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발 환율·통화시장 속보—달러화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신중한 발언 여파로 강세를 보이며, 일본 엔화는 일본은행(BOJ) 통화정책 결정을 앞두고 8개월 만의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2025년 10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시장은 BOJ 정책 발표와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고위급 회담이라는 두 가지 빅 이벤트를 주시하며 분주한 양상을 보였다. 회담에서는 장기화된 미·중 무역분쟁의 완화 가능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앞서 아시아 장 초반, 연준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5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p) 인하하고 12월 1일로 예정된 보유자산 축소(Balance Sheet Drawdown) 조기 종료를 발표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연준 내부의 정책적 의견 차이와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예산안 미통과에 따른 부분 업무정지) 탓에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이 제한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 같은 발언으로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상승세를 이어갔다. 파운드화는 전일 5개월 반 만의 저점을 찍은 뒤 1.3195달러에서 거래됐고, 유로화는 전일 0.43% 하락분을 만회하려 했으나 1.1604달러로 소폭 반등하는 데 그쳤다.
■ 연준, “신중 모드” 돌입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부가 향후 정책 경로를 두고 명확히 갈려 있다. 정부 통계 공백이 지속될 경우 올해 안에 또 한 번 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 제롬 파월 의장
호주커먼웰스은행(CBA)의 통화전략가 캐럴 콩은 “연준은 궁극적으로 12월에 한 차례 더 인하할 것”이라면서도 “파월 의장의 보수적 톤 때문에 시점이 2026년으로 지연될 위험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파월 발언 직전까지 100%에 근접했던 12월 25bp 인하 가능성은 68% 수준으로 낮아졌다.
■ BOJ 결정 임박…엔화 약세 지속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제 BOJ로 향한다. 시장은 정책금리 동결을 예상하지만, “초완화” 기조 속에서도 차입 비용의 완만한 상승 의지를 재확인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달러 대비 엔화는 152.59엔으로 8개월래 최저치 부근에 머물렀고, 유로 대비로도 177.12엔으로 사상 최저권을 이어갔다.
CBA의 콩은 “지난 회의에서 9명의 정책위원 중 2명이 25bp 인상을 지지했기 때문에 이번에 몇 명이 금리 인상을 요구할지가 핵심 포인트”라며 “정치적 민감성이 강한 BOJ 특성상,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과 새 경기부양 패키지 논의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완화적 통화정책의 옹호자로 알려져 있어 BOJ의 긴축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 호주·뉴질랜드 달러, 관망 속 혼조
호주달러(AUD)는 0.6575달러로 변동폭이 제한됐고, 뉴질랜드달러(NZD)는 0.5763달러로 소폭 약세를 보였다. 트레이더들은 BOJ 결과와 미·중 정상 회담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 미·중 정상 회담 이슈
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된 사전 회담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 감지됐다는 관측이 나오며, 투자자들은 추가 관세 상한선이 사실상 설정됐다고 기대하고 있다. 내티시스(Natixis)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포트폴리오 전략가 개럿 멜슨은 “중국이 최근 발표한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를 철회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관세 전면 확산 위험이 누그러졌다”고 평가했다.
■ 핵심 용어 해설
베이시스포인트(bp)는 금리 변동 단위를 나타내는 용어로, 1bp는 0.01%포인트이다. 예컨대 25bp 인하는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의미한다.
연준 자산 축소(Balance Sheet Drawdown)는 연준이 보유한 국채·모기지채 등 자산을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재투자하지 않고 줄여 나가는 정책으로, 시장 유동성을 흡수해 긴축 효과를 낸다.
정부 셧다운(Shutdown)은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연방정부의 일부 기능이 일시적으로 정지되는 상황을 가리킨다. 이때 통계청 등 일부 기관이 데이터 발표를 중단해 시장 정보 공백이 발생한다.
이처럼 파월 의장의 발언이 연말 금리 인하 예상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달러 강세 흐름이 재점화됐다. 동시에 BOJ가 초완화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엔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글로벌 위험 선호 심리가 변동성을 키울 여지도 있는 만큼, 시장 참가자들은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