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화, 2022년 예산 위기 이후 최악의 월간 성적 눈앞

영국 파운드화가 7월 들어 달러 대비 3.7% 하락하며 2022년 9월 리즈 트러스 전 총리 시절의 ‘예산 충격’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2025년 7월 31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파운드/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15% 내린 1.322달러를, 파운드/유로 환율은 0.4% 약세를 보이며 1유로당 0.8646파운드를 기록했다.

“7월 초까지 올해 누적 수익률이 거의 10%에 달했지만, 불과 한 달 새 상승 폭이 4%p 이상 줄어든 셈이다”

라는 시장 참가자의 진단처럼, 파운드화는 연초 이후에도 여전히 6%가량 올랐으나 상승 모멘텀이 크게 둔화됐다.


미국 경기 낙관론 vs. 영국 경기 비관론

미 연준(Fed)은 30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당분간 금리 인하를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며 매파적 스탠스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발표된 미국 2분기 GDP고용 지표는 모두 시장 예상치를 상회해 ‘연착륙’ 기대를 키웠다.

반면 영국은 성장 정체와 물가 부담이 공존하고 있다. 씨티(Citi)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에서 미국(양(+)의 서프라이즈)이 영국(음(-)의 서프라이즈)을 제친 것도 4월 이후 처음이다. ※서프라이즈 지수란 지표가 컨센서스를 웃돌면 플러스, 밑돌면 마이너스로 계산된다.


정책 스프레드 확대 전망

파운드 약세 배경에는 통화 정책 기대 차이가 자리한다. 영란은행(BoE)은 올해 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이 ‘거의 확실’(돈시장 가격)에 반영돼 있는 반면, 미 연준의 추가 인하 확률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에 따라 양국 간 채권금리 스프레드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투자심리도 급변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주간 데이터에 따르면 2월부터 이어졌던 순매수(롱) 포지션은 최근 ‘뉴트럴’로 돌아섰다. 투기적 세력이 파운드 추가 보유를 주저하고 있다는 신호다.


시장 코멘트와 해석

멕시코계 글로벌 금융사 모넥스(Monex)는 보고서에서 “1.33달러 밑 구간에서는 파운드가 의미 있게 반등하기 어렵다”며 추가 약세를 전망했다. “미국 성장 둔화와 영국 재정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동해 스털링 아웃퍼폼(초과수익) 여지는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 해설: 달러 강세 국면이 이어질 경우 파운드/달러의 중기 지지선은 1.28달러 부근으로 내려올 수 있다. 2022년 9월 기록했던 1.03달러 ‘역사적 저점’의 재현 가능성은 낮지만, 정책 금리 차·경제 펀더멘털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한 반등 시도는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용어 해설

스털링(Sterling)은 파운드화를 지칭하는 또 다른 명칭이다. 씨티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는 실제 발표된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치와 얼마나 괴리가 있는지를 가늠하는 지수로, 플러스(+)일수록 ‘예상보다 좋다’를 의미한다. CFTC 포지션 리포트는 선물·옵션 시장 내 투자자들의 포지션을 주간 단위로 공개하는 자료다.

환율은 국가별 금리·성장률·재정 여건·투자 심리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특히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는 상대적인 유동성 부족 탓에 변동성이 달러·유로 대비 더 큰 편이다.


전망 및 기자 의견

현 시점에서는 1.30~1.34달러 사이의 좁은 레인지 거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8월 중 발표될 영란은행 통화정책보고서영국 2분기 GDP 속보치가 부진할 경우, 시장의 ‘파운드 숏’(매도) 선호는 재차 강해질 수 있다.

결국 파운드화의 향방은 1) 미국 경제의 지속성장 여부, 2) 영국 경기 회복 속도, 3) 양국 중앙은행의 정책 시차라는 세 가지 변수의 교차점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달러 지수(DXY)가 105선을 넘어설 경우 파운드/달러가 1.30 아래로 밀리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