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오 파네타, “ECB, 디지털 결제 진화 주도해 통화에 대한 신뢰 지켜야”

밀라노발(Reuters) 중앙은행은 금융·결제 산업의 급속한 변화를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이를 통해 현대 경제의 근간인 통화 시스템을 보호해야 한다고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 출신이자 현 이탈리아은행(중앙은행) 총재파비오 파네타가 강조했다.

2025년 10월 29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파네타 총재는 동일 날짜 플로렌스에서 열린 ECB 통화정책이사회(이틀 일정) 개회 연설에서 “디지털 혁명은 돈의 개념 자체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며 중앙은행의 적극적 역할을 역설했다.

그는 특히 민간 주도의 ‘의사(擬似) 디지털 통화’감독 사각지대에 놓일 경우, 통화 시스템에 불안정을 야기하고 ‘시뇨리지(Seigniorage·화폐발행 차익)’가 소수 사업자에게 편중되며, 불법 활동을 돕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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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인용구 및 의미

“일부 디지털 혁신은 오히려 퇴보의 단계가 될 위험이 있다. 감독망을 벗어난 민간 토큰의 확산은 공적 신뢰를 약화시키고 시스템적 불안정을 키울 수 있다.” — 파비오 파네타

최근 국제 싱크탱크 그룹 오브 30(Group of 30)이 발표한 ‘The Future of Money’ 보고서도 동일한 우려를 제기했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 규제 장치 없이 커질 경우, 다중 민간 통화가 주권 통화(Sovereign Money)와 경쟁하며 이원적 통화 체계(중앙은행·상업은행)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 왜 문제인가?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유로 등 기존 자산에 가치를 고정해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려는 암호자산이다. 겉으론 ‘안정성’을 앞세우나, 대부분이 사설 발행이고 청산·보증 메커니즘이 불투명하며 대규모 환매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경우 유동성 위기를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이 책임져야 한다는 구조적 위험이 존재한다.

이탈리아은행이 9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약 3,000억 달러로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7.5%를 차지했다. 이 중 56%가 테더(Tether)의 USDT, 25%가 서클(Circle)의 USDC였다. 전체 시장의 98%가 미국 달러에 가치를 연동한 제품으로, 유로 기반 토큰은 사실상 미미하다.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의 현주소

ECB는 2029년까지 중앙은행 화폐의 디지털 버전인 디지털 유로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브뤼셀의 입법 지연으로 준비 작업이 늦춰지고 있으나, “유럽 통화 주권 확보”라는 목적은 변함이 없다. 파네타 총재는 “비자·마스터카드 등 비유럽 결제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유럽 자체 결제 인프라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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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설계 논의 중인 디지털 유로는 (1) 중앙은행의 직접 발행·소유, (2) 프라이버시 우선 설계, (3) 이자 미지급(현금 대체) 등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는 상업은행의 예금 유출, 즉 ‘뱅크런’을 막으면서도 당국이 결제 데이터를 통제·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참여자들은 디지털 유로가 도입되면 유로존 결제 수수료 구조가 재편되고, 크로스보더 송금이 획기적으로 간소화될 것으로 본다. 다만 실제 발행 여부는 정치·입법 과제, 소비자 수용성, 사이버보안 등 다층적 변수를 거쳐야 한다.

특히 “민간 스테이블코인과의 경쟁 구도”가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규제 프레임이 미흡할 경우, 디지털 유로가 출시되더라도 빅테크 주도 결제 플랫폼이 이미 확보한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파네타 총재의 발언은 (1) 규제 공백 최소화, (2) 공적 디지털 화폐의 신속한 도입, (3) 감독권 일원화라는 세 갈래 과제를 ECB가 동시에 달성해야만, ‘화폐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요약된다.

주요 수치(BY THE NUMBERS)

  •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약 3,000억 달러(암호화폐 시장의 7.5%)
  • USDT 점유율: 56%
  • USDC 점유율: 25%
  •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비중: 98%
  • 디지털 유로 목표 출시 시점: 2029년

※ 용어 설명
시뇨리지(Seigniorage):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할 때 얻는 이익. 금속화폐 시대엔 주화 액면가와 금속가치 차익, 현대엔 화폐 발행비용과 명목가치 차익을 의미한다.
스테이블코인: 법정통화·채권·상품 등에 가치를 고정(페깅)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자산.
이원적 통화 체계: 중앙은행 화폐(기초통화)와 상업은행 예금화폐가 공존하는 구조.

이처럼 ECB는 디지털 결제의 ‘룰 메이커’로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민간 기술 기업이 통화영역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향후 유럽연합(EU) 의회가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지 여부가 2029년 디지털 유로 출범의 최대 변수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