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외환시장에서 영국 파운드화(GBP)가 유로화(EUR) 대비 4개월 만에 가장 약세를 보였다. 이는 영국 국채(길트‧gilt)*1 금리가 주간 기준 하락한 반면, 유럽연합(유로존) 국채 금리가 상승한 ‘금리 괴리’에 기인한다.
2025년 7월 25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유로/파운드 환율은 장중 0.8727파운드(1유로=87.27펜스)까지 올라 4월 11일 기록한 0.8738파운드의 연고점에 바짝 다가섰다. 4월 11일은 미국의 관세 부과 이슈로 변동성이 극심했던 시점으로, 해당 고점을 상회할 경우 유로/파운드는 2023년 말 이후 최고치에 진입하게 된다.
같은 시각 파운드/달러 환율도 0.4% 떨어진 1.345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달러 대비 약세이기도 하지만, 유로화 대비 상대적 약세가 더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1. 영국 경제지표 ‘부진’과 통화정책 기대
영국 국립통계청(ONS)이 발표한 6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소폭 반등했으나, 시장 전망치에는 못 미쳤다. 전일 발표된 영국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도 7월 기업 활동이 ‘둔화’를 시사했으며, 고용지표에서는 5개월 만에 가장 빠른 감원 속도가 확인됐다.
“노동시장이야말로 영국은행(BoE) 통화정책위원들이 가장 주목하는 지표다.”
― MUFG EMEA 리서치 총괄 데릭 할페니(Derek Halpenny)
할페니 총괄은 “고용 부진이 확인되면서 길트 금리는 주간 단위로 전 구간 하락했고, 이는 유로존 국채 금리의 상승세와 대조를 이루며 유로/파운드 환율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2. ECB‧BoE 금리 전망 ‘엇갈림’
유럽중앙은행(ECB)은 2024년 이후 누적 200bp*2 인하를 단행했다. 반면 영란은행(BoE)은 100bp 인하에 그쳐 ‘매파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ECB가 “추가 인하 사이클을 마무리할 가능성”을 시사한 반면, 금융시장은 BoE의 올해 25bp 인하 두 차례를 여전히 80% 이상 반영하고 있다.
즉, 그간 BoE가 상대적으로 ‘긴축적’이었으나, ‘향후 행보’에서는 BoE가 더 완화적일 수 있다는 기대가 부각되면서 두 중앙은행 간 정책 스탠스가 역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 길트(gilt)와 베이시스포인트(bp) 용어 해설
길트(gilt)는 영국 정부가 발행하는 장‧단기 국채를 통칭하는 말이다. 17세기 초 국채 증서의 가장자리를 금박으로 둘렀던 데서 유래했다. 길트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해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bp(베이시스포인트)는 금리 단위를 나타내며 1bp는 0.01%p다. 예를 들어 25bp 인하는 금리를 0.25%p 내리는 것을 뜻한다. 글로벌 채권시장은 이러한 단위로 금리 변화를 정교하게 표기한다.
4.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의 ‘균형’
영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경우 BoE의 추가 인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면서도, 물가가 꺾이지 않을 경우 BoE가 다시 긴축 기조를 강화할 위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반면 ECB는 물가 둔화가 확연해진 정황에서 완화 스탠스를 다소 조정하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영국 시장금리(길트)는 하락하고, 독일‧프랑스 등 유로존 국채 금리는 상승하면서, 양 지역 간 금리차 확대로 유로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5. 시장 반응 및 전망
외환 스트래티지스트들은 “유로/파운드가 0.8738파운드를 상회하면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면서 2023년 말 고점, 나아가 0.88~0.89파운드까지 시세가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선물‧옵션 시장에서는 BoE 8월 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약 80%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운드화 숏(매도) 포지션이 늘어나는 가운데, 일부 헤지펀드는 ‘인플레이션 재상승’ 리스크를 감안해 중립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1 길트(gilt): 영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통칭하는 용어.
*2 bp(베이시스포인트): 금리 변화를 나타내는 최소 단위로, 1bp=0.0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