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22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비둘기적(dovish)’ 발언을 계기로 일제히 급등했다.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1.52% 오른 5,473.27에,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89% 오른 41,509.32에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나스닥100지수 역시 1.54% 상승했다.
2025년 8월 23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고용시장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어 통화정책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 직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주일 만의 최저치인 4.24%까지 급락했고, 9월 29~30일 FOMC에서 기준금리가 25bp 인하될 가능성은 71%에서 81%로 뛰어올랐다.
파월 의장의 핵심 발언은 다음과 같다.
“실업률과 기타 노동시장 지표가 안정돼 있는 만큼 우리는 정책 변경을 신중히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정책 스탠스가 제약적(restrictive) 구간에 있는 현 상황에서 위험 균형의 변화는 정책 조정 필요성을 시사한다.”
연준 내부의 목소리는 완전히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다. 보스턴 연은의 수전 콜린스 총재는 “미국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기본 펀더멘털은 견조하며, 인플레이션 위험은 상방·고용 위험은 하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책은 ‘약간의 제약적’ 수준으로 적절하다”고 말해 다소 매파적(hawkish) 뉘앙스를 남겼다.
국채·금리 동향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연방기금선물(Fed Funds Futures) 시장에서는 9월 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81%로, 10월 28~29일 회의에서 추가 인하 가능성을 55%로 각각 반영했다. 10년물 T-노트 선물(9월물)은 19틱 급등했고, 브레이크이븐(Breakeven) 인플레이션율은 2.421%로 3주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 용어 설명
‘10년물 T-노트 금리’는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지표로 통한다.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율’은 명목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 간 금리 차이를 의미하며 향후 시장이 예상하는 물가 수준을 반영한다.
글로벌 증시 및 거시 지표
유럽 Stoxx50지수는 0.48% 올라 5개월 만의 고점을 찍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45% 상승하며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니케이지수는 0.05% 소폭 반등했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3.5bp 내린 2.722%, 영국 10년물 길트금리는 3.7bp 하락한 4.693%로 마감했다. 한편 독일 2분기 GDP는 속보치 -0.1%에서 -0.3%로 하향 수정됐다.
종목별 움직임
반도체 업종이 랠리를 주도했다. ON세미콘덕터가 6% 이상 급등했고, 글로벌파운드리스·인텔이 5% 넘게 올랐다. NXP·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4%+, ARM 3%+ 상승했다. AMD·TI·마벨·ASML·퀄컴도 2% 넘게 강세를 보였다.
‘매그니피센트 세븐’ 빅테크도 동반 상승했다. 테슬라가 6% 넘게 뛰었고, 알파벳·아마존 3%+, 메타 2%+, 애플·엔비디아 1%+, 마이크로소프트 0.6% 각각 상승 마감했다.
경기 회복 기대에 항공·크루즈주가 강세를 이어갔다. 노르웨이지안크루즈·아메리칸항공·알래스카항공 7%+, 카니발·델타·로열캐리비안 6%+, 유나이티드항공·사우스웨스트항공도 5% 이상 급등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연동되는 10년물 금리 하락에 따라 주택건설주도 상승했다. 빌더스퍼스트소스 8%+, 모호크인더스트리 7%+, 레나·퓰트·DR호튼·톨브러더스가 5%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실적 호재도 눈에 띄었다. 유비퀴티는 4분기 매출이 예상(6억2100만 달러)을 크게 웃돌며 29% 폭등했고, 줌 커뮤니케이션즈는 2분기 매출 서프라이즈와 2026년 매출 가이던스 상향으로 12% 급등했다.
반면 인튜이트는 2026년 조정 영업이익 가이던스(중간값 86억5000만 달러)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며 5% 넘게 하락했다. CSX는 BNSF와의 신규 화물 서비스 발표 후 3% 하락했고, 워크데이는 전문서비스 부문 예상치 미달로 2%대 약세를 보였다. 통신 섹터에서는 AT&T·T모바일이 2% 이상, 버라이즌이 1% 넘게 밀렸다.
무역·관세 이슈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기사 작성 시점 공화당 대선 후보)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400여 개 소비재로 확대 적용했다. 모터사이클·자동차 부품·가구·식탁용품 등이 즉시 대상에 포함됐으며, 100% 반도체 관세 계획도 예고됐다. 다만 미국 내 생산시설 이전 기업에는 면제 혜택이 검토된다. 이에 따라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올해 2.3%에서 15.2%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서 러시아가 요구하는 영토 문제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에 집중하고 있다. 부통령 제이디 밴스는 “푸틴·젤렌스키 정상회담 성사 시, 트럼프 대통령이 3자 정상회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S&P500 2분기 실적 추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9.1% 늘어 4년 만의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94% 기업이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82%가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 추가 참고
‘비둘기적’은 통화완화에 우호적, ‘매파적’은 물가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을 선호하는 태도를 말한다. 투자자들은 보통 비둘기적 발언이 나오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를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