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평양 주식시장이 22일 장중 혼조세를 보였다. 강한 미국 경제지표와 연방준비제도(Fed) 일부 위원의 매파적 발언이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단기 금리 인하 기대를 일부 접은 영향이다.
2025년 8월 2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 투자자들은 같은 날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내놓을 통화 정책 가이드라인을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파월 의장이 첫 금리 인하 시점과 폭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에 주목하며, 이에 따라 채권 수익률·달러 인덱스·신흥국 자금 흐름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고 경계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 교착”과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도 위험자산 기피 심리를 자극해 투자자들을 긴장된 대기 모드로 몰아넣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45% 오른 3,825.76에 마감해 지역 증시 중 가장 두드러진 상승폭을 기록했다. JPMorgan 보고서가 “중국 본토 주가 랠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 점이 심리를 지지했다.
특히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SMIC가 10% 넘게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Nvidia)의 H20 인공지능(AI) 칩 공급 중단 지시가 중국 반도체 업체들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퍼졌다.
H20 칩은 엔비디아가 미국 수출 규제에 맞춰 설계한 중국 전용 제품이다. 규제 심화로 관련 부품 주문이 중단되면, 중국 내 AI 칩 수요가 국산 업체로 몰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콩 항셍지수도 0.93% 오른 25,339.14를 기록했다. 본토 자금 유입이 대형 기술주 매수세로 이어진 덕분이다.
일본 증시는 핵심 소비자물가 지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정책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재부각된 가운데 다소 혼조 마감했다. 닛케이225는 소폭 상승한 42,633.29, 토픽스는 0.58% 오른 3,100.87로 3일 연속 하락세를 끊었다.
종목별로는 소프트뱅크그룹·라세텍·도쿄전력이 약 2%씩 올랐다.
서울 코스피는 0.86% 상승한 3,168.73에 거래를 마감하며 이틀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SK하이닉스가 2.5% 급등해 5거래일 만에 반등했고, 방산주도 매수세를 모았다.
반면 호주 S&P/ASX200 지수는 0.57% 하락한 8,967.40에 마감했다. 전일 사상 최고가 이후 차익 실현이 집중되면서 필수소비재·헬스케어·리츠(REITs)가 약세를 주도했다.
후불결제(BNPL) 업체 Zip Co.는 호실적과 나스닥 상장 계획 언급으로 20% 넘게 급등했지만, 패스트푸드 체인 구즈만 이 고메즈(Guzman Y Gomez)는 호주 내 매출 성장 둔화로 18.2% 폭락했다.
BNPL(구매 후 지불) 서비스는 소비자가 상품을 먼저 받고 나중에 지불하는 결제 모델이다. 최근 고금리 환경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돼 호주 증시 변동성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뉴질랜드 S&P/NZX-50 지수는 1.15% 떨어진 13,042.76으로 2거래일 간 랠리를 멈췄다. 카지노 운영사 스카이시티 엔터테인먼트는 유상증자 발표 후 거래 재개와 동시에 29% 급락해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연준 리사 쿡(Fed Governor Lisa Cook) 조사설 보도가 나오자 추가 상승했다. 반면 금 가격은 약보합, 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기대 약화에 소폭 올랐다.
전날 뉴욕 증시는 월마트 부진한 2분기 실적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소식에 대체로 하락했다. 다우존스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3% 빠졌고, S&P500은 0.4% 내려 5거래일 연속 약세를 기록했다.
다만 8월 미국 PMI(구매관리자지수) 개선과 7월 기존주택판매 깜짝 반등은 경기 경착륙 우려를 다소 완화시켰다.
한편 ‘핵심 인플레이션’은 식료품·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을 뜻한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결정 시 중시하는 지표로, 예상치를 웃돌 경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시장 전문가는 “금리 피벗에 대한 기대·실망이 교차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파월 의장의 발언이 인플레이션 지표보다 완화적이지 않을 경우 달러 강세·안전자산 선호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자 유의사항으로, 이번 잭슨홀 연설은 전 세계 중앙은행·학계·시장 전문가가 모이는 자리여서 신흥국 통화·주식·채권에 광범위한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분산투자·헤지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