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Paramount)가 얼티밋 파이팅 챔피언십(UFC)의 미국 내 독점 중계권을 따냈다. 이번 계약은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진행되며, 총액은 약 77억 달러(한화 약 10조4000억 원)에 달한다. 해당 딜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파라마운트 주가는 장전 거래에서 4.2% 상승했다.
2025년 8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으로 파라마운트는 연간 13회의 넘버드 대회(정규 PPV 이벤트)와 30회의 파이트 나이트(Fight Night)를 포함한 UFC의 미국 내 모든 라이브 이벤트를 스트리밍 서비스 ‘파라마운트+’를 통해 중계한다. 일부 메인 이벤트는 CBS 지상파 네트워크에서도 동시에 송출될 예정이라 전통 방송과 스트리밍의 결합 모델이 강화된다.
이번 딜은 파라마운트가 TKO 그룹 홀딩스(TKO Group Holdings)에 매년 평균 11억 달러를 지급하는 구조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추가 요금 없이 모든 경기를 시청자에게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UFC가 채택해 온 페이퍼뷰(Pay-Per-View·PPV) 방식과 대비되는 전략으로, 구독료만으로 프리미엄 스포츠 콘텐츠를 전달해 가입자 체류 시간과 충성도를 동시에 높이려는 의도가 읽힌다.
David Ellison 파라마운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
라이브 스포츠는 당사의 핵심 전략 중 하나이며, UFC는 그 전략을 완성할 수 있는 글로벌 스포츠 파워하우스다
”라고 밝혔다. 그는 스트리밍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확실한 계약’이 가입자 확보와 광고 수주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미디어 업계는 ‘코드 커팅(cord-cutting)’—즉 유선 TV 해지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라이브 스포츠를 모든 플랫폼 전략의 ‘앵커(Anchor)’로 삼고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또한 WWE, NFL 등과 차례로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보강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끼리 경쟁이 과열되는 만큼, 고정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는 스포츠 중계권의 가치는 천문학적으로 치솟고 있다.
코드 커팅이란?
기존 케이블·위성 TV 가입을 해지하고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만 이용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전통 방송사는 광고·구독 수익이 급감하고, 스트리밍 플랫폼은 역으로 단독 중계권을 통해 불확실한 수익 구조를 개선하려 노력한다.
이번 합의는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과 스카이댄스 미디어(Skydance Media)의 84억 달러 규모 합병이 완료된 지 불과 1주일 만에 이루어졌다. 합병 과정은 정치권의 감시, 주주들의 지분가치 우려 등으로 장기간 표류했지만,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며 파라마운트는 본격적인 ‘콘텐츠+배급’ 통합 전략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UFC는 매년 약 43회의 라이브 이벤트를 전 세계에서 개최하고 있으며, 미국 내 약 1억 명, 전 세계 약 9억5000만 가구가 TV·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경기를 시청한다고 주장한다. 확고한 글로벌 팬층은 파라마운트의 해외 시장 공략에도 핵심 자산으로 작용할 전망이며, 회사 측은 “다른 지역의 UFC 중계권도 상황에 따라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페이퍼뷰(PPV) 모델은 시청자가 ‘단일 경기 또는 대회’ 시청권을 개별 구매해야 하는 방식이다. UFC는 PPV를 통해 높은 수익성을 올려 왔지만, 원가 부담과 시장 분산으로 성장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 파라마운트 계약을 통해 ‘구독 기반·광고 혼합’ 모델로 전환되면 더 많은 대중이 UFC를 접할 수 있고, 광고주도 광범위한 노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 관전 포인트*
첫째, 파라마운트+는 넷플릭스·디즈니+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은 가입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UFC라는 IP(지식재산) 확보로 스포츠 팬층을 대거 유입시키면, ARPU(가입자당 평균수익) 증대뿐 아니라 광고·머천다이징·현장 티켓 판매 등 파생 수익원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PPV를 없애고 ‘추가 비용 0원’을 내세운 전략은 고가 요금제 논란을 줄이는 동시에 장바구니 이탈(Churn) 방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브 스포츠는 실시간 시청 욕구가 강해 해지율이 낮다는 특성을 갖는다.
셋째, CBS 동시 중계는 광고 매출 극대화에 직결된다. 지상파 네트워크를 통해 대규모 시청자를 확보하고, 스트리밍으로 심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은 향후 주요 스포츠 중계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본 계약은 미디어·스포츠 산업이 ‘규모의 경제’ → ‘콘텐츠 독점’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라이브 스포츠의 희소성은 OTT 시장의 살벌한 가격 경쟁 속에서도 플랫폼 간 차별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동력이다.
*이 글은 기자의 산업 분석과 전망을 포함하며, 투자 조언에 해당하지 않는다.