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화, 미국·영국 금리 격차 축소 기대에 7월 이후 최고치 기록

영국 파운드화(GBP)가 달러화(USD) 대비 3주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반면, 영국은행(BoE)은 보다 신중한 통화 완화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달러 약세가 심화됐다.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해 전문가 예상치 2.8%를 하회했으며, 변동성이 큰 음식료와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3.1%로 예상을 0.1%포인트 웃돌았다. 일부 품목에는 관세(tariff) 재부과가 반영되기 시작해 근원 물가가 여전히 완강하게 높았다.

같은 날 파운드/달러 환율은 런던 외환시장에서 장중 1.3578달러까지 치솟았고, 이후 1.3569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는 7월 25일 이후 최고치다. 올 들어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8.3% 상승했으며, 8월 들어서만 2.4% 올랐다. 월간 상승률이 유지된다면 4월 이후 최대 폭이 된다.


미·영 통화정책 전망이 가져온 금리 스프레드 축소

미국의 7월 CPI 둔화와 지난주 발표된 고용지표 부진은 Fed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3일 기준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9월 25bp(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추가 인하가 단행될 확률도 60% 안팎으로 높아졌다.

반면 영국에서는 노동시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임금 상승률이 여전히 7%대를 유지하면서 BoE가 물가 상방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주 BoE는 기준금리를 25bp 인하했으나, 성명서를 통해 “인플레이션 전망이 불확실하다”며 다음번 완화 결정에 신중을 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파운드화 트레이더들은 BoE가 11월에야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예상대로 9월에 Fed가 금리를 내리고 BoE가 11월까지 동결을 유지한다면, 연말 미국·영국 정책금리는 모두 3.7~3.8% 수준에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파운드화에 불리하게 작용해 온 달러의 금리 우위(interest-rate advantage)를 사실상 소멸시킨다.


영국 경제 성장률 ‘0.1%’ 관전 포인트

시장 참가자들의 다음 관심은 14일 발표될 4~6월(2분기) 영국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다. 컨센서스는 직전 분기 0.7%에서 0.1%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모넥스(Monex) 애널리스트는 “파운드화 강세는 향후 지표 결과에 민감하다”며 “예상치를 밑도는 성장률이 나오면 최근 랠리가 되돌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GDP 수치와 더불어 향후 발표될 소매판매·구인공고·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BoE 결정에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영국 소비시장은 높은 실질임금 상승률 덕분에 선방하고 있으나, 금리 고점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돼 있어 장기적으로는 둔화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 시각: 파운드·달러 추가 방향성

환율 전문가들은 미·영 금리 차 축소 외에도 경기체력·재정건전성·정치 리스크를 총체적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무역 구조 조정이 진행 중이며, 2026년 총선을 앞두고 재정 지출 공약 확대가 거론된다. 미국 역시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나고 있어 ‘쌍둥이 적자’ 이슈가 달러 가치를 장기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파운드/달러는 200일 이동평균선(1.30달러)을 상회하고 5월 고점(1.3650달러)에 근접했다. 이를 돌파하면 1.38~1.40달러 구간이 다음 저항선으로 거론된다. 다만 미국 경기가 연착륙 대신 급격한 둔화로 전환될 경우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돼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일 여지가 있다.


용어 풀이 및 배경 설명

CPI(Consumer Price Index)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물가 지표다. 근원 CPI는 음식료·에너지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해 기조적 인플레이션 압력을 파악하는 데 주로 활용된다.

관세(Tariff)는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무역 분쟁이나 산업 보호 목적 등으로 활용된다. 이번 기사에서 언급된 관세는 미국이 특정 국가 및 품목에 다시 부과하기 시작한 조치로, 일부 제품 가격을 상승시켜 근원 물가를 자극했다.

금리 스프레드(Interest-rate spread)는 두 통화 간 정책금리 차이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은 통화가 매력적이지만, 경기 전망·정치 리스크 등 복합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페드워치(FedWatch)는 CME그룹이 제공하는 툴로, 연방기금선물 가격을 기반으로 시장의 FOMC 금리 전망을 확률 형태로 시각화한다.


기자 해설

현재 시장은 ‘소폭 둔화하는 미국 물가 vs. 끈질긴 영국 임금’ 구도로 요약된다. 일견 파운드화 강세 환경 같지만, 영국 경제 성장률과 글로벌 리스크 오프 국면 여부에 따라 환율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 Fed가 9월 인하에 나선 뒤 물가가 재차 반등하면 달러는 빠르게 회복할 여지가 있고, BoE 역시 11월 인하를 넘어 추가 완화에 착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2025년 하반기 환율은 ‘인플레이션 귀착점’과 ‘정책 피봇 타이밍’에 달렸다는 평가가 유력하다.

투자자라면 단순 금리 격차만 보는 접근을 넘어, 실질금리·경기선행지수·위험선호도 등 복합 지표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헤지 전략을 병행하며 포지션 크기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