자금 시장이 급속히 위축될 수 있다. 이는 2019년 9월 연방기금금리 급등 사태와 유사한 상황을 재현할 위험이 있다. 당시 연준은 즉시 일시적 레포 운영을 통해 시장 안정을 도모했으나, 이번에는 사전적 대처를 시사한 셈이다.
그러나 대차대조표를 다시 확대하는 과정이 곧바로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파월 의장 스스로도 “준비금 확보 목적의 자산매입과 경기 부양 목적의 QE는 구분된다”는 점을 언급해 왔다. 따라서 향후 연준은 ‘준비금 관리용 매입 프로그램’과 통화정책 방향을 명확히 떼어내어 설명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구체적인 일정표를 제시할 때까지는 무리한 포지셔닝을 자제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역사적 경험상 준비금이 바닥을 확인하기 전에 단기금리가 크게 흔들린 적이 많았기 때문에, 연준의 ‘선제적 확대’ 의향만으로도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발언은 연준이 유동성 공급과 물가 억제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균형적 통화정책 전략을 재확인해 준다. 실제 확대 시점과 규모는 향후 경제 데이터와 금융시장의 자금 수급 상황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