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연준 의장, “정책 완화 필요할 수도”…신중 기조 속 금리 인하 여지 시사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완곡하게 언급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2025년 8월 22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준비된 발언문을 통해 최근 조세·무역·이민 정책의 “대대적 변화”를 지적하며, 그 결과물로서 연준의 이중 목표(완전고용·물가안정) 간 위험 균형이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은 여전히 양호하고, 미국 경제도 탄력성을 보여 왔지만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관세(무역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위험도 있다며,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 발생) 가능성을 경계했다.


정책 스탠스: “제한적 구간이지만 조정 여지”

현재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는 4.25~4.50%로, 지난해 같은 연설 시점보다 1%p 낮다. 파월 의장은 “정책이 제한적 구간에 머물러 있는 만큼 기본 전망과 위험 균형 변화가 정책 조정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9월 16~17일 열리는 FOMC 회의에서 월가가 기대하는 금리 인하에 가장 근접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정책 변경 여부는 데이터를 근거로 FOMC가 독립적으로 결정할 것이며, 우리는 그 원칙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시장 반응: 주가 급등·채권 금리 급락

연설 공개 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600포인트 이상 급등했고, 정책민감도가 높은 2년물 국채금리는 0.08%p 하락해 3.71%대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머지않아 통화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파월과 연준을 공개 비판하며 공격적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다. 다만 파월은 연설에서 백악관 요구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연준 독립성을 강조했다.


불확실성을 키우는 관세 변수

연준은 지난해 12월 이후 기준금리를 동결 중이다. 정책위원들은 관세가 물가에 미칠 영향을 측정하기 어렵다며 “시간을 갖고 판단하겠다”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파월은 “관세는 공급망과 유통망을 통해 단계적으로 파급된다”며 “관세율이 변동하고 있어 조정 과정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가 일시적 물가 상승에 그칠 것이라 보고 대폭 완화적 통화를 촉구하지만, 파월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열어두고 있다. 그는 “합리적 기준선은 관세 효과가 일회성 가격 수준 이동으로 끝난다는 것이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정책 프레임워크 5년 점검

이번 연설에서 파월은 연준의 정책 프레임워크 5년 재검토 결과도 소개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도입한 평균물가목표제(FAIT)는 2% 물가목표를 일정 기간 상·하로 탄력 운영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도입 직후 물가가 4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연준은 “일시적(transitory)”이라며 대응을 늦춰 비판을 받았다.

파월은 “2020년 선언 직후 등장한 물가상승은 의도적·온건한 오버슈트가 아니었다”며 “지난 5년은 특히 취약계층에 큰 부담을 준 고물가의 고통을 상기시켰다”고 자성했다.

연준은 이번 점검에서도 2% 인플레이션 목표를 재확인했다. 일부에선 목표를 낮춰 달러 약세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과, 목표를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지만, 파월은 “명확한 목표가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을 견고히 고정시킨다”고 강조했다.


용어·배경 설명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은 미 캔자스시티 연은(Kansas City Fed)이 주최하는 글로벌 중앙은행가·경제학자 회의로, 매년 8월 말 와이오밍주 휴양지 잭슨홀에서 열린다. 주요국 통화정책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세계 중앙은행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린다.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로, 기준금리 결정과 자산매입 프로그램 등을 담당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 7명과 지역 연은 총재 5명이 8회 정례회의를 개최해 금리 수준을 정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실업률 상승과 물가 상승이 맞물려 통화·재정정책의 대응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