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금리 인하 반대’ 시사에 달러 급등·금값 급락

달러 강세와 금 가격 급락이 동시에 나타났다. 31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지수(DXY00)는 전일 대비 0.88% 상승하며 2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 고용·성장 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하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노동시장이 견고하다“며 금리 인하 기대를 일축한 것이 주된 배경이다.

2025년 7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 강세는 미국 7월 ADP 민간고용이 시장 예상(+7만6천 명)을 훌쩍 넘는 +10만4천 명 증가(4개월 만의 최대폭)를 기록한 직후부터 본격화됐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3.0% 성장해 예상치(2.6%)를 넘어선 점도 달러 매수세를 확대했다.

달러지수 차트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만장일치가 아닌 9 대 2로 기준금리(4.25~4.50%)를 동결했다. 보우먼·월러 이사는 1993년 이후 처음으로 이사 두 명이 동시에 ‘인하’ 소수의견을 냈으나, 파월 의장은 회견에서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을 고려할 때 ‘적당히 긴축적’ 수준의 통화정책이 적절하다”고 못을 박았다.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조하며, 관세가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의 완만한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 제롬 파월 Fed 의장


고용·성장 지표 요약
• 7월 ADP 고용: +104,000명(예상 +76,000명)
• 6월 ADP 고용: -23,000명(종전 -33,000명)
• 2분기 GDP: +3.0%(연율)
• 2분기 근원 PCE 물가: +2.5%(예상 +2.3%)
• 6월 미결 주택매매: -0.8%(예상 +0.2%)

연방기금선물(FF) 시장은 9월 회의에서 25bp 인하 확률 49%로 낮춰 반영했다. 10월 회의 인하 가능성은 38%로 더 낮다.

유로·엔 약세, 달러 독주
유로/달러(EUR/USD)는 1.10% 급락하며 7주 최저치로 밀렸다. 월요일 EU‧미국 간 무역협정 발표 직후 15% 대(對) EU 관세 부과 소식이 유럽 성장 전망을 짓눌렀다. 다만 유로존 2분기 GDP(+0.1% 분기 대비, +1.4% 연간)와 7월 경제심리지수(95.8, 5개월 최고)는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

엔/달러(USD/JPY) 환율은 0.61% 상승, 엔화가 3.7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러시아 동부 해역 8.8 규모 지진 여파로 도쿄만에 쓰나미 경보가 발령돼 장 초반 엔이 잠시 강세를 보였으나, 미국 장 개장 후 달러 랠리와 미 국채 수익률 급등에 눌렸다.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LDP)이 과반을 잃은 뒤 확장 재정·감세가 거론되면서 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은·구리 가격 동반 하락
금 선물 차트
8월물 금 선물(GCQ2)은 온스당 28.2달러(-0.85%) 하락해 1개월 최저치에 마감했고, 장 마감 후 파월 발언이 전해지자 추가로 30달러가량 미끄러졌다. 9월물 은 선물은 1.43% 하락, 2.5주 저점이다. 달러 강세와 미 국채금리 상승이 귀금속을 압박했다.

특히 구리가 하루 만에 17% 폭락하며 2.5개월 저점으로 곤두박질친 것이 은 가격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제 구리 수입품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히면서, 공급 증가 우려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일부터 인도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문제를 이유로 추가 제재도 시사했다. 글로벌 교역 위축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일부 유입됐지만, 달러가 주된 피난처로 선택받으면서 금·은 가격은 오히려 밀리는 형국이다.

용어 설명
ADP 고용보고서는 미국 민간고용 변화 추이를 보여 주는 민간 조사이며, 근원 PCE는 Fed가 선호하는 물가지표다. 연방기금선물은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미국 정책금리를 전망하기 위해 거래하는 파생상품으로, 그 가격 변동이 인하·인상 확률로 해석된다.

전망 및 기자 해설
이번 FOMC 결과는 ‘동결 속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메시지’로 요약된다. 파월 의장이 통화 완화보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달러 강세·금 약세 흐름이 단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관세 확대가 실제 물가에 미치는 효과는 시차가 존재하며, 성장 둔화 조짐이 구체화될 경우 Fed의 스탠스가 빠르게 바뀔 여지도 남아 있다. 향후 시장은 8월 고용지표와 9월 FOMC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