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매파적 발언’에 달러 2주 만에 최고치…연준, 기준금리 0.25%p 인하에도 상승

[뉴욕 외환시장] 달러화 강세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29일(현지시간) 달러지수 (Dollar Index, 종목코드 DXY00)는 전장 대비 0.62% 오른 2주 만의 최고치로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가 겹치면서 달러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2025년 10월 3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이 1500억 달러 규모 조선 분야 투자협정을 마무리하고,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15% 상한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또 펜타닐* 문제 해결을 이유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완화 조짐은 전 세계 교역과 성장 전망을 개선해 달러 강세를 지지했다.

*펜타닐: 강력한 합성 마약성 진통제로, 미국 내 과다복용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목

■ FOMC 결정에도 달러 상승…”12월 추가 인하, 기정사실 아냐

같은 날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범위를 4.00~4.25%에서 3.75~4.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동시에 12월 1일부로 양적 긴축(QT)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 나선 제롬 파월 의장은 “12월 회의에서 추가 인하가 당연시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 한마디로 미 국채수익률이 급등했고, 달러는 상승폭을 키웠다.

시장은 여전히 12월 9~10일 회의에서 25bp 추가 인하 가능성을 69%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또 2026년 말까지 총 72bp 인하(현행 실효금리 4.12%→3.40%)를 전망하고 있다.


■ 미 정부 셧다운 리스크·주택지표 부진이 달러 발목

달러 강세를 제한하는 요인도 존재한다. 연방정부 셧다운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 실물경제 타격이 불가피해,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9월 미결주택판매는 전월 대비 보합으로, 시장이 기대한 1.2% 증가에 못 미쳤다.


■ 미·중 무역협상 진전…“100% 관세 위협 사실상 철회”

달러가 주초에 안전자산 프리미엄을 일부 반납한 배경도 주목된다. 미국·중국 협상대표단은 주말 말레이시아 회담에서 잠정 합의안에 도달했다. 재닛 베선트 재무장관은 “미국이 예고한 대중 100% 관세는 사실상 철회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향후 1년간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지 않고 미국산 대두를 ‘대규모’로 매입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31일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APAC 정상회의 계기 회담에서 최종 서명할 전망이다.

주목

또한 틱톡(TikTok) 접근 허용, 선박 운임 문제, 펜타닐 원료 통제 등에서도 실무협상이 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 유로·엔 동향 – 통화정책 차별화

유로/달러(EUR/USD)는 달러 강세에 0.60% 하락했다.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미 금리 인하 사이클을 종료한 반면, 연준은 2026년까지 추가 완화를 단행할 것으로 본다. 이 같은 정책 차별화(central bank divergence)가 유로 약세를 제한하는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엔화는 달러/엔(USD/JPY)이 0.56% 상승하며 1주 만에 엔 저점을 확인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미 국채금리가 오르자 상대적으로 금리에 민감한 엔이 약세로 돌아섰다. 앞서 베선트 장관은 “일본 정부가 BOJ(일본은행)의 정책 운신 폭을 허용하는 것이 물가 기대를 고정하고 과도한 환율 변동성을 막는 열쇠”라고 언급했다. 일본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35.8로 10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해 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금리·달러 변수에 밀렸다.

BOJ는 이번 주 회의(30~31일)에서 현행 정책금리 0.50%를 유지할 가능성이 86%로 관측된다.


금·은 가격, 단기 반등

12월물 금 선물(GCZ2)은 0.44%(17.60달러) 오른 1온스당 4,012.50달러, 은 선물(SIZ2)은 1.24%(0.589달러) 상승한 48.00달러에 마감했다. 주초 하락으로 금은 각각 3주·1개월 저점까지 밀렸으나, FOMC 발표를 앞둔 쇼트 커버링이 유입됐다.

그러나 장 마감 뒤 파월 의장의 매파적 코멘트가 전해지자 금 가격은 시간 외 거래에서 40달러 넘게 급락했다. 달러 강세와 미 증시(S&P500) 사상 최고치 경신도 안전자산 수요를 제약한다. 금·은 상장지수펀드(ETF) 보유 잔고는 지난주 3년·3.25년 만의 고점에서 감소세로 전환됐다.


■ 시장 전망 및 의미

현재 달러는 교역 리스크 완화라는 ‘펀더멘털 변수’와 파월 의장의 매파적 가이던스라는 ‘정책 변수’를 동시에 등에 업고 있다. 다만 연방정부 셧다운·주택지표 부진 등은 달러 랠리의 지속성에 의문을 던진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 경제지표와 워싱턴 정치 상황, 그리고 12월 FOMC까지 이어질 데이터 의존적 정책 기조가 달러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투자자들은 외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헷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국채 금리, 주식시장 위험선호, 원자재 흐름 간 상호 연동성이 높아진 만큼,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추가 금리 인하는 당연시할 수 없다”
— 제롬 파월 연준 의장(29일 기자회견)

향후 일정으로는 10월 말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 11월 1일 예정됐던 미·중 100% 관세 발동 철회 여부, 12월 9~10일 FOMC가 시장의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